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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랜터 윌슨 스미스의 시이다. 그런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이 말을, 자신이 너무 기쁘고 행복할 때 새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신이 너무 괴롭거나 슬픈 상황에 처하여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는 이 짧은 한 마디를 떠올려보기는 할 것이다.
내게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의 부인이 평소에 이 말을 좋아했다. 내가 언젠가 비통한 슬픔에 잠긴 적이 있었을 때, 그녀가 내게 이 말을 해주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은 아니면서도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었다. 그런 때에 정말 이 말은 내게 절실한 의미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 슬픔이 가셔지지는 않았다. 한 마디로,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의 감정과 사고는 어떤 격언 한 마디를 되새겨본다 하여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말은 본래 솔로몬이 왕자 시절 아버지 다윗 왕의 처신을 위해 이야기 해준 내용이라고 한다. 너무 승리에 도취해서도 안 되며 패배해서도 너무 비관하지 말라는, 부왕에 대한 지혜로운 권유였다. 그것이 시인의 인용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도 좋을 격언으로 된 것 같다.
사실 우리 동양권에도 거의 똑같은 말이 있다. 다 알다시피 중국의 한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馬)에 관한 이야기,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다. 가지고 있던 말이 도망을 쳐도, 그 말이 야생마 한 마리를 더 데리고 돌아와도, 그 야생마를 타다가 아들이 다리를 다쳐도, 그 모든 사건은 다행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 노인의 이야기는 아들이 말 때문에 다리를 다친 덕분에 전쟁터에 가 죽지 않게 되었다는 얘기로 끝나지만, 사실 그 이야기는 계속하면 끝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새옹지마도 그렇지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이 말도 마찬가지로 매우 깊은 철학적 의미가 있다.
우선, 허무주의이거나 숙명론적인 인생관이다.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는 것이 우리네의 인지상정인데, 그게 모두 한심하다는 것이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는 경고의 말이다. 좋은 뜻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아무 것도 목숨 걸고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된다. 즉 인간적 노력의 결과에 대한 희로애락을 모두 시간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모든 사안에 시간이 대두하게 되면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즉 운명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허(虛)요 공(空)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도교적인 무위주의(無爲主義)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원칙이나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자연에 맡기면 기뻐하거나 슬퍼할 일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바로 불교에서 말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관념이다. 이는 삼라만상이 단 한 순간도 고정된 것은 없다는 변화의 철학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실체라는 것도 없고 실체처럼 보인다 해도 실은 마구 변하고 있으니 세상 모든 일은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위로하는 말이다. 삼라만상 중의 한 부분인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이 관념 속에는 역시 허무주의가 흐르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고 애쓰는 모든 것은 언제나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마다 자리를 옮기고 모습을 바꾸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새옹지마의 이야기나, 제행무상의 관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학식이 없는 사람도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는 유행가의 의미는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리 그 뜻을 알아도 실생활에서 늘 그 말을 기억하면서 그대로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에 부딪치면 그 말 같은 건 까맣게 잊고 울기도 하고 좋아 날뛰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네 보통사람의 인생이다. 다만, 보통은 넘는다는 사람들, 즉 현인이니 위인이니 하는 분들은 이런 철학적 명구(名句) 하나라도 늘 잊지 않고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우리의 생각이나 말로 떠도는 그러한 관념대로 전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는, 사람 중에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이 말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몸 아플 때 병원 가고 약 먹는 것의 효과가 없으란 법은 없다. 위에서 말한대로 꼭 그대로 살아가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무 설득력 없는 빈 말도 아니다. 육체가 힘든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픈 게 많은 오늘날이다. 각자가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 말을 깊이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으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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