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국으로 가는 상지대.정대화 등 상지대 교수 네 명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후문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비리재단의 상지대 복귀를 막기 위해 교과부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박상규
90년대 초반, 사학재단 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다 어렵게 정상화된 상지대학교가 다시 깊은 수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교수들은 삭발과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상지대 총학생회는 동맹휴업을 위한 논의절차를 시작했다.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동조합·총동문회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오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일까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리는 오늘(3일)부터 총력을 기울여 비리 재단 복귀를 저지하는 행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상지대 교수와 학생들은 오는 10일까지 교과부 앞에서 하루 8시간 릴레이 집회·연좌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대화 등 상지대 교수 4명은 학생 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을 하며 교과부의 재심 청구를 호소했다.
상지대 교수 삭발, 학생들은 동맹휴업 검토 "비리재단 안 돼"상지대는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사학재단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신입생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사학재단 이사장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구속까지 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상지대 사학재단의 부정부패가 심각했다는 뜻이다.
상지대는 1993년부터 약 10년 동안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학교는 빠르게 안정됐고 조금씩 '부패 사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2004년부터 김문기 전 이사장이 학교 찾기에 나서면서부터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김 전 이사장과 함께 학교에서 물러났던 구 재단 측은 다시 학교를 운영할 뜻을 밝혔다. 임시 이사가 물러난 자리에 자신들이 정이사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지대 대다수 교수, 교직원, 학생들은 "부정부패 문제로 물러났던 구 재단 측이 다시 학교 운영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상지대 비대위는 지금까지 270일 넘게 학내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고, 수차례 서울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상지대의 실질적인 운영권을 갖는 정이사 9명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선임한다.
"전과자 김문기 복귀는 시간문제, 교과부가 결단하라"
사분위는 지난 4월 29일 구 재단 인사 5명, 학내 구성원 2명, 교과부 추천인사 2명으로 상지대 정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구 재단 쪽에 과반수 넘는 이사 자리를 넘겨준 것이다. 이에 상지대 비대위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는 시간문제"라며 "상지대가 17년 만에 비리 재단 체제로 회귀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며 사분위의 결정을 비난했다.
상지대 비대위는 "교과부가 사분위에 상지대 정이사 선임 재심의를 요구해야 한다"며 교과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분위는 오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상지대 정이사 선임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이에 상지대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문기 전 이사장은 지난 93년 부정입학 혐의 등으로 구속된 뒤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대한민국 부패사학의 대명사'이다"며 "이런 자에게 과반수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한 사분위 결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오랜 기간 상지대 정상화 심의가 진행됐음에도 교과부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교과부 장관은 온당치 못한 사분위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지체 없이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희종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상임의장도 "교육부가 정당한 목소리를 듣지 않고 비리 덩어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교과부 앞에서 교수들이 삭발을 하고 학생들이 집회를 하는 건 모두 교육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어렵게 정상화 된 상지대가 너무 쉽게 과거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상지대가 파국으로 가느냐, 다시 안정을 찾느냐는 교과부와 사분위의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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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삭발, 학생은 동맹휴업... 과거 회귀한 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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