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게임> 시즌 2, MBC 예능 전성시대 부활 시킬까

[TV리뷰] <하땅사> 후속으로 논의되는 MBC <테마게임2>(가제)

등록 2010.05.22 14:53수정 2010.05.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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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코미디의 부활을 꿈꾸었지만 결국 폐지가 결정된 <하땅사>
MBC 코미디의 부활을 꿈꾸었지만 결국 폐지가 결정된 <하땅사>MBC

최근 MBC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하땅사>의 폐지가 결정됐다.

공개 코미디의 절대적 지존인 KBS의 <개그콘서트>의 박준형과 SBS <웃찾사>의 정찬우가 힘을 합쳐 MBC 코미디의 자존심을 부활시키겠다던 그 외침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마지막 방송 3.1%라는 초라한 성적표만을 던져놓고 쓸쓸히 사라졌다. 이유야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항상 스스로를 예능의 중심이라 자부했던 MBC 측으로서는 상당히 씁쓸한 결과일 것이다.

'MBC 예능'이라는 커다란 함선은 이렇게 코미디라는 전통적인 웃음을 부활시키는 데 또 한 번 실패함으로써, 이제 공익예능으로서의 부활에도 주춤하고 있는 <일밤>과 함께 아래에서부터 구멍이 뚫려 물이 차오르는 형국이 됐다. 이럴 때의 선택은 두 가지다. 과감히 배를 버리든지, 아니면 그 그곳에서 구조를 기다리든지.

MBC의 드라메디의 전성기

 드라메디를 통해 MBC 예능을 이끌었던 김국진과 이휘재.
드라메디를 통해 MBC 예능을 이끌었던 김국진과 이휘재. 라인, TN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MBC는 분명 과거 대한민국의 예능의 중심이었다. 특히 90년대에 MBC 예능은 말 그대로 대항할 자가 없는 '무적'이었는데, 특히 드라마와 코미디가 합쳐진 '드라메디(dramedy)'라는 독특한 장르는 90년대 초반과 후반 그들이 무적이 되게끔 만들어준 핵심적인 무기였다.

초기 <일밤>이 콩트의 기반을 버리고 주병진의 뒤를 이은 이경규를 중심으로 버라이어티 포맷으로 승승장구할 때, 이휘재라는 말쑥한 개그맨이 TV 앞에서
"그래! 결심했어!"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앞세우며 드라메디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가 선보였던 이 드라메디라는 장르는 결과적으로 '이휘재의 전성시대'와 아울러 'MBC 예능의 전성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일밤>의 '인생극장'이라는 꼭지에서 서서히 인기를 얻은 이 드라메디는, 그 후에 김국진을 필두로 한 <테마게임>을 중심으로 완전히 예능의 대세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하는 정보와 예능이 결합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와 공익예능, 현재의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real variety)의 등장 이전까지 당시 예능 전체를 지배했다.


그리고 <테마극장>을 전신으로 한 90년대 중후반 <테마게임>의 중심에는, 알다시피 김국진이라는 걸출한 개그맨이 존재했다. 얼마 전 KBS <남자의 자격>에서 밝힌 자신의 롤러코스터 인생강의에서 그때의 김국진이라는 개그맨의 인기를 조금은 추억할 수 있다. 거기에 약간만 첨언하자면 당시 방송3사 사장의 권력만큼 김국진의 힘이 강했다는 농담 섞인 기사제목은 단순히 웃으며 넘길 얘기가 아니라는 점 정도를 꼬집고 싶다.

그러한 <테마게임>이, 코미디의 부활에 표면적으로 실패한 <하땅사>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편성된다는 이야기가 현재 방송계에서 솔솔 들려온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풍문은 과거 <테마게임>에 대한 향수가 짙은 세대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예능 포맷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대중들이 선호하는 웃음의 코드도 변화하듯, 결코 가볍지 않은 웃음으로 진중한 뒷맛을 남겼던 <테마게임>의 부활은 그 성공여부에 따라 예능의 판도를 변화시키거나 과거처럼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폭넓고도 앞서는 이야기, 새로운 포맷의 <테마게임>

 늘 새롭고도 폭 넓은 이야기를 풀어냈던 <테마게임>
늘 새롭고도 폭 넓은 이야기를 풀어냈던 <테마게임>MBC

실제로 과거 <테마게임>은 돌이켜보면 상당히 시대를 앞서가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영화 <3시의 결투>의 패러디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모티브가 연상되는 탄탄한 에피소드들이 이들 프로그램에는 있었다. 그 외에도 버추얼 리얼리티 속에서 고립된 개인이 겪는 분열과 사회비판, 트라우마를 넘어서는 가족애와 시공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 에피소드끼리의 액자식 구성과 같은 실험적이고도 폭 넓은 공간의 스토리가 이들 프로그램에는 존재했던 것이다.

 김국진은 <테마게임>그 자체를 대변하는 연기자였다.
김국진은 <테마게임>그 자체를 대변하는 연기자였다. MBC

아울러 서경석, 홍기훈, 김진수, 김효진과 같은 연기력이 탄탄한 MBC 출신 개그맨들이 자리를 굳히게 하는 역할도 이 <테마게임>은 충실히 수행했다. 온 국민이 사랑한 김국진 외에도 김용만이나 조혜련과 같은 타사의 개그맨들 역시 이 <테마게임>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또한 탤런트 박용하가 이 프로그램의 전신인 <테마극장>을 통해 데뷔했으며, 국내에 많은 팬층을 거느리는 드라마 <아일랜드>의 인정옥 작가 역시 이 <테마게임>의 작가로 활동한 일은 꽤 유명한 이야기다.

물론 덕분에 프로그램 자체가 조금은 마니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없지 않았으며 일본의 TV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와 로드 셀링의 <환상특급>과 곧잘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테마게임>은 그 특유의 한국적인 코미디 요소를 실험적인 각본과 적절히 배합하여 독자적인 영역을 상당히 잘 구축했던 프로그램으로 우리에게 존재했다.

그래서인지 MBC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이 <테마게임>이 늘 거론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 후에 버라이어티의 물결에 밀리고 소재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시간대가 토요일에서 월요일로 옮겨지며 폐지의 수순을 밟긴 했지만, <테마게임>은 대중들에게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으로 기억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테마게임>의 부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세상은 참 빨리 변한다. 내가 보고 듣고 즐기고 느끼는 그 감정이란 놈은 내 안에서 그대로 있지만, 그것을 자극하는 것은 그렇게나 빠르게 유행을 타고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인지 지나간 것에 대한 추억과 과거에 나를 스쳐간 것에 대한 아련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 크기를 더해간다.

<하땅사> 이후, 아마도 여운혁CP가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 <테마게임2>(가제)는 그러한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온전히 재생시킬 수 있을까. 침몰하고 있는 위기의 MBC 예능에서 과감히 배를 버리는 이 선택은 후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다지만, 만일 이 <테마게임>이 새로운 시즌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새로운 예능의 길을 뚫어주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그러한 추억과 불안감이 합쳐져 커져만 간다.

당시 <테마게임>의 주제곡이었던 가수 최민수의 '의미 없는 시간', 최진경의 'Sha La La La', 김건모의 '테마게임'이란 노래들을, 이제는 최신 MP3 플레이어에서 감상하는 지금 이 시대에 그러한 영광의 부활이라는 기대가 조금은 어려운 주문이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테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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