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5월 28일 오후 경기도 광주 경안시장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며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남소연
또 하나 그의 정치입문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당 해체 과정에서 보여진 기회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태도 등으로 인한 강력한 비토그룹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필자도 개혁당 '개미 당원'이었지만 일반 당원들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당을 해체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의정활동에서 보여준 태도도 항상 도마에 올라 있었다는 사실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후보를 내지 않은 민주당의 희생으로 16대 경기도 고양(덕양구)의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의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력은 그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던 대중일반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정치행보를 보자.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열린우리당의 압승이었고, 당시의 선거 분위기는 대승을 할 수도 있을 만큼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는 그래서 또다시 쉽게 고양에서 당선되었지만, 미안하게도 대단히 불투명하고 어려웠던 18대 총선에서는 대구로 자리를 옮겼다. 그것도 무소속 간판으로 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대구에서 출마한 것이 의미 있는 선택이었고,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의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지지를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꼭 그런 측면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고양이나 대구나 패배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그는 '의미 있는 패배'를 위해 대구로 갔던 게 아니었을까?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노무현 정신을 추구한다는 그가 노무현의 정치행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도 해석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정강과 노선에서 민주당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국민참여당의 창당과 그 당의 후보로 출사한 그의 행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합의 메시지와도 전혀 불일치한 대목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이 모든 것이 경기지역의 전통적 민주세력이나 호남 출신들의 투표 행위에 절대적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팬심'만으로 정치 못한다는 걸 알아야그럼으로 유시민의 패배는 민주당의 방기나 후보단일화에 대한 신의성실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안하지만 민주당의 책임과는 별개라는 말이다. 우리 정치 현실을 돌이켜볼 때,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통적 민주세력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사실 서울-경기에서도 민주세력이 선출직으로 입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이상과 현실이 잘 조합될 때, 비로소 그 역량을 발휘할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은 지금까지의 정치행로가 협량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유시민이 가진 자산과 자질로 보았을 때, 그는 분명 성공 가능성이 농후한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을 앞세운 경솔한 운신은 현실의 짐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어쩌랴, 지금부터라도 유시민은 그런 점에서 냉혹한 자기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정치란 것이 결국 절대적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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