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문규자승 스님, 한국불교가 언제부터 돈만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행하게 되었는지요.
이종찬
"자승 스님, 한국불교가 언제부터 돈만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행하게 되었는지요.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스님은 별로 없는 듯 보이는데요. 명진 스님은 여기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한국불교는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불교는 선종으로 봅니다. 그런데 과연 선종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167쪽양문규 시인은 한국불교는 '무소유'가 아니라 '소유'를 부처님처럼 따른다고 여긴다. 그는 명진 스님(봉은사 주지) 말을 빌려 조계종은 "'제사종, 관람종, 입장료종'"이라고 마구 할퀸다. 지금 한국불교 조계종은 제사(49재, 예수재 등)와 기도, 관광, 입장료 등을 업으로 삼아 돈 버는 재미에만 포옥 빠져 있다는 그 말이다.
그는 조계종 자승 스님에게 "이제부터라도 한국불교는 미혹에서 각성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 것을 화두로 툭 던진다. 한국불교가 무소유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불교와 정치의 그간 부적절한 관계를 완전 청산"하고, "조계종 큰스님들이 가진 모든 사유재산은 지금 당장 조계종에 환속시키거나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큰스님들의 개인 소유 사찰(토굴)을 바로 공찰로 돌려야" 하고, "큰스님들의 문종을 등에 업고 관리하는 사찰들을 모두 돌려받아 조계종에서 공정하게 유지 운영해야" 한다고 못 박는다. 그는 또 "교구본사는 물론 모든 사찰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다른 종교처럼 "신도회 중심으로 사찰 운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양문규 시인은 끝으로 "어리석게 살아가는 중생들이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룰지 실천으로 보여" 줄 것과 "진정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큰 부자인 큰스님을 모시고 법문을 듣고" 싶다고 자승 스님과 대덕들에게 간절하게 부탁한다. 그래야 한국불교가 맑고 깨끗하고 향기롭게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를 시혼으로 삼아 삼라만상과 더불어 살기를 바라며 시와 삶을 꾸려온 양문규 시인. 그가 이번에 자승 스님과 여러 대덕들, 그리고 한국불교에게 '화두' 같은 면도칼을 꺼내 날카롭게 번득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다름 아닌 한국불교가 '무소유'를 버리고 '소유'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불교를 믿는 시인 가슴에 '물질'이란 날카로운 면도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시인 양문규는 1960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문학>에 '꽃들에 대하여' 외 1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등을 펴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총무국장, '열림원' 기획위원, <실천문학> 기획실장 등을 맡았으며, 대전대, 명지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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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양문규 "조계종 직영사찰 전환은 무소유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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