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름누출 막은 BP, 언론도 막아라?

[해외리포트] 과학자들 입막음에 거액 지출

등록 2010.07.22 12:46수정 2010.07.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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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과학 블로그가 기름누출 사고로 인해 발생한 타르 볼을 줍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 NIOSI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원유누출사고 3개월째인 20일(미국 현지시간), 미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를 만나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캐머런 총리는 "BP사가 누출을 막고 피해복구와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으며, 지난 15일 뚜껑으로 유정을 틀어막은 것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그는1988년 항공기 공중폭파혐의로 체포 수감되었던 리비아인 압델 바세트 알 메그라히를 스코틀랜드가 석방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조사를 요청한 데 대해 스코틀랜드를 비난하면서, 석방이 영국과 BP사의 리비아 유전개발권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혔다. 

거대 누출은 막았지만... 불투명한 미래

20일 현재, 유출구가 막힌 유정 근처 4군데 틈새에서 메탄가스와 원유가 새어나오는 것이 감지되었지만, 미 정부와 BP사는 일단 뚜껑을 덮은 채로 안정성 검사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제 감압유정과 뚜껑을 통해 진흙을 밀어넣어 유정을 영구히 막는 방법(static kill) 등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BP사의 켄트 웰스 수석 부사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스태틱 킬 방법을 고려한다는 것과 감압유정은 서로 보완적인 방법이다"라고 밝혔다.


8월 중에 설치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감압유정은 해저 13000피트 아래에 새 파이프를 박아 기름을 뽑아냄으로써 누출이 일어나는 유정의 압력을 낮추는 방법이고, 스태틱 킬은 이미 실패한 톱 킬과 유사하나, 긴 파이프가 아니라 뚜껑을 통해 유출을 차단한다는 점이 다르다.

미 정부의 원유누출 대응 책임자인 테드 알렌 사령관은 19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브리핑에서 "나는 BP사에 하루 더 안정성검사를 하도록 위임했다. 이 검사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징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등 모든 조처를 다하는 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완벽한 누출 차단은 불투명한 상태라 할 수 있다.


현재 여론은 BP사가 독점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부는 감독만 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20일 <워싱턴 포스트>는 "유정을 다시 열어서 수면의 시추선까지 연결하지 않는다면, 하루 유출량을 계산하기가 어렵다. 하루 유출량은 BP사의 피해보상액을 결정하는 데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무과실 사고에 배럴당 1100달러, 무모한 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 배럴당 4300달러 벌금 부과를 규정하는 미 깨끗한물법(Clean Water Act)을 적용하면, BP사가 보상해야 하는 피해보상액은 최저 24억달러(하루 3만5천 배럴, 무과실)에서 최고 184억달러(하루 6만배럴, 무모한 과실의 경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추정 하루 3만5천에서 6만 배럴의 원유가 흘러나와 최악의 원유유출사고로 기록된 멕시코만 사고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작은 누출 문제와 이미 유출된 원유의 수거, 환경파괴, 피해복구 노동자들의 건강문제, 멕시코만 인접 주민들의 생계문제 등 처리할 일들이 산적해 있어 멕시코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언론 통제하는 BP... 과학자들 입막음에 수십억 달러 지출

BP사는 청소, 방제, 피해 보상 등에 이미 40억달러 상당을 지출했으며, 2억달러를 개인 보상 합의금으로 지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11만6천명이 피해보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에 BP사는 자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20일 미 진보센터는 BP사가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미시시피 주립대학과 텍사스 A&M 등 멕시코만 주변 대학에서 조사활동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의 입막음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센터는 '모빌 프레스 리지스터' 계약을 인용해 현재 자연자원 피해 평가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경우, 그들의 연구결과를 출판할 수도 없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19일 <워싱턴 포스트>는 BP사가 언론에 공개한 유정 사진 일부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블로거 존 아라보시스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또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건강위해도 평가를 위해 찍은 모든 사진은 사전 검열 없이 공개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으며, 비관계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등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탁상우 박사 ⓒ 전희경

오마이뉴스는 최근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지역으로 파견되어 역학조사를 하고 돌아온 미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관 탁상우(42) 박사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어떻게 해서 파견된 것인지.

"건강에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생각되는 노동자나 고용주가 건강 위해도 평가를 요청하면, 미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산업보건의학, 산업위생, 역학 전문가로 이루어진 조사단을 현장으로 파견하여 질병원인을 조사하고, 전문적인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요청된 불만을 해결한다. 지난 5월 28일, BP사는 미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멕시코만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을 평가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연구원은 현재까지 30여명의 전문가를 파견하여 작업환경과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 미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벤젠 등 유기화학물질이 염려된다고 했는데 사고현장을 다녀온 소감은?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미시시피, 알라배마, 플로리다 세 주를 돌면서 작업환경을 살펴보고, 건강위해도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를 했다. 건강 위해요인에 노출된 노동자들 중 고위험군은 해안과 습지 청소담당, 야생동물 구호담당, 폐기물 관리담당, 기름방제기구담당 등 4그룹이다. 노동자들은 12시간 교대근무로 일주일내내 일하고 있었다.

피해가 심각한 루이지애나 지역외에 미시시피 주에서 타르 볼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기름이 해수와 만나 만들어낸 공처럼 생긴 타르 볼은 강한 햇빛 아래서 녹아 땅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사진을 많이 찍어왔지만 모든 사진은 사전 검열 없이 공개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줄 수가 없다. 현장에서는 비관계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등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

- 7월 12일에 공개된 동연구원의 건강위해평가 2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간 루이지애나 주의 베니스 부속병원을 찾은 1004명의 환자 중에서 36%는 이비인후과계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15%는 골관절 손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의 71%는 가벼운 증상이어서 하루만에 귀가조치되었다는데, 최근 대두되는 건강상의 위해 요인들에 대해 말해달라.
"지난달 열 스트레스(Heat stress) 관련 건은 2%에 불과했지만, 7월 들어 증가하고 있다. 열 스트레스는 해변가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위해요인이다. 현재 온도와 습도, 쉬는 시간을 체크하며 관리를 하고 있는 편이다.

노동자들은 가장 더운 낮시간에는 10분 일하고 50분 쉬거나, 30분 일하고 30분 쉬는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천막을 쳐서 쉴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하고 있지만. 의자가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선 스크린 크림이나 스프레이가 제공되지 않는 곳도 있어, 지나치게 햇빛에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도 문제다. 고열조건하에서 12시간 이상씩 노동을 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또 대부분 임시직이라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30~40일 연속해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문제가 심각한데다 고용불안정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타르 볼 제거를 위해 삽이나 갈고리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런 도구는 너무 무겁고, 불편한 작업자세를 불러온다. 또 큰 삽을 이용하다보니 모래가 백에 담겨 백이 무거워진다. 무거운 백을 들거나 끌때,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아 타르 볼을 주울 때, 근골격계에 무리가 가서 허리, 목,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 작업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지역에서는 노동자들 스스로가 가벼운 도구를 만들어서 타르 볼을 제거하고 있었다. 작은 컨테이너와 덕테이프 등 집에서 사용하는 도구들로 만든 체나 쓰레받기 같은 청소도구를 이용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 보호장구가 필요없어 보이는 곳에서 장갑, 안면보호구, 보호안경과 작업복을 착용하여 열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인체는 열에 대한 자동 온도조절 능력이 있지만, 무더운 날씨나 고온의 작업장에서 통풍이 안되는 작업복을 입고 무리하게 작업을 할 때는 체온이 위험한 상태까지 올라가서 건강 및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노약자, 비만이거나 질병이 있는 사람, 약을 복용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열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짜증나게 하며,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사고 위험을 증대시킨다. 두통과 구토증상, 현기증이 일어나며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기름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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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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