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KBS, 월드컵 중계도 못하면서 수신료 인상?

시민단체들 "수신료 인상은 조중동 종편 먹여 살리기 위한 것"

등록 2010.06.14 21:53수정 2010.06.1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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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의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반대해 시민단체들이 수신료 국민공청회를 열었다. 14일 오전 10시 방송회관에서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날선 비판들이 이어졌다.

KBS의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반대해 시민단체들이 수신료 국민공청회를 열었다. 14일 오전 10시 방송회관에서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날선 비판들이 이어졌다. ⓒ 이주연

KBS의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반대해 시민단체들이 수신료 국민공청회를 열었다. 14일 오전 10시 방송회관에서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날선 비판들이 이어졌다. ⓒ 이주연

 

"도둑놈들이 집을 털려고 들어왔다가 돈이 없으니 현금 쌓아놓으라고 협박하는 꼴이다."

 

KBS가 2500원에서 6500원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의 일갈이다. 최 위원장은 '수신료 국민공청회'에서 "(수신료 인상 추진이) 한편으로는 고맙다"며 "국민의 방송을 강탈해서 정권의 품으로 돌려준 세력이 수신료 인상을 무리하게 강행함으로써 (이는)언론의 중요성을 전 국민적 관심사로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KBS는 이사회에 2500원에서 4600원~6500원으로 수신료를 인상하는 안을 보고했다. 이 중 6500원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청회 이후 KBS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의결 절차를 밟으면 수신료는 인상된다. KBS는 이사회 보고 이후 첫 단계인 'KBS 주최 공청회'를 14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여는 등 수신료 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 행동)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공청회가 열리기 4시간 전인 오전 10시 '수신료 국민공청회'를 열었다. 이른바 맞불 공청회다.

 

'국민공청회' 발제를 맡은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개련) 상임정책위원은 "수신료를 6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 비중을 0%로 하면 6470억 원이 광고시장으로 유입되는데 이는 딱 종합편성(이하 종편) 채널 2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만큼"이라며 "수신료 인상은 신뢰성 강화 수단이 아닌 종편 채널로 광고를 빼내기 위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KBS 수신료 인상은 조·중·동의 의지"

 

 시민단체들은 수신료를 올리려는 수상한 삼형제로 이명박 대통령, 김인규 KBS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꼽았다. 사진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팻말.

시민단체들은 수신료를 올리려는 수상한 삼형제로 이명박 대통령, 김인규 KBS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꼽았다. 사진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팻말. ⓒ 이주연

시민단체들은 수신료를 올리려는 수상한 삼형제로 이명박 대통령, 김인규 KBS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꼽았다. 사진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팻말. ⓒ 이주연

토론자로 나선 최영묵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로부터 종편 채널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큰 <조선> <중앙> <동아>의 의지가 수신료 인상에 담겼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사회 담론이 월드컵에 맞추어져 있는데 월드컵 중계도 못하는 KBS가 미디어 정책 중 가장 인기 없고 욕먹어야 하는 수신료 인상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바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수신료를 인상 안 한다고 굶는 것도 아닌데 일부러 나와서 돌팔매 맞는 것을 보라"며 "이는 수신료 인상이 KBS의 의지라기보다 권력과 조중동의 의지에 더 가깝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공동대표는 KBS의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대해 "비겁하고 뻔뻔하다"고 맹비난했다. 정 공동대표는 "수신료는 방송사와 시청자 간 사회적 계약으로, 인상의 주체는 시청자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시청자들은 월드컵에 관심이 쏠려 있다"며 "그 사이 도둑고양이처럼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행태가 매우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KBS 1TV는 광고를 하는 MBC보다 신뢰를 못 얻고 있다"며 "그럼에도 KBS는 광고만 없애면 공영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수신료 인상 등은 공정성의 필수 조건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먼저 이루어져야 논의가 가능하다"며 "이부터 갖추고 공론화를 추진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MB 특보' 김인규 사장이 퇴진하고, 보복성 인사가 회복되는 등 KBS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수신료 인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료 논의가 진행되려면 우선 KBS가 공정성을 갖추고 공영방송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발제와 토론이 끝난 후 KBS 측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강덕 KBS 대외협력 부장은 마이크를 잡고 "KBS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는데 원론적으로만 얘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지적해 달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또 "국민이 수신료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따라서 수신료는 국민의 대의적 기관인 KBS 이사회가 결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덕 부장의 발언에 곧장 날선 답변들이 돌아왔다. 김영호 KBS 이사는 "KBS는 2시 공청회에 대해 이사회에 보고한 적이 없다"며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수신료 인상의 주체가 이사회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느냐"고 쏘아 붙였다.

 

정연우 민언련 대표는 "이사회가 국민 대의제라고 하는데, 국민들이 KBS 이사를 뽑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대의제라고 하냐"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민언련이 KBS에 매일 (KBS의 보도행태를 비판한) 일일보고서를 보낸다"며 "구체적 증거가 많이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덧붙였다.

 

MB·김인규·최시중, 수신료 구걸

 

 시민단체들은 맞불 기자회견도 열었다. 기자회견자리에서는 "지금 내는 수신료도 아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은 맞불 기자회견도 열었다. 기자회견자리에서는 "지금 내는 수신료도 아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이주연

시민단체들은 맞불 기자회견도 열었다. 기자회견자리에서는 "지금 내는 수신료도 아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이주연

 

시민단체들은 국민공청회 뿐 아니라 기자회견으로도 KBS 공청회에 '맞불'을 놨다. 이날 오후 1시 30분, 방송회관 앞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 강행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은 민언련과 한국진보연대, 진실을알리는시민모임(진알시) 등이 주최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들은 "KBS는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4대강 사업 등 국민의 관심사를 외면하며 '북풍몰이'에만 몰두했다"며 "KBS가 보이는 '나팔수' 행태를 생각하면 지금 내는 수신료도 아깝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후 진알시 회원들이 준비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각설이 복장을 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은 각자의 등에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를 업고 수신료를 구걸하고 나섰다.

 

3인방은 수신료를 못 내겠다는 시민들에게는 빨간 딱지를 붙이며 "수신료 안 내는 것들은 다 빨갱이"라며 "수신료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가서 월드컵 응원이나 하라"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수신료 구걸에 나선 3인방이 맞이한 최후는 물폭탄 세례였다. 쏟아지는 물 폭탄을 감당 못한 3명이 무릎을 꿇고 비는 것으로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진알시가 마련한 퍼포먼스도 진행되었다. 각설이 복장을 한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이 수신료를 구걸하는 모습이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진알시가 마련한 퍼포먼스도 진행되었다. 각설이 복장을 한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이 수신료를 구걸하는 모습이다. ⓒ 이주연

기자회견 자리에는 진알시가 마련한 퍼포먼스도 진행되었다. 각설이 복장을 한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이 수신료를 구걸하는 모습이다. ⓒ 이주연

 

KBS 4600원~6500원 수신료 인상안 발표

 

한편, 같은 날 진행된 'KBS 주최 공청회'에서는 최소 4600원에서 최대 6500원까지 수신료를 올리는 방안이 발표되었다. 공청회 발제를 맡은 지연옥 KBS 시청자본부장은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개선안에 따라 보수적 개선안(수신료 4600원), 중도적 개선안(수신료 5200원), 적극적 개선안(수신료 6500원)을 발표했다.

 

보수적 개선안은 프라임 시간대 드라마 제외 광고 폐지(광고 비중 19.7%) 및 인력감축 10%, 중도적 개선안은 프라임시간대 광고폐지 (광고 비중 12.3%) 및 인력감축 14%, 적극적 개선안은 상업광고 완전폐지 (광고 비중 0%) 및 인력감축 14%를 골자로 한다. BCG는 6500원 인상 안을 지난 9일 KBS 이사회에 제시한 바 있다.

 

이날 KBS 주최 공청회에선 오전에 진행된 '국민 공청회' 못지않게 날카로운 비판들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수신료는 현실화 되어야 한다"면서도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공공기업의 비효율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인원을 감축한다고 하지만 자연 감소인원 외에 실질적인 인원 조정 계획이 보이지 않아 뼈를 깎는 자구책이 아니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 KBS측에서 6500원 안을 미는 것으로 보이는데, 25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며 "국민 정서를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BCG의 자료 공개 문제를 짚었다. 김 교수는 "BCG의 자료 중 일부 결과만이 공개되었을 뿐 전체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수신료 집행에 대해 투명하게 논의가 진행되려면 BCG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려면 인상의 근거가 된 BCG 자료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문제제기다.

 

그러나 최철호 KBS 기획 팀장은 "보고서 공개는 KBS의 약점이 노출되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며 공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0.06.14 21:53ⓒ 2010 OhmyNews
#KBS 수신료 #6500원 #미디어 행동 #진알시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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