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포에 항의하다 경찰 밀쳤으면 '무죄'

대법 "공무집행방해 혐의 무죄 선고한 원심 확정"

등록 2010.07.07 17:09수정 2010.07.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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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체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거나 경찰버스 밑에 들어가 누웠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J(47)씨와 K(37)씨는 2007년 4월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시위를 하던 중 경찰관들이 시위 참가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을 보고 "왜 사람을 태우느냐"라고 소리치면서 경찰버스 쪽으로 다가갔다.

 

이후 이들은 시위를 바라보던 지인 P 씨를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의경의 가슴을 밀치고, 팔을 잡아당기고,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가 누워 체포된 사람들을 태운 경찰버스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검찰이 현행범체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J 씨와 K 씨를 기소하자 이들은 "P 씨는 시위를 바라봤을 뿐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P씨 등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현행범 체포는 부적법해 설령 경찰에 대한 폭행이 있었더라도, 이는 불법적인 체포를 항의한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인 제주지법 형사1단독 김형철 판사는 2008년 10월 J씨와 K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P씨의 현행범 체포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의경의 가슴을 밀치거나 팔을 잡아당기는 등의 폭행을 가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P씨는 연좌시위를 지켜봤을 뿐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이 P씨를 체포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경찰버스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버스 밑으로 들어가 누운 행위만으로는 현행범 체포의 직무를 집행하는 의경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검찰은 "피고인들의 폭행은 특정 시위참가자들의 불법체포를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위 참가자들의 연행 자체에 대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특히 경찰버스 밑에 누운 것은 호송버스의 진행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호송업무를 담당하는 의경 등에 대한 간접적인 유형력 행사"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는 지난해 11월 "검사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들의 행위가 의경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시위를 지켜보던 P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경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의경에게 폭행을 가한 행위는, 불법체포로 인해 P 씨의 신체에 가해질 수 있는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J 씨와 K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집행을 전제로 한다"며 "현행범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동행을 거부하는 자를 체포하거나 강제로 연행하려고 했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면 시간적, 장소로 봐 체포당하는 자가 방금 범죄를 실행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증거가 명백히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의경이 시위를 지켜보던 P 씨를 체포한 것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법리 및 기록에 비춰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직무집행의 적법성 및 폭행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7.07 17:09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공무집행방해 #불법체포 #현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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