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주인이 되는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이규봉
너무도 영어를 사랑하는 철도공사순창에서 730번 지방도를 타고 가니 섬진강이 나온다. 섬진강을 따라 곡성 입구에 들어서면서 잠시 4차선 국도를 타고 곡성을 우회하면 섬진강을 옆에 두고 섬진강 기차마을로 이어진다. 기차마을은 철도 폐선을 관광으로 재활용하여 매우 성공한 사업으로 보인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km 구간을 페달을 밟아 이동하는 기차를 '레일바이크'라고 하였다. 너무도 영어를 사랑하는 철도공사이다. '철도자전거'라는 좋은 말이 있음에도 꼭 외국어를, 그것도 공기업에서 사용하는 것이 정말로 바람직한 일일까? 세종대왕이 만든 가장 과학적인 글인 한글이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서 망가지는 경우를 전국 곳곳에서 너무도 많이 보았다. 문화대국을 지향한 백범 김구 선생이 이것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곡성에서 섬진강을 옆에 두고 하동 화개까지 왼쪽의 지리산과 오른쪽의 섬진강을 음미하며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자전거를 탔다. 담양에서 이곳 하동까지 섬진강을 끼고 이어지는 이 길은 자전거 여행하기에는 매우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640m 칠불사에 자전거로 오르다화개장터로 유명한 화개에서 지리산으로 올라가 쌍계사에 도착하였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에 절을 지어 옥천사라 이름하고 이후 문성왕 2년에 '쌍계사'라는 사명을 받았다. 국보 1점, 보물 6점의 지정 문화재와 일주문, 천왕상, 정상탑, 사천왕수 등 수많은 문화유산과 칠불암, 국사암, 불일암 등 부속암자가 있는 이 절은 우리나라 불교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칠불아자방을 찾으려 했으나 없어 물어보니 칠불사에 가면 있다고 한다. 칠불사는 이곳에서 산길로 10km나 더 올라가야 한다.
한숨을 푹 내쉬며 '아자방을 보러 왔으니 할 수 없지' 하며 자전거를 다시 산 속으로 돌렸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절은 보이지 않았다. 경사는 왜 이리 급한지. 10km를 거의 두 시간이나 걸려 올라가 보니 절이 보였다. 관광버스로 온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올라가는 나를 보며 환호성을 친다.
나중 고도를 알아보니 640m였다. 아마도 이곳까지 자전거로 쉬지 않고 올라온 사람은 나뿐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