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번쩍거리지만 우리는 개털"
"천안함도 있고, 아시안게임도 성공해야..."

[격전지 르포①-인천] '오차범위 접전' 여론조사처럼 팽팽... 변화냐 안정이냐

등록 2010.05.26 17:15수정 2010.05.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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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인천 부평역에서 유권자들이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한 후보의 유세내용을 유심히 듣고 있다.
24일 인천 부평역에서 유권자들이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한 후보의 유세내용을 유심히 듣고 있다.남소연

"안상수 후보는 인천을 명품도시가 아닌 공사판 도시로 만들지 않았나. 송영길 후보가 지역을 고루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28·김하영·대학원생)
"아시안게임과 자유경제구역 등 계획, 마무리 않으면 혼란 생길 수 있다." (50·김제성·사업가)

말그대로 '오차범위 접전'이었다. 25일 인천광역시 곳곳에서 만난 인천시민들은 저마다 의견을 앞세워 6.2 지방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자들의 장단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엔 "선거날 반드시 ○○○를 찍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여야 후보들에 대한 '호불호'는 50대 50으로 팽팽히 맞섰다.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5~8%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야당표가 5%는 숨어있다'는 최근 여의도의 금언을 적용한다면 오차범위 내 접전임이 분명했다. 더구나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그런 오차범위조차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지방선거를 8일 앞둔 이날,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는 벌써 '어떤 후보'가 들어 있었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또 다른 이슈가 선거판을 흔들지 모르겠지만, 인천시민들은 지난 8년 시정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었다.

표심은 정확히 '안정론'과 '교체론' 사이에 있었다. 8년 시장의 3선 연임이냐, 40대 시장의 새로운 인천이냐를 놓고 유권자들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송도 신도시 정착과 아시안게임 성공을 바라는 시민들은 안 후보에게, 구도심과 균형발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송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신도시 거주-노년층 vs. 구도심-청년층, 호불호 갈린 인천시민들

 안상수 한나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홍보차량 영상을 통해 8년동안의 시정 치적을 내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MBC 인천시장 후보 초청토론회 준비를 이유로 송도 신도시 등에서 예정돼있었던 유세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홍보차량 영상을 통해 8년동안의 시정 치적을 내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MBC 인천시장 후보 초청토론회 준비를 이유로 송도 신도시 등에서 예정돼있었던 유세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남소연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부평역 유세에서 정세균 대표, 김근태 선대위원장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부평역 유세에서 정세균 대표, 김근태 선대위원장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남소연

송도 신도시에 가까운 연수구 롯데마트 근처에서 만난 강성자(45·주부)씨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천시가 송도 신도시나 아시안게임 등 일이 많은데,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시를 맡으면 지금까지 추진하던 일이 쉽게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송도 신도시 지구에 살고 있는 안인숙(41·주부)씨도 "송 후보는 송도 신도시 사업에 비판적이라 알고 있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송도가 더 발전하려면 안 후보의 3선이 필요하다, 우리 동네 아파트에 사는 주민 대다수도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후보의 지역구인 계양구의 신아무개(58·주부)씨도 "안 후보를 한 번 더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안 후보의 시정을 대단히 긍정 평가하고 있었다. 세계도시박람회 등 안 후보의 시정 실패로 비판받는 사업에 대해 신씨는 "신종플루가 도는 등 운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역시 계양구에 사는 주부 이은숙(65)씨도 "다른 사람이 시장 하면 진도가 안 나간다"는 말로 안 후보의 '3선 시장론'에 힘을 실어 줬다.

하지만 안 후보에 비판적인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인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은 송 후보가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 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인천 공구상가 밀집지역에서 공구상사를 운영하는 이한수(40·M종합상사)씨는 "안 후보보다 송 후보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그는 "안 후보 8년 동안 송도 지역만 번쩍번쩍하고 우리는 개털이 됐다, 이건 아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는 "안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경제 회생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믿기 힘들다, 명품도시 구호에도 한 번 속지 않았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다만 그는 "송 후보라고 크게 다를게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한 사람이 3번이나 시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24일 인천 부평역에서 인천지방선거연대 관계자들이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4일 인천 부평역에서 인천지방선거연대 관계자들이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남소연

이씨보다 젊은층은 대개 송 후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역시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특히 '구도심' 거주 주민들의 반감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김아무개(30·부평구)씨는 "안 후보 시절 진행된 송도 신도시 개발도 구도심에 있는 것을 뺏어 옮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천경제자유구역도 외자 유치가 안돼 빈 건물이 굉장히 많다"면서 "안 후보의 시정이 겉에는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속은 전혀 없었다"는 말로 자신의 표심을 드러냈다.

직장인 지상훈(36·북구)씨도 "안 후보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잘 사는 동네와 못 사는 동네 격차를 더 벌려놨다"고 비판했고, 신경옥(46·남동구·변호사 사무실 근무)씨는 "제동없이 질주하는 인천 시정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송 후보를 지지하는 노년층의 민심도 있었다. 최만호(65·계양구)씨는 "인천에 빚이 너무 많다"면서 "안 후보가 일하는게 욕심이 너무 많다, 송 후보로 바꾸면 양심적으로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선분(59·제물포시장)씨는 "안 후보가 제물포시장 재개발한다고 잔뜩 맘만 부풀게 해놓고 폭삭 주저 앉혔다"며 "그나마 시장이 텅 비었다가 최근에 다시 찼다"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 쟁점은 '천안함', "안상수 후보 싫어도..."

 인천 송도 신도시에 걸려있는 선거홍보물. 안상수 한나라당 인천시장 후보는 8년동안의 시정 치적을 내세워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인천 송도 신도시에 걸려있는 선거홍보물. 안상수 한나라당 인천시장 후보는 8년동안의 시정 치적을 내세워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남소연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부평구 주변상가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인천 부평구 주변상가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남소연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비교적 명확히 갈렸지만, 천안함 '북풍 효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선뜻 확답하지 못했다.

개인택시 기사인 이아무개(51·20년 경력)씨는 "본래 안 후보를 싫어하는데, 천안함 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안 후보가 시장 시절 인천시 인구 증가도 고려않고 1년에 250대 씩 개인택시 사업 허가를 내줘 수입이 엄청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개인택시 운전사들에게 인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물론 나에겐 안 좋은 일"이라면서 "천안함 사고 터지는걸 보고 그래도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단 낫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젊은층에선 여전히 "천안함 조사 결과를 100% 신뢰 못한다"(30·대학생 박대희), "원인 규명이 명확치 않아 한나라당이 더 싫어졌다"(27·대학생 남경희)는 등 불신이 깊었다.

'부동층'도 만만치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 전문기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인천의 부동층은 20~30%에 달하고 있다. 선거의 승패는 이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동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박성천(37)씨는 "안 후보는 지역을 골고루 개발해야 하는데 특정지역, 송도에만 올인한 경향이 있어 나머지 지역의 개발이 흐지부지했고, 송 후보는 우리에게 낯설다"면서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엇갈리는 반응 속에 당선 유력권에 닿은 안상후-송영길 후보는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공성전'을 펴는 안 후보는 송 후보의 매서운 지지세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도 절대적 격차로 야당 후보를 누르지 못하고 있는 안 후보는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MBC 인천시장 후보 초청토론회를 준비하기 위해 송도 신도시 등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반면 안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송 후보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 김민석 공동선대본부장 등 유력인사들과 함께 인천시내 전략지역인 부평역 등지에서 열띤 유세를 펼쳤다.
#6.2 지방선거 #인천시장 #송영길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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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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