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출입문에 붙어 있는 회사의 3차 경고문
곽영신
이번 파업은 KBS 역사상 유례없이 참여율이 높다. 전체 조합원 976명 중 90%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고, 매일 열리는 집회에도 꾸준히 300~400명이 참석한다. 기대 이상의 참여 열기에 고무된 조합원들이 '이 정도면 추석까지도 가겠다'는 얘기들을 한단다. 하지만 정말 언제까지 파업을 이어가게 될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노조는 그들의 뜻이 일정 부분 관철될 때까지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세워놓고 있다.
새로운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 설치, 직제개편과 순환근무 등 인사개편 때 노조와 협의, 시간 외 임금 현실화 등 6개 항이 노조의 요구사항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유명무실한 기존의 공정방송위와 별도로 새 노조와 회사 사이에 '공방위'를 설치하는 문제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국장은 "공방위보다 노사의 진정성 있는 합의 분위기, 즉 힘든 KBS의 상황을 양측이 평화롭게 타개해 나가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KBS 건물 출입구 곳곳에는 빨간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 5일, 12일에 이어 16일에 세 번째로 내려진 회사의 업무 복귀 명령이다. 경고문은 "불법 파업 참여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무노무임, 징계 등의 조치가 있음을 밝힌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대오는 흔들리지 않는다. 노조측은 오히려 "정당한 파업 절차를 거쳤음에도 회사측이 불법 파업이라고 몰아붙이며 '1박2일'과 '소비자 고발' 등에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며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에 대체인력 투입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잘 알려진 대로 KBS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약 3100명의 조합원이 있는 기존 노조와 기자, PD, 경영직이 주축이 돼 새롭게 꾸린 새 노조가 공존한다. 새 노조는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어 가는' KBS를 기존 노조가 방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2~3년 간 눈에 띄게 보도의 객관성을 잃어 온 KBS에 실망했던 시민들은 새 노조의 출범을 뜨겁게 응원했다. 파업을 시작한 후 새 노조의 블로그에는 시청자들의 지지 댓글이 줄을 잇고, 각계의 성금도 답지하고 있다.
'짖어야 할 때 짖기 위해' 똘똘 뭉쳐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