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처음으로 광주시의회에 지역구로 진출

[6·2지방선거 분석] 광주전남 '진보 교육감' 시대 열어

등록 2010.06.03 13:17수정 2010.06.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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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광주광역시의회에 지역구로 진출하게 된 민주노동당 강은미 후보의 득표율. 이제 광주시의회에 '진짜 견제 세력'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 득표현황 웹화면 갈무리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의 위력은 여전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민주당 일당독주를 견제하려는 민심은 거칠게 분출됐다.

① 민주노동당, 광주시의회에 처음으로 지역구로 진출

결국 기대가 현실이 됐다. 민주노동당은 6·2지방선거 개표 결과 전 광주광역시의회 선거에서 최소한 세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강기갑 대표가 나서 집중지원유세를 벌였었다.

개표 결과 민주노동당은 지난 1991년 광주광역시의회가 개원한 이후 처음으로 지역구 의원으로 진출했다. 광주 서구4선거구에 출마한 강은미 후보가 1만3541표(41.5%)를 획득해 민주당 김성현 후보(38.4%)와 무소속 김월출 후보(20.1%)를 제치고 당선된 것이다.

그동안 광주시의회는 갖은 파행으로 시민들의 지탄을 받아왔으며 '견제하지도 않고, 견제 받지도 않는 거수기'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특히 지역구 출신 당선자와 함께 비례대표 당선자도 광주시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제 광주시의회에는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진 의원을 최소한 두 명은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광주는 시장의 독선과 시의회의 종속, 언론의 침묵과 시민사회의 침체 등으로 무견제·무비판 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로 전혀 태생이 다른 진보정당이 광주에서만큼은 만년여당인 '보수야당 민주당'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이 이번 6.2 광주지방선거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남도의회에도 민노당 정우태(장흥)·이정민(보성) 후보가 지역구 의원으로 입성한다. 무소속 정정섭(구례)·최경석(장흥)·곽영체(강진)·박동주(함평) 후보 등 '비민주 후보' 6명도 민주당 후보들을 제치고 도의회에 입성한다.

② 무소속 기초단체장 8명 당선의 의미는?


지방선거 개표 결과 광주·전남 27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8명이 당선됐다.

광주에서는 5개 구청장 중 무소속 전주언 후보가 민주당 김선옥 후보를 제치고 서구청장에 당선됐다. 나머지 4개 구청장엔 유태명(동구) 후보, 송광운(북구) 후보, 최영호(남구) 후보, 민형배(광산) 후보 등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전남에선 이른바 '동부벨트 빅3'로 불리는 여수(김충석), 순천(노관규), 광양(이성웅)에서 모두 무소속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을 물리쳤다. 역시 곡성에서는 허남석 후보가, 화순에서는 전완준 후보가, 신안에서는 박우량 후보가, 강진에서는 황주홍 후보 등이 각각 민주당 후보들을 제치고 이겨 전남에서만 무소속 후보 7명이 당선되는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들 무소속 후보 당선자들이 대부분 친 민주당 성향이어서 '광주전남에서 비민주 완전독립'의 기호로 해석하기엔 아직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이들이 민주당 당내경선의 잡음을 거부하고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과 일부 후보들은 현역 단체장으로서 업무수행 능력을 높게 평가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민주당 공천 = 당선'이라는 오래된 등식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즉 민주당 일당독주에 대한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이제 잘못된 공천에 대한 '분명한 응징'으로 표현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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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휘국(가운데) 광주시교육감 당선인이 전교조 출신 교육의원 당선인들과 함께 승리의 인사를 하고 있다. ⓒ 장휘국 선대본 제공


③ 광주·전남, 나란히 '진보 교육감' 시대 열어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선거를 치른 광주 전남 교육감 선거에서 시·도민 추천 교육감 후보들이 전·현직 교육감을 제치고 나란히 당선됐다.

평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광주지부장과 교육위원을 지내고 광주지역 시민사회로부터 시민후보로 추대된 장휘국 후보는 39.8%(20만6264표)를 얻으며 교육감 출신인 안순일 후보를 따돌리고 광주의 '진보 교육감'이 됐다. 순천대 총장 출신으로 전교조 등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도민 후보로 추대된 장만채 후보는 무려 55%(45만3760표)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전직 교육감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역시 '진보 교육감'이 됐다.

두 진보 교육감의 당선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정치적 공간이 있다. 즉 광주전남지역 유권자들은 시도지사 선거 등 정당 공천을 하는 단체장 선거에서는 여러 가지 전략적 판단과 현실적 문제의식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냉엄한 중간평가를 하고 싶은 전략적 판단과 그럼에도 지역권력을 독점해 온 민주당에 대한 견제를 동시에 해야 하는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당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지역 유권자들이 자신의 원래 색깔(본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도 되는 장이다. MB 특권교육 심판이라는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구호는 지역 유권자들에게 차라리 'MB 실정에 대한 비판' 주문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MB 정권 심판으로 연동된 MB 특권교육 심판론은 지역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해방 이후 교육관료들이 독점해 온 지방교육행정의 오래된 폐해를 심판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두 진보 교육감의 탄생을 이번 광주전남 지방선거 최고의 이변이라고 하지만 이변이 아닌 구조화된 요구가 표로 정형화된 것이란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이밖에도 한나라당의 불모지인 광주전남에서 한나라당 시도지사 후보들이 두 자리 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주목하는 시선도 있지만 아직은 이른 평가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시장 후보는 14.2%를 얻어냈고, 전남지사 후보로 나선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13.4%를 얻어냈다.

이들의 약진을 높게 평가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광주와 전남이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근원적 시선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광주전남 지역민에게 한나라당은 신한국당-민자당-민정당의 혈통을 계승한 정당이라는 시선이 강하다. 강운태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가 선거기간 동안 한나라당을 상대로 유세한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광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도 못 부르게 하는 이 정권, 그대로 용서하시겠습니까?"라고만 물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이 한나라당 후보들이 얻어낸 득표율이다.
#광주전남 지방선거 #광주전남 교육감 #민주노동당 #강운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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