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내밀며 다가온 여인 때문에 '헉'

고비사막 레이스에서 만난 두 명의 여인

등록 2010.08.04 16:10수정 2010.08.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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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중무장하고 해마다 더위와 싸운다. 나의 경우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뒹구는 방콕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과 운동을 통한 싸움에도 익숙하기에 (남들은 이열치열이라고 말한다) 화끈하고 뜨거운 사막에서 겪은 신비스런 체험을 전하겠다.

나는 전세계 사막과 정글, 남극, 북극 등지를 누비고 다니는 여행, 레이스 오타쿠다. 마라톤을 기본으로 하며 오지를 달리는 레이스를 15번 완주했다. 그렇지만 결코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항상 대회를 빙자한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것 일뿐이다. 하지만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훈련도 필요하기에 가끔은 운동도 한다.


이번 달에 참가하는 타클라마칸 사막 레이스를 대비해서는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와 옆 동네 아파트 단지를 부정기적으로 두 바퀴씩 돌고 있는데 힘들어 죽겠다. 더울 때 땀 뻘뻘 흘리며 달리는 일은 중노동이다. 그렇지만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몸 안의 노폐물이 빠져나가건강에도 좋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달리기를 한 날은 숙면과 더위를 덜 느끼는 현상이 생긴다.

 모래언덕을 넘고 있는 참가자들 - 이집트 사하라
모래언덕을 넘고 있는 참가자들 - 이집트 사하라유지성

서두가 길었는데 이제부터 2007년 고비사막 대회에서 겪었던 황당하면서도 진귀한 경험을 이야기해야겠다. 지금부터 2007년 6월 16일로의 시간여행을 시작하겠다.

장거리 여행의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아침부터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장비 검사를 받고 대회 장소로 이동하는 것.

필수 장비와 메디컬 검사를 마친 후 각 텐트 별 참가자로 나눠서 버스를 타고 대회 출발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대회 브리핑에서 최근 카슈가르 지역에 45년 만의 '단비'가 아닌 무지막지한 폭우가 내렸고, 그로 인해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 변동이 있을 예정이라 했다.

이 지역은 험한 고산 지대라 불어난 강물로 인해 위급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될지 약간 걱정이 생긴다. 대회 브리핑을 마치고 가려는데 주최측 레이싱더플래넷 사장인 메리가담스가 잠깐 보자고 한다.


"지성, 이번에 정말 놀랐다."
"뭐가?"
"한국이 아시아에서 제일 참가자 수가 많아서 우리 모두 깜짝 놀랐어."
"뭘 이 정도 가지고..."
"예전에는 아시아에서 일본 참가자가 제일 많았는데, 자기가 에이전트를 시작한 2003년부터는 한국 참가자가 아시아 국가에서 1등이잖아. 그리고 이번에 최다 인원 기록도 세우고."
"그런가? 아, 그러고보니 맞네. 처음에는 한국 사람이 나 혼자였지."

메리가담스는 나에게 스승 같은 존재다. 메리와는 모로코 사하라 대회를 준비할 때인 2001년에 처음 만났다. 그 당시 메리는 한국 S 전자에서 근무를 하며 모로코 대회의 미주, 아시아 에이전트를 맡고 있었다. 나는 메리를 통해서 처음으로 에이전트라는 일을 알게 됐고, 그 이후 메리를 도와주면서 내가 에이전트 일을 하게 됐다.


 나미브사막 레이스
나미브사막 레이스유지성

 북극 레이스
북극 레이스유지성


장국영이 거짓말처럼 자살하기 2달 전인 2003년 2월 홍콩의 만다린 호텔에서 메리를 만났다.

"지성,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건 한,두달 후에 발표될 기밀사항이야."
"기밀사항? 뭔데 궁금하네."

메리는 조심스레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뭉치를 꺼냈다.
"이게 뭐냐면, 그동안 내가 준비해오던 나의 꿈이자 미래야."
펼쳐진 자료는 고비사막 대회를 위한 계획서였다.

"와~ 멋진데! 그럼 고비사막에서 대회를 만드는 거야? 언제부터 시작하는데?"
"아직 현지상황 때문에 확정이 안됐지만 가급적이면 올해 개최하려고."
"언제부터 계획한 거야?"
"고비사막 대회를 만들기 위해 현지 조사하고 이것저것 하는데 3년을 투자했어."
"그랬구나."
"이제부터는 지성이 한국을 책임지고 맡아줘."
"오케이!"

메리는 1996년부터 자신의 회사를 만들고 언젠가 자신이 꿈꿔오던 대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 노력의 대표적 결과물이 현재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이다. 메리의 아이디어는 이제 세계적 이벤트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문화적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 레이스
아타카마 사막 레이스유지성

 사하라 사막 레이스 - 이집트
사하라 사막 레이스 - 이집트유지성

 남극레이스
남극레이스유지성

편한 잠자리 제공, 그런데 잠을 못자게 해

대회 2일째, 드디어 마지막 철재 현수교를 하나 더 건너면 오늘 숙박할 마을이자 캠프다. 멀리서 들리던 북소리도 가까이 들리기 시작하고 동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밝은 얼굴이 보인다.

우리들은 마을 족장 집에서 융숭한 대접과 함께 실크로 된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 받았다. 예상치도 못한 대접을 받고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체험을 갖다 보니 모두가 꿈만 같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 좀 이상한 일이 생겼다.

 두명의 여인
두명의 여인유지성

우리가 머물던 집에는 그 집 며느리와 딸이 있었고 우리는 한국 남자만 10명이 커다란 거실에서 잠을 잤다. 처음에는 잘 인식을 못 하고 친절함에 감사하며 같이 놀아 주기만 했는데 밤이 깊어가도 그 집 며느리와 딸이 계속해서 우리가 있는 공간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집 남자들은 어느새 전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자 두 명은 밤 12시가 넘도록 우리들 앞에서 계속해서 춤과 패션쇼를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안에 있는 옷이란 옷은 죄다 갈아 입고 그것도 부족해 옆집에서 빌려도 입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자야하는데, 다음날 4000미터를 올라가야 하는데 도대체 저 두 명이 앞에서 뭔짓을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일말 있었지만 피곤에 쩌든 우리들은 "재들 왜 저래?", "도대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야?", "우리 자야 하는데 잠도 못 자게 하고 뭔짓이야?"라며 여기저기서 투덜대기 시작했다.

 마운틴 데이
마운틴 데이유지성

 4000미터 정상
4000미터 정상유지성

나중에는 안되겠는지 우리들을 끌어내어 자신들의 춤판에 동원시키려고 하기도 했다. 결국 밤 12시가 넘도록 난리를 치는 두 명의 여성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디선가 그들의 아버지가 나타나 상황을 정리했다.

우리들을 무서운 눈초리로 몇번 째려보고 뭐라 뭐라 하며 두 명의 여성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영문을 모르게 잠도 못자고 소음 공해에 시달리던 우리는 내일 초죽음 지옥 코스가 기다리는 줄도 모른 채 이제야 살았다는 안도감에 빠져서 달콤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소변 보러 나갔는데 어젯밤 그 여자가 내 눈앞에

그리고 다음날,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싸늘한 새벽에 소변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을 가려고 모퉁이를 도는 순간, 어제 밤새도록 패션쇼를 하던 딸내미가 바로 코 앞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 어지러움이 몰려온다. '헉!' 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옆의 담장을 부여잡고 있으니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물끄러미 쳐다본다. 너무나 아찔하고 당황해서 벽을 잡고 뒤돌아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일어섰다.

그런데 바지를 안 올리고 엉덩이를 내 쪽으로 쭉 내민다. 번개라도 맞은 듯 내 몸은 순간 온몸이 감전된 것 같은 전류가 흘렸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몸이 꽁꽁 얼어붙어서 어찌할 줄을 모르게 된다.

입 딱벌리고 눈만 껌뻑이며 굳어 있는 내 모습에서 한동안 반응이 없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투덜대면서 바지를 올려 입는다. 그러고는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무슨 여우에게 홀린 듯 다리가 후들거린다.

에스키모나 규모가 작은 씨족 사회에서는 근친상간을 막기 위해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새로운 피를 수혈 받고자 여자들과 동침을 시킨다고 들었다. 정말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던 것일까?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궁금하기만 하다. 여우에 홀린 듯한 기묘한 이야기를 겪다보니 과연 우리는 옳은 일을 한 건지? 아니면 그들의 문화와 삶을 무시하고 상처를 준 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베트남 정글 레이스
베트남 정글 레이스유지성

덧붙이는 글 | '2010 이 여름을 화끈하게!' 응모


덧붙이는 글 '2010 이 여름을 화끈하게!' 응모
#오지여행 #마라톤 #오지레이스 #사막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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