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일본의 시대사적 배경
.. 1950년대 일본의 시대사적 배경을 모르면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더러 나온다 .. <청춘을 읽는다>(강상중/이목 옮김, 돌베개, 2009) 165쪽
"잘 이해(理解)되지 않는"은 "잘 알 수 없는"이나 "잘 모르는"이나 "잘 모를 수밖에 없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 시대사적 : x
├ 시대사(時代史) : 구분된 각각의 시대의 역사
│
├ 1950년대 일본의 시대사적 배경을
│→ 1950년대 일본 시대 배경을
│→ 1950년대 일본 역사를
│→ 1950년대 일본 사회 흐름을
│→ 1950년대에 일본이 어떤 나라였는가를
└ …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낱말 '시대사적'이지만, 역사를 다루거나 사회를 이야기하는 분들 글에서 어렵잖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대사' 말풀이가 "시대의 역사"라 하는 만큼, '시대사적 배경'이라 한다면 "시대의 역사적 배경"이라는 소리가 되겠지요.
이렇게 풀어서 들여다보면 "역사적 배경" 같은 말투를 퍽 널리 쓰는 오늘날인 만큼 "시대사적 배경" 같은 말투란 그리 얄궂다 하기 어려울 수 있고, 여러모로 널리 퍼지다가는 시나브로 국어사전에 '시대사적' 한 마디도 올림말로 실리겠구나 싶습니다. 다른 '-적'붙이 말투도 '시대사적'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국어사전에 싣기 어렵다고 여겼다가도 차츰차츰 쓰임새가 늘고 보기글이 늘며 사람들 입에 굳으면서 뿌리내리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는 "시대사적 배경"이 아닌 "시대사 배경"이라고 하면 넉넉하지 않았을까 궁금합니다. 더욱이, '배경(背景)'이란 "둘러싼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시대사 배경"이라 한다면 "시대를 둘러싼 모습"이요, "1950년대 일본의 시대사적 배경"이란 바로 "1950년대 일본을 둘러싼 시대 모습"을 일컫습니다.
여기에서 가만히 더 헤아려 보면, "1950년대 일본을 둘러싼 시대 모습"이라는 말마디는 그리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글월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만, 글월 첫머리에 '1950년대'라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에 뒤쪽에서 '시대 모습'이라 할 까닭이 없이 '모습'이라고만 적바림해야 잘 어울리며, "1950년대 일본을 둘러싼 모습"이라고 손질할 때 글흐름이 부드럽고 뜻이 또렷합니다.
┌ 1950년대 일본을 둘러싼 시대 모습을
├ 1950년대 일본을 둘러싼 모습을
├ 1950년대에 일본이 어떠했는가를
├ 1950년대 일본 모습을
├ 1950년대 일본을
└ …
다시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어느 한때 일본을 둘러싼 모습이라고 한다면 "어느 한때 일본이 어떠했는가"를 말한다 할 만합니다. "어느 한때 일본 모습"을 말한다 할 터이고, 아주 단출하게 추슬러 "어느 한때 일본"을 말한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손질하고 보기글을 통째로 다시 돌아봅니다. "1950년대 일본을 모르면 잘 알 수 없는 대목도 더러 나온다"로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르면'과 '알 수 없는'이 잇달아 나오니, 뒤쪽을 다시금 손질해서 "1950년대 일본을 모르면 알쏭달쏭한 대목도 더러 나온다"라든지 "1950년대 일본을 모르면 알아들을 수 없는 대목도 더러 나온다"쯤으로 적어 봅니다.
처음에는 '-적' 하나만 다듬으려고 마음을 기울이지만, 차츰차츰 글월 앞뒤를 손보고 매만지면서 글월을 크게 돌아볼 때에 제대로 말이 되고 이야기가 되며 뜻이 이어지도록 다독입니다. 옳게 들여다본다면 '-적' 하나만 털어낸다 하여 제대로 글다듬기를 한다 하기 어려운 노릇이기에, '-의'이며 다른 한자말이며 하나하나 걸러냅니다.
┌ 1950년대 일본사람들 삶을
├ 1950년대 일본사람 삶과 터전을
├ 1950년대 일본이라는 나라를
└ …
말이 되도록 말을 해야 하고, 글이 되도록 글을 써야 하며, 이야기가 되도록 이야기를 여며야 합니다. 낱말 하나하나 알뜰살뜰 돌아보며 보듬고 어루만져야 합니다. 말투 하나하나 살가이 돌보고 보살피며 사랑해야 합니다. 글월 한 줄이든 말 한 마디이든 내 모든 넋과 얼을 고이 담아 내 둘레 뭇사람하고 싱그러우며 맑은 기운을 나누려는 매무새여야 합니다.
내가 먹고 내 식구가 먹을 밥상을 아무렇게나 차릴 수 없다는 마음씨 그대로, 내가 내 생각을 적바림하고 내가 내 생각을 내 이웃과 나누려고 하는 자리에 쓰는 글을 아무렇게나 내보낼 수 없습니다. 내가 살아가고 내 사랑하는 동무와 살붙이가 살아갈 이 터전이 엉망진창 망가지도록 팔짱을 낄 수 없다는 마음결 그대로, 내가 내 뜻을 나타내고 내가 내 뜻을 내 둘레 사람하고 주고받으려고 하는 곳에 쓰는 말을 엉망진창 망가진 채 선보일 수 없습니다.
올바로 가다듬는 말이 되도록 힘쓰고, 올바로 가다듬는 삶이 되도록 애씁니다. 올바로 북돋우는 글이 되도록 마음쓰고, 올바로 북돋우는 삶터가 되도록 온몸을 씁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8.07 10:0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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