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마을 주민이 상황실에 차려진 3개의 천막 가운데 농성자들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하나 남겨놓은 천막마저도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지용
상황실에서 천막을 철거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렸다. 그사이 주민들은 공원주변에 삼삼오오 흩어져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환경단체에 대한 비판이거나 4대강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등이었다.
여주로 이사 온 지 3년이 됐다는 이아무개씨는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청계천 사업이 잘돼서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이번 사업이 잘되면 2012년에 또 한나라당이 이길까봐 그러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공사 끝나면 제일 먼저 놀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50대 남성 주민은 "4대강 사업 하면 환경이 어느 정도는 망가지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환경이 조금 훼손돼도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걸렸는데 안 할 수 있나? 그래서 목숨을 걸고 이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상황실이 철수하자 주민들은 3일 오전 2시 경까지 공원에 모여 있다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주민들은 집회를 마치며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텐트 2개를 쳤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한 두 명뿐이었고 이들도 곧 현장을 떠났다. 공원에는 농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남은 세 명의 상황실 관계자들만 남았다.
이날 공원 주변에는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1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를 신고한 쪽이 '집회에 방해가 된다'며 시설물 철수를 요구하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상 철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철수 과정에서 주민들이 상황실 물품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양쪽의 충돌을 막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이날 상황실이 급작스럽게 철수한 것에 대해 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과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전혀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없었다"며 "주민들이 집회를 하는 것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실은 집회신고가 되어 있는 3일 오전 9시에 다시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련 상황실은 3일 오전에 천막을 다시 칠 예정이었지만, 4대강 찬성 주민들이 쳐 놓은 천막 때문에 천막 하나만 설치한 상태다.
[1신: 2일 오후 3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