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우크라이나의 낮 하늘입니다.지상은 혼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붉은 빛으로 낭자합니다. 희고 흰 빛의 구름이 지상의 난잡함을 살피는 것인가 싶습니다. 상처로 멍든 핏자국으로 가득한 지상입니다. 영면하소서!
김형효
저들의 야만과 폭거가 대낮에도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우리의 삶은 죽임 당하고 있습니다.
민족이라는 이름은 이제 시대의 주검이 되었습니다.
민족이 시대의 주검이 되어버린 것처럼 우리를 옭아매고 있습니다.
통일국시가 되어 민족과 국민을
영혼전쟁 시대로 몰아세우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당신에게 한 개비 담배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그들의 겁박은 겁박이 아니었습니다.
설마 설마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후회합니다.
우리들의 어설픈 믿음이 조롱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민주주의를 역행할 수 없다고
이제는 통일로 가는 길을 되돌릴 수도 없다고"
우리가 믿었던 그 어설픈 믿음들이 조롱받고 있습니다.
그리고도 모자라 그 조롱과 함께
우리를 무덤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산송장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이제야 촛불과 함께 타오르지 못한 그날이 외롭습니다.
우리의 비무장지대, 우리의 아픔을 이겨내며
서로를 사랑하고 살리며 살아서 넘었던
임수경의 분단선,
문익환 목사의 분단선,
소떼를 끌고 넘었던 분단선,
김대중 대통령이 하늘 길을 열었던 분단선,
그리고 당신이 걸었던 지상의 분단선,
이제 이명박 정권이 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결정적 근거 1번을 들고 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민족을 다시 죽이는 전장의 길을 만들려 합니다.
우리는 압니다.
그 길은 모두를 죽이는 길임을......,
하여 오늘은 술잔을 들 여력도 없이
서글픈 눈물만 가슴 안으로 가는 빗물처럼 스며듭니다.
다시 바람이 분다고 노래합니다.
꼭 그렇게 바람이 불어서
한 개비 담배를 물고
당신의 영혼을 달랠 수 있는 온전한 그날,
우리들의 해가 뜨는 그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온전한 날, 우리는 비로소 하나였습니다.
6월 15일이 그랬고 10월 4일이 그랬습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당신의 주검이 현실이었던 그날,
우리가 왜 그토록 슬펐던 것인지
우리가 왜 그토록 아팠던 것인지
당신이 가고 몸이 반쪽은 잘려나간 것 같다던
노구의 김대중 대통령도 가시고
이제 우리에게는 몸통이 전부 사라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바람 속에서 우리를 살리려 합니다.
다시 부는 바람 속에 당신과 우리의 사랑이 자랍니다.
그 바람 속에 우리의 길을 내주실 것을 기도합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우리의 사랑과 희망 한 자락
당신과 함께 노래 불러 보는 것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슬며시 인터넷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피우지 않는 담배 한 개비를 대신합니다.
그리고 못 마시는 술잔을 기울여봅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한 잔을 올려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한 잔은 마셔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다시 올 1년, 2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6월 2일의 승리가 6.15와 10.4를 살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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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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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시> 오늘은 아무래도 한 잔은 마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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