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 위에서 휴식을 취하다.
이규봉
저렴한 식대롱칸에 들어서니 커다란 성당이 나타나 도시가 매우 커 보였다. 그러나 도심을 한 바퀴 둘러봐도 숙소가 보이질 않는다. 도심을 떠나 호치민 방향으로 가니 외곽 길가에 나응이(nha nghi, 민박집)가 보였다. 주인은 숙박비를 터무니없이 많이 불렀지만 우리는 또 반으로 깎았다.
혼자서 자전거 여행 중이던 태평양의 조그만 섬 바베이도스 출신의 사진작가가 우리와 같은 숙소에 묵었다. 그는 우리와 반대로 호치민에서 하노이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숙소 주변에 식당이 없어서 주인 딸에게 물어 택시를 불러 타고 나갔다. 그녀도 한국어를 조금하기에 물어보니 그도 역시 한국에 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 식당은 주변에서 아주 좋은 것이었다.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넷이서 맥주를 포함해 잘 먹었음에도 식대는 우리 돈으로 4만원 정도 나왔을 뿐이다.
1798km를 달려 호치민 통일궁에 도착하다이번 여행에서 자전거를 타는 마지막 날이다. 롱칸에서 호치민까지는 아주 완만하지만 거의 내리막이다. 도로는 호치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복잡해져간다. 거대한 교통물결이 호치민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 같다.
당시 사이공이라 불렸던 호치민에는 주월한국군사령부와 해군수송전대인 백구부대 그리고 공군지원단인 은마부대가 한국군이 철수하는 1973년까지 주둔했다.
드디어 호치민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사이공 강이 나타났다. 시내로 들어서니 탈것들이 모두 뒤엉켜 복잡하게 돌아간다. 목적지인 통일궁(Reunification Conference Hall)의 이정표를 찾아야 하기에 도저히 한 눈 팔 사이가 없다. 호치민의 중심부로 들어서니 일방통행이 눈에 많이 띈다.
마침내 통일궁에 도착하였다. 통일궁은 남베트남 정권 시절인 1966년에 지은 대통령 관저이다. 1975년 4월 30일 해방군이 탱크를 몰고 들어옴으로써 베트남 전쟁은 끝났고 베트남은 통일되었다. 지금은 일반에 공개되어 그 탱크를 포함하여 당시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있다.
하노이부터 호치민까지 공식적인 1690km 거리를 중간 중간 도시를 들락날락하며 현재까지 16일간 총 1798km를 달렸다. 하루 최대 172km에서 최소 70km 그리고 매일 평균 112km씩 달리며 마침내 베트남 남북 종단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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