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모드' 시의원 당선자들 "목숨걸고 한강운하 반대"

'한강운하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 열고 구체적 대책 논의

등록 2010.06.29 21:44수정 2010.06.2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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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선거에서 시민들은 오 시장에게 옐로카드를 보냈다. 시정운영 잘못했다. 시정운영 방향이나 계획 전면 수정해라. 그 의미로 민주당 시의원들 선출했다. 서울시 예산 21조는 서울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쓰여져야 한다. 한강르네상스에 쓰인 예산, 일자리 창출·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 이거 못해내면 민주당 의원들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김용석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도봉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김 당선자뿐만이 아니었다. 김정태 시의원 당선자(영등포구)는 "목숨을 걸고 한강운하를 반대하겠다"고 했고, 한명희 당선자(비례대표)는 "땅 파다, 파다 안 되니까 이제는 강바닥을 파고 다리까지 뜯어고치는 한강운하사업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강운하사업은 절반의 환상과 절반의 은폐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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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과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정개원준비위원회 주최로 '한강운하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홍현진

29일,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과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정개원준비위원회 주최로 '한강운하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홍현진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9일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정개원준비위원회는(이하 준비위원회) 한국건강연대 3층에서 한강운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한강운하를 포함한 한강르네상스사업을 중단시킬 '전략'을 구체적으로 고민했다. 지난 21일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 13명은 오세훈 시장과 면담을 갖고 "한강운하의 시작사업인 양화대교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한강운하의 공학적 검토'(박창근 관동대 교수), '한강운하의 경제성 검토'(조명래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 '한강운하 공론화 및 절차적 해결방안'(김정태 서울시의원 당선자)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 서울환경운동연합 의장인 최영찬 서울대 교수의 진행으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토론회에는 한명희 시의원 당선자, 조명래 단국대 교수, 박수택 SBS 기자, 정남순 변호사,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국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단상 아래에 앉은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 10여 명은 그야말로 '열공모드'로 토론회를 경청했다. 이들은 거듭 고개를 끄덕이면서, 종이 한 가득 메모를 해나갔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앞다투어 질문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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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영등포구) ⓒ 홍현진

김정태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영등포구) ⓒ 홍현진

특히 이날 김정태 당선자는 시의회가 할 수 있는 실질적 '한강운하사업 해결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양화대교 남단이 있는 영등포구가 지역구인 김 당선자는 자신을 "한강운하를 반대해야 할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한강운하사업은 경인운하와 서울한강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서울시는 경인운하와 서울한강구간에 5000톤급의 국제크루즈선이 드나들 수 있도록 양화대교 교각 사이의 거리를 넓히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김 당선자는 "한강운하사업은 절반의 환상과 절반의 은폐로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양화대교 공사현장만 해도 '구조개선사업'이라고 하니까 시민들은 '뭐가 불편하까 고치나 보다'라고 생각하지 교각을 뜯어고칠 줄은 모른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또한 "자료조사를 해보니 한강운하 사업비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8대 시의회에서 이 모든 걸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행정사무조사 실시, 예산 심의권 활용해 한강운하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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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비례대표) ⓒ 홍현진

한명희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비례대표) ⓒ 홍현진

이를 위해 김 당선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행정사무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한강르네상스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국회로 말하면 '조사특위'를 만들어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또한 "시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활용해 시민들이나 시의원들 모르게 편성되고 있는 예산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한명희 당선자는 한 발 더 나아가 "한강르네상스사업 예산이 어떤 식으로 편성되는 지 예산 전체를 들여다보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한 당선자는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주제 토론에서 엄석민 교수는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프로젝트가 경제성이 없다는 7대 서울시의원들의 지적에 오 시장이 "공부를 하고 근거를 들어 비판하라"고 말했던 일화를 전하면서 "공부를 하고 정신차려야 할 사람은 오 시장"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한 의원은 "공부하라고 이야기하라는 질타를 우리도 받을 수 있겠다"면서 "(토론회를 통해) 공부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박창근 교수는 "실력이 없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전문가들이 널려있으니 잘 활용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임 교수 역시 "자원봉사는 언제든지 기꺼이 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물어볼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서슴지 말고 물어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명래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한강운하사업을 중단시키지 못하면 4대강과 마찬가지로 되돌리기 힘든 생태환경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의원들의 임기인 "4년 내에 끝장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06.29 21:44 ⓒ 2010 OhmyNews
#한강운하 #한강르네상스 #서울시의회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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