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운하계획 황당 베스트 9

용산역에서 1.5㎞ 떨어진 선박에 환승하는 시간, 12초?

등록 2010.05.31 11:36수정 2010.05.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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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는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해 서울 여의도 국제 무역항을 지정했다. 연안이 아닌 내륙으로서는 국내 최초다. 오세훈 시장이 시작했다가 사실상 중단했던 한강운하를 새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과 절차가 참으로 독특하다. 한강운하 기본설계 등의 내용 중 특별한 9가지를 소개한다.

1. 크루즈 유람선 사상 유래없는 승객 규모 120명

한강크루즈는 경인운하와 한강의 다리 사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거대하다'는 크루즈의 고정관념을 깬 5000톤 규모, 승객은 최대 100~120명이다. 따라서 크루즈 선박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수영장, 공연장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경인운하 주변의 훼손된 바위들의 기괴한 전경과 요동치는 작은 배의 역동성으로 승부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로 중국과 동남아까지 여행하게 될 것이고, 중국의 부호들을 끌어들이는 관광 명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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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선박의 규모 비교 한강 크루즈는 승객 수용 능력은 평균의 1/10 수준이다 ⓒ 염형철


2. 한강 크루즈 승무원은 공익근무요원과 보건의

한강크루즈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선 이용자 개인들에게 많은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경영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우선 한강 크루즈에서는 공익근무요원들이 서빙하고, 보건의가 승객을 돌보게 돼 인건비가 획기적으로 준다. 또한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므로 면세유를 이용하고, 세금을 면제받아 경쟁력이 세계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덕분에 한강크루즈는 다른 크루즈를 제치고 1박에 40만원이라는 경쟁력있는 요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3. 인천까지 가는데 3시간이 걸리는 신교통수단

크루즈, 국제여객선, 연안유람선 등은 서울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3시간 만에 주파할 예정이다. 마포대교 등의 좁은 교각 사이를 지나는 여의도-김포의 15km 한강구간과 80m 넓이로 이어진 김포-북인천 18km 경인운하 구간에서 각각 1시간이 소요된다. 경인운하 양측의 갑문 두 개를 지나는 동안에도 1시간을 쓴다. 전철을 이용하면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한강의 병풍아파트와 운하의 갑문 조작 기술을 체험하는 것은 훨씬 매력적이다. 배의 이점 때문에, 승객들은 3배에 이르는 시간과 2만원 이상의 요금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4. 매년 성수대교 붕괴 규모의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감수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중 하나는 1년에 한번 이상 붕괴할 수 있다. 선박의 안전을 위해 국제 기준으로 항로폭을 넓히려면 양화대교 외에도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재건축해야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예산을 아끼기 위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두 대교의 충돌확률은 각각 0.0001로 분석됐는데, 5000톤급 선박이 하루에 15회 이상 왕복하는 계획을 가정하면, 1년에 1.6회 정도 사고가 날 수 있다. 5000톤 선박이 10노트(18.5km) 속도로 운항하다 사고가 났을 때의 충돌에너지는 8,928ton*m인데, 이는 수평 충격에 약한 교량의 붕괴를 야기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시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선장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해결할 계획이다.


5. 5000톤급 선박이 만든 파랑 8cm 미만 (밤섬에서는 4cm)

한강 크루즈 등은 5000톤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발생시키는 파랑이 평균 8cm 미만, 논란이 되는 밤섬 등에서는 4cm에 그칠 것이다. 이는 한강을 운항하는 수상택시들이 만드는 파랑(약 15cm, 배 크기 500배)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인데, 신기술과 선박 운항 노하우로 극복할 예정이다. (박창근 교수는 최소 50cm 이상이라고 분석하였으나,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사람을 태운 여객선이 강과 바다를 함께 운항하는 경우(R/S 선박)는 아직 없지만, 한강운하에 새로 도입할 것이며, 이 때 파랑도 최소로 만드는 선박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세계 1위 조선국인 한국이므로,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   

6. 용산역에서 1.5㎞ 떨어진 선박에 환승하는 시간, 12초

한강운하에는 대형 선박 말고도 100명이 탑승하는 수상버스를 운항한다. 그리고 수상버스의 환승시스템은 참으로 획기적이어서, 지하철 환승보다도 신속하다. 예를 들어 용산역에서 용산 선착장까지 접근하는데 0.2분이 걸리고, 선박을 기다리는 시간은 계산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전철에서 내려 선박으로 환승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초면 충분하다. 환승객은 30km/h(8m/초)의 속도로 이동하고, 역과 선착장의 거리는 반올림해서 0.1km로 계산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자신들의 시연 결과, 접근시간이 약 18분 30초이고, 수상버스 간격 17분을 고려하면 최대 31분 30초 소요될 것이라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이다. 지도상의 직선거리로 역과 선착장의 거리가 1.5㎞라는 것도 신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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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착장 접근 시간.「서해연결 한강주운 및 주변개발계획에 관한 연구」인용 가까운 인근 역에서 선착장까지의 접근시간 추정 ⓒ 서울시


7. 환경영향평가 생태조사 이틀 만에 완료 신기록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생태계에 대한 현장조사를 포함해야 하는데, 한강 운하는 각 분야의 조사들을 모두 이틀 안에 완료했다. 이렇게 찾아낸 서식 생물종은 곤충 156종, 조류 20종, 어류 16종, 포유류 3종이고, 이는 기존 문헌들에서 확인된 곤충 484종, 조류 108종, 어류 61종, 포유류 13종의 1/3에 가깝다. 서울시 생태경관보호지역 1호인 밤섬과 생태 등급 1등급의 강서습지 등은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배는 물에서만 다니는 것이므로 불필요한 조사일 뿐만 아니라, 대책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사례에서처럼 공사를 하다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표범장지뱀 등이 나타나면 이식하고, 동식물들은 스스로 이주할 것이므로 대책 수립은 불필요하다.

8. 수요추정의 신기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수요자

한강운하는 복잡한 수요 추정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국내여행자 수 × 이용의사율 × 실현율 × 연간이용예정횟수 × 동반자녀수'라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서울에서 출발해 서해를 당일로 여행하는 연안 관광객이 하루 3976명임을 추정해 냈다. 승객들은 서울에서 인천까지의 구간을 왕복하는데 당일 여행 시간의 절반인 6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크게 괘념치 않을 것이다. 크루즈 수요는 일본의 크루즈 이용객과 같은 숫자인 연간 16만명으로 잡았고,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국제 여객 중 27.9%는 선박을 이용해 서울로 들어와서 이동할 것으로 계산했다.

서울시는 이미 비슷한 방법으로 수상택시의 수요를 추정한 바 있는데, 당시 서울시민 10명 중 9명이 수상택시 도입을 찬성해서, 이를 수요로 예상했었다. 현재 수상택시 출퇴근 이용객은 하루 37명이며 추정 수요와는 약간 차이가 난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한강운하의 수용추정도 같은 방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9. 계획도 확정하기 전에 투융자 심사 두 차례나 통과

한강운하는 실시설계는커녕 기본설계도 확정되기 전에 투융자 심사를 통과했다. 사업의 주요 내용을 담는 기본설계는 2009년 7월에 작성되었고, 여전히 미완성된 부분이 많아 크게 변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년 전인 2007년 8월, 또 2009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심사를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워낙 좋은 사업이고 국가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보니, 예산의 규모, 내용 등은 확정되지도 않았지만 심사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07년 12월 한강주운타당성 연구 때는 비용이 4100억원이었으나 비용편익 분석 결과는 2.38에 달했고, 2009년 기본계획에서는 비용이 2252억원이지만 비용편익 결과는 1.14였다. 비용이 많아질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이상한 결과라서 다른 경우라면 검토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기간사업에 대한 과도한 논란은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므로, 투융자심사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의회는 한강운하 예산을 한 푼도 삭감하지 않고 의결하면서 투융자심사를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투융자 심사가 얼마나 훌륭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한강운하 #오세훈 #4대강 사업 #여의도 국제무역항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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