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이 휴가도 못 가고 책 표지 갈았죠"

['지난 10년 최고의 책' 만든 사람들 ①] 박윤우, 이광호, 한철희

등록 2010.07.23 14:02수정 2010.07.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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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들이 뽑은 '지난 10년 최고의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책을 내기 전부터 출간 후 뒷얘기까지, 10권의 책을 만든 출판사 대표들에게 '지난 1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박윤우 / 부키 사장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2007)
"42만 부 판매 비결은 진보와 보수 아우르는 현실에 기초한 균형감각"


 박윤우 부키 사장
박윤우 부키 사장부키
-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취지는.
"장하준 교수는 그동안 영어로 된 학술서만 썼어요. 이 책도 영국의 에이전트가 대중을 위한 경제학 책을 하나 쓰자고 해서 쓰게 된 것입니다. 영어로 먼저 쓴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뭔가 주도적으로 기획에 참여한 것은 없습니다."

-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된 소감은.
"영광이죠. 출판사 사장으로서 이런 일은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 이 책의 출간 후 판매 상황은.
"108쇄까지 찍었고 대략 42만부가 나갔습니다."

- 책 출간 후 시장반응이나 독자 평가가 기대했던 수준이었는지.
"장하준 교수를 전 국민이 사랑하더군요. 장 교수 책이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첫째는 학문적 백그라운드가 튼튼합니다. 우리나라가 대중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경제학 개론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 독자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그걸 안 해줬지요. 그런데 장하준 교수가 그런 필요를 만족시켜준 겁니다. 사람들이 경제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나 맹신을 많이 깨부수는 역할을 했지요. 두 번째 이유는 장 교수가 굉장히 객관적이에요.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입니다. 현실에 기초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진보와 보수 양쪽에 모두 설득력이 있지요."

- 이 책과 관련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에 이 책이 얼마나 나갈 것 같냐고 물어보더군요. 운이 좋으면 10만쯤 나갈 것 같다고 말했더니 주변에서는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책이 40만 부 넘게 나갔어요. 뿌듯했습니다."


- 한국 출판문화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출판계는 예전에 비해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번역이 등한시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초학문은 번역의 발전 없이 발전할 수 없거든요. 좋은 책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기초학문에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가령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같은 책은 아주 좋은 과학책이고, 이런 책을 보고 자라면 사람들이 꿈을 가지게 되지요. 특히 학술영역에서는 텍스트 부족이 갈수록 심화될 것 같습니다. 외국서적의 번역이 필요한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서적도 다양하고 필자들의 층도 풍성합니다. 지식인들도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지요. 그런 좋은 점을 좀 배워 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광호 / 레디앙 대표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 지음, 2007)
"고등학생과 20대가 많이 읽어서 다행... 20대 문제, 세대 간 연대로 풀어야" 


 이광호 레디앙 대표
이광호 레디앙 대표레디앙
-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취지는.
"원래 다른 출판사에서 나올 책이었는데 그 출판사가 우석훈씨와 의견이 달라서 출판이 결렬됐습니다. 그 뒤에 몇 번 다른 출판사들을 거친 후에 레디앙으로 오게 됐죠. 저희는 우석훈씨와도 의견이 맞고 충분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간했습니다."

-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된 소감은.
"선정 경로가 시민기자, 누리꾼, 전문가가 함께 뽑은 책이라 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 왜 이 책이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보는가.
"기존의 학자들이 한국 사회의 20대를 그저 소비 주체로 호명하던 것과는 달리 정확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20대를 승자독식 구조의 피해자로 조망하고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풀어나가는 과제가 되어야 한다, 세대 간 연대로 앞으로도 재생산될 10대, 20대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책의 문제의식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고 봅니다."

- 이 책의 출간 후 판매 상황은.
"12만 부 정도 팔렸습니다. 요즘도 1500부에서 2000부 정도는 매달 나가고 있어요."

- 책 출간 후 시장반응이나 독자 평가가 기대했던 수준이었는지.
"이 책을 내면서 10대, 20대가 이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는데 다행히 고등학생들이나 20대가 많이 읽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논술을 준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교재로도 소개됐지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이끄는 독서모임 같은 곳에서는 이 책을 교재로 삼아서 공부를 많이 하더군요. 저자인 우석훈씨도 고등학교의 강의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 이 책과 관련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책이 레디앙에서 만든 첫 번째 책입니다. 아무래도 출판이 서툴다보니 초기에 대형사고가 하나 있었지요. 책 표지가 잘못돼서 초판 찍은 걸 다 표지를 갈았거든요. 그래서 책 홍보랑 언론 인터뷰가 다 나간 상태에서 초반 보름 정도는 책을 시장에 내놓지 못했어요. 그때가 마침 여름 휴가기간이었는데 전 직원이 휴가도 못 가고 애를 태웠던 기억이 납니다."

- 한국 출판문화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우선 대형 출판사들이 책을 사재기해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관행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공교육과정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과학 분야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은 여전히 손익분기점도 못 맞추는 곳들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지역도서관 등과 연계해서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습니다."

한철희 / 돌베개 사장 (강의, 신영복 지음, 2004)
"말로만 독서 강조하지 말고 독서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해야"

 한철희 돌베개 사장
한철희 돌베개 사장돌베개
-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취지는.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동양 고전들이 많이 언급됩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도 동양고전과 관련된 부분을 한번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으셨어요. 성공회대에서 그 내용으로 강의도 하셨고요. 그래서 묶어 내게 됐지요."

-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된 소감은.
"'지난 10년 최고의 책' 10권 안에 뽑히게 되어서 몹시 기쁩니다."

- 왜 이 책이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보는가.
"동양고전을 해설하거나 소개하는 책은 그동안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 책 역시 동양고전을 다루고 있지만 단순한 해설이 아니에요. 신영복 선생은 책 속에서 현재 시점에서 우리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나 화두를 성찰하면서 고전들을 새롭게 해석하기도 하고 고전을 가지고 우리 시대를 새롭게 해석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들 때문에 이 책이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 이 책의 출간 후 판매 상황은.
"지금까지 15만 부가량 팔렸습니다. 이 책이 인문서로서 쉬운 책도 아니고 또 부피도 있는데 그런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이 팔린 셈입니다."

- 책 출간 후 시장반응이나 독자 평가가 기대했던 수준이었는지.
"기대했던 것보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더 컸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데 많이 팔렸거든요. 저희 내부에서는 책을 내기 전에 신영복 선생 독자층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는 팔릴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이 팔렸죠."

- 한국 출판문화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항상 하는 얘기지만 우리 사회나 국가가 전체적으로 책을 잘 안 읽습니다. 도서관 등의 사회적인 독서 인프라도 미흡한 수준이지요. 말로만 지식사회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독서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미비점들이 출판문화의 발전을 제약하고 우리 사회 자체가 창조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년 최고의 책 #한철희 #이광호 #박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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