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뛰노는 야외공원... 멋진걸?

소떼 초원 누비고 잔디밭 드넓은 전남 고흥 죽암농장

등록 2010.06.21 15:16수정 2010.06.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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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고 있는 고흥 죽암농장. 한우농장이라기 보다 야외공원 같다. ⓒ 이돈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가 있다. 분수 연못엔 잉어가 노닐고 있다. 물레방아도 한쪽에 서 있다. 운동장 건너편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수련과 창포가 꽃을 활짝 피웠다. 물에선 피라미 무리가 유영하고 있다. 민물장어도 보인다.

천연의 잔디밭은 연초록 물을 잔뜩 머금었다. 통나무로 만든 쉼터에선 여유가 묻어난다. 길섶 꽃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만치 보이는 풀밭에선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이다.


그 둘레로 냇물이 흐르고 있다. 해자(垓子)다. 옛날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 파 물을 흐르게 한 것과 같은 이치다. 농장을 지키는 방범용으로 파놓은 것이다. 사람의 왕래는 자유롭게 하되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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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냇물. 옛날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 파 물을 흐르게 한 '해자'와 같은 이치다. 농장 방범용 냇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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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연못. 수련 활짝 핀 풍경이 아름답다. ⓒ 이돈삼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뉴질랜드의 목장 풍경도 아니다. 전라남도 고흥군 동강면 장덕리에 있는 '죽암농장'이다.

선입견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대규모 한우농장이라고 해서 축사가 즐비할 것으로 생각했다. 우분 냄새 진동하고 파리 떼 들끓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다. 야외공원이다. 진짜 공원보다도 더 공원 같다.

방목장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소떼가 행복해 보인다. 때깔도 좋다. 건강한 소 그 자체다. 축사에 갇혀 지내는 소와 비교할 수 없는 호사다.

"저희 농장의 경쟁력입니다. 요즘 얘기로 친환경 방목축산이죠. 방목을 하니까 사료비를 줄일 수 있어요. 소도 적당히 운동을 해서 건강하잖아요. 지방이 골고루 분포돼 육질도 부드러워요. 당연히 맛과 향도 최고죠."


송하국 농장 사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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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소들이 방목장을 맘껏 뛰어 다니고 있다. 그만큼 건강하고 행복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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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의 소떼들. 사진을 찍으려는 필자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 이돈삼


이 농장 한우의 1등급 출현율은 90%대에 이른다. 일반 배합사료만 먹인 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생산에서 출하까지 전 과정에서 안전하다는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받았다. 사료에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은 덕이다.

죽암농장의 한우 사육 두수는 번식우와 비육우를 포함 모두 1500두. 대규모 축산이지만 다른 축사와 달리 농장 안팎이 깔끔하다. 냄새도 없다. 파리·모기도 찾을 수 없다.

"비결이요? 퇴비순환농법이죠. 우분에 톱밥을 섞어서 발효시켜 친환경 퇴비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퇴비는 농장에서 경작하는 농사의 밑거름으로 쓰고, 거기서 자란 풀과 볏짚을 다시 소에 먹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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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암농장 축사에는 톱밥이 많이 깔려 있다. 이 톱밥은 우분과 섞여 퇴비로 발효·숙성된다. ⓒ 이돈삼


죽암농장의 퇴비순환농법은 국산 소나무에서 얻은 톱밥을 5㎝정도 두께로 축사에 깔아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분과 섞인 톱밥은 퇴비제조장으로 옮겨져 발효·숙성된다. 친환경 퇴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퇴비는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뿌려져 친환경 벼와 풀사료 생산의 밑거름으로 쓰인다. 다 자란 볏짚과 풀은 다시 소의 조사료로 이용된다. 결국 우분으로 퇴비를 만들고, 그 퇴비로 벼와 풀사료를 생산하며, 그것을 다시 소가 먹는 것이다.

발효퇴비를 껴안은 땅의 미생물 작용도 활발하다. 자연스레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도 알찬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간척지인데다 유기질 퇴비까지 듬뿍 넣은 친환경 재배로 무농약 품질인증도 받았다.

여기서 생산된 쌀은 창업자의 이름을 딴 '金세기쌀' 브랜드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밥맛도 으뜸이다. 직거래 회원만도 20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파라다이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기농 파라다이스요. 여기에서 농업생산은 물론 농촌문화까지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죠. 소비자가 만족하는 건강한 농축산물 생산은 기본이고요."

송하국 사장의 말에서 죽암농장의 미래를 본다. 생각만으로도 멋들어진 농장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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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드넓은 고흥 죽암농장 전경. 축사와 방목장을 빼면 야외공원이 따로 없다. ⓒ 이돈삼


#죽암농장 #고흥 #방목축산 #송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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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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