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갱이는 돔과도 바꾸지 않는다

[맛객의 맛] 제철생선의 맛은 가격과 상관없다

등록 2010.06.27 12:10수정 2010.06.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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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회가 맛있는 철이다 ⓒ 맛객


"역시 제철에 난 생선이 가장 맛있어" 안 바꾼다.


전갱이회를 함께 먹던 동석자 중 한 명의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양이 제법 많은 전갱이회 한 접시를 비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원래 회를 뜬 사람은 자신이 뜬 회를 그리 맛있게 먹지는 않는다. 회를 뜨는 과정에서 이미 비린내나 적나라한 내장 등을 보면서 질려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갱이회만큼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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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 뱃살은 구수하고 달다 ⓒ 맛객


내가 직접 뜬 회였지만 젓가락이 쉴 틈이 없었다. 쌀의 풍미가 녹아든 듯한 구수한 뱃살, 보드랍지만 식감이 살아있는 등살에 혀가 미칠 지경이다. 회가 달다는 느낌이 절로 느껴진다. 선도가 좋은 녀석이라 잡내가 없다. 덕분에 비린내나 잡맛을 씻겨내는 맥주조차 불필요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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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가 살아있다. 구이도 좋지만 횟감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 맛객


회를 먹는 시점에서 6시간 전 부산 자갈치시장.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횟감을 찾아 나섰다. 이 광경을 노래가사로 표현하자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아니라 자갈치시장의 맛객을 본적이 있는가이다. 죽은 전갱이도 보이고 활 전갱이도 보인다. 가격은 3배차이. 즉석에서 아가미 쪽에 칼을 넣어 피가 빠지도록 하였다.

시메사바용 고등어도 살까 하였지만 매번 느끼는 건 생선은 선도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실보다도 욕심이 앞서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고 후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자고 맹세를 한 터라 과감하게 발길을 돌렸다. 대신 큼지막한 미더덕을 구입했다. 미더덕은 어떻게 요리할까? 서울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레시피를 맞춰 나갔다. 그리하여 탄생한 미더덕요리는 잠시 후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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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감으로 사용하기위해서 피를 빼고 있다 ⓒ 맛객


부천에 도착하니 전갱이 피를 뺀 후 약 6시간이 경과했다. 최상의 사후경직 상태가 되었다. 비록 죽었지만 표면의 황금빛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배를 가르자 한 마리만 알이 나왔고 나머지 5마리는 모두 하얀 정소가 가득 들어있었다. 전갱이가 제철임을 상태로서 알려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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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전갱이는 돔과도 바꾸지 않을 맛이다 ⓒ 맛객


회를 취미로 하다 보니 이젠 회를 뜨면서 손에 전해지는 감촉만으로도 그 회의 맛을 가늠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이 전갱이 역시 혀보다 손이 먼저 맛을 알아차렸다. 회 위에 생강과 쪽파를 올려냈다. 동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갱이회를 예찬한다. 어제만큼은 원미동 최고의 진미는 바로 전갱이회였다. 제철생선의 맛은 가격과 상관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갱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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