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서울 마포을)의 성희롱 발언 파문이 커지자 여성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계속 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국회의원들의 성 의식 부족을 질타했다.

강경란 전국여성연대 사무국장은 2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너무나 황당하다"고 입을 떼며 "발언의 면면을 보면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도 (강 의원을) 고소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밝혔다.

강 사무국장은 "한나라당은 과거에도 여성을 하나의 인격으로 보지 않아 문제를 일으켰다"며 2006년 최연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여기자에게 성추행을 한 일을 언급했다.

또 그는 "성 인지 예산이 책정되고 남녀평등을 위한 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이런 성 차별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앞으로 의원으로서 활동을 수행하는데 성 차별적인 의식이 어디서든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사무국장은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당 차원의 출당조치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공인으로서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괜히 성희롱 정당이라고 하겠나"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 국장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왜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한나라당을 성희롱 정당이라고 하는데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차옥경 국장은 "한나라당에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을 보니 당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체 정화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고 있는지도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나라당의 여러 의원이 성희롱으로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아직도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보면 이번 사건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통틀어 봤을 때 전반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성 평등 마인드나 여성인권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박차옥경 국장은 "이번 일은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강용석 의원이 아직 사과를 하지 않고 '별로 문제될 것 없었다'는 태도인 것 같은데,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강 의원이 당내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철저히 받아야 하며, 한나라당의 조치도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희롱, 성추행 문제를 계속 일으킨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0일 <중앙일보>는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 심사위원이었던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6일 이 대회 참가자인 남녀 대학생 20여 명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사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패널 구성은)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고 말했다고 이 자리에 있었던 한 대학생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중앙일보>는 강 의원이 장래 희망이 아나운서인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서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브리핑을 통해 "윤리위원회가 즉각 회의를 소집하고 보도된 내용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서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출당을 포함해서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강용석 의원의 발언이 언론 보도와 인터넷,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면서 강 의원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