▲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선대식
부동산 3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살고 있지만 퇴직 후를 위해 강남 빌라를 매입했고 현재는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결혼해서 독립하면 들어가서 살 계획입니다. 강북아파트와 강남 재개발 아파트는 투자용으로 매입을 했습니다. 원래는 작년에 강북 아파트를 팔고 재개발 아파트를 매입하려 했었는데 부동산에서 경기 풀리면서 강북아파트도 다시 오를 건데 왜 파냐고 해서 팔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르게 완전히 냉각된 부동산 시장을 보니 고점에 팔지 못 한 것이 후회스러울 뿐입니다. - 주부 최아무개씨 이야기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하면, 대부분 부동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비율이 80%가 넘는 기형적인 자산분배구조를 갖게 되었다.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OECD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쏠림현상이 심하다보니 부동산 거품 문제에 대한 지적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왔음에도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줄을 몰랐고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대한민국 부동산만큼은 되려 가격이 상승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 부동산이 침체에 들어설 것이란 이야기에는 '대한민국은 다르다'며 맞서고 서울의 부동산마저 가격하락 조짐이 보인다는 기사가 나오면 '우리동네는 다르다'며 맞선다. 사례의 최씨도 마찬가지다. 평당 5000만 원까지 오른 빌라는 한강이 보여서, 재개발 예정인 아파트는 다른 곳보다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서 팔기가 아깝다고 한다. 강북 아파트는 강북아파트대로 개발호재가 있다. 하지만 얼마까지 오르면 팔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은 없다. 더 오를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파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다보니 아까워서 못판다고 한다.
올라도 못 팔고 떨어져도 못 판다투자의 기본 원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팔기 전 보유자산의 가치는 미실현 수익이자 장부상의 차익일 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집 값이 오른 사람은 많지만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격이 오를 때는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못 팔고 떨어질 때는 고점에 팔지 못 한 아쉬움 때문에 못 판다. 설사 집을 팔았다하더라도 차익을 실현해서 빠져나오기보다는 빚을 더 얹어서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간다. 집 값이 올라서 자산이 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이 늘고 있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그 이유를 보유효과와 심적회계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어떤 물건이나 상태(재산, 지위, 권리, 의견 등)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자산의 가격에 대한 준거점이 처음 매입시보다는 훨씬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은 손실로 여기게 된다. 이를 손실회피성향이라고 하는데 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려고 하지 않고 자산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된다.
'부동산 3채 가진 부자'하면 왠지 있어보이지만 '집 없는 부자'하면 같은 돈이라도 왠지 없어보인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내 집'이지만 자산 소유에 집착을 하게 되면서 돈을 벌기는 커녕 오히려 자산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빚을 내서 부동산 자산에 투자했기에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세금 또한 증가한다. 소유자산의 가치는 십억이 넘지만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재테크 논리와는 반대로 자산유지를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셈이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단순한 투자목적으로만 구입하지 않는다. 거주목적이 포함되어 있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팔아서 돈을 남겨야하지만 거주목적으로 인한 소유욕 때문에 팔지 못 한다. 몇 평인지, 얼마짜리인지, 어느 동네인지에 따라 나 자신의 신분이 정해진다는 생각으로인해 집에 대한 소유욕은 집착으로까지 발전한다. 결국 부동산을 매각하고 완전히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은 파산 직전에 몰려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뿐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는 커녕 비싸게 사서 싸게 팔고 나온다.
마음은 부자, 현실은 빚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