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에도 '천안함 북풍'이 불고 있다.
보수 시민단체 연합기구인 '바른교육국민연합'이 단일후보로 선출한 이원희 후보는 26일 유세에서 '천안함 사건'을 거론하며 '이념교육', '빨치산교육'을 퇴출시키고 '안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쏟아냈다.
6·2 지방선거가 북풍에 휩싸여 '정책실종 선거'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감 선거도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 강남 삼성역 현대백화점 앞에서 거리 유세를 시작했다. 이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이전에 가지고 다니던 피켓 홍보물 대신 소형 태극기를 손에 들었다. 유세차량에 올라선 이 후보는 "좌편향 교육을 하며 길거리로만 나가던 교사들은 이제 안녕"이라며 "이념교육을 하는 교사는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말이 끝나자 선거운동원들은 양손에 든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 후보는 한 선거운동원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유세차량 앞을 뛰어 다니자 격앙된 목소리로 "저 태극기를 보시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천안함을 보면서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며 "잘못된 통일교육을 끝내고 애국할 수 있는 확실한 안보교육으로 바꾸겠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현대백화점 앞 유세를 마친 이 후보는 곧장 석촌역으로 이동해 유세를 계속했다. 석촌역사거리를 둘러싼 선거운동원들 손에는 역시 태극기가 들려있었다. 이 후보는 직전 유세보다 더 목소리 높였다.
그는 "국가가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에 있는데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지 모르고 '빨치산이념교육'이나 시키고 투쟁이나 나서는 교사들은 대부분 전교조 교사"라고 단정 지었다. 이어 "이제 서울 교육계에서 이념교육은 없다"며 "이런 사람은 이제 퇴출이다"라고 강조했다.
보수단체들 "단일후보 다시 뽑자"... 최근 여론조사서 곽노현에 밀려
이 후보가 정치권의 '북풍'을 교육감 선거에까지 끌고 온 배경은 무엇일까? 최근 보수진영에선 이 후보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이 후보는 자신이 보수 단일후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24일 이상진 후보가 김영숙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하는 등 김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
게다가 주요 보수단체들까지 단일후보를 다시 뽑겠다고 나섰다. 지난 23일 국민행동본부(서정갑 이사장)와 독립신문(신해식 대표), 조갑제닷컴(조갑제 대표) 등 보수 단체와 언론이 이 후보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단일후보 새로 선택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은 "바른교육국민연합이 선출한 이 후보가 진정한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며 "6·15공동선언남측위원회 공동대표로 평양까지 방문한 이 후보가 보수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진영에서 이 후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곽노현 후보가 최근 맹추격을 해와, 이대로 가다간 선거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원희 후보는 최근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곽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조선일보>와 <YTN>이 한국갤럽에 의뢰, 지난 24~25일 이틀간 서울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곽노현 후보가 11.8%, 이원희 후보가 8.6%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 후보가 이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기 시작한 것. 같은 매체에서 지난 17일 발표한 1차 조사에서는 곽 후보가 4.5%, 이 후보가 12.2%의 지지를 받았다.
두 후보의 지지율 자체가 낮고 격차가 크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지지율의 변화추이는 다르다. 곽 후보가 뚜렷한 상승세에 있는 반면 이 후보는 다른 보수 후보(김영숙 6.8%, 남승희 6.6%)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곽노현 "민주주의와 인권교육이 가장 좋은 안보교육"
한편, 같은 날 오후 서울 광화문 촛불유세를 끝낸 민주진보 단일후보 곽노현 후보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원희 후보의 북풍 발언에 대해 "정치권의 북풍몰이에 편승하겠다는 시도"라며 "교육 현안을 접어두고 정치몰이에 뛰어든 이 후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안보는 중요한 문제지만 획일화 된 안보교육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형식화와 경직성만 가르치게 된다"며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인권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애국심을 기르는 가장 좋은 안보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풍과 안보선거로 짜인 뻔한 시나리오에 속을 만큼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며 "평화와 상생교육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곽 후보 선거본부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내세울 것이 없는 것 같다"며 "너무 극우성향의 공약들만 내세워,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만 내놓고 있으니 중요한 공약이나 정책을 놓고는 경쟁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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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에 '북풍' 끌어온 이원희,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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