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에게 추천하고픈 <맛있는 빵집>

[서평] 이병진의 <맛있는 빵집> 을 읽고

등록 2010.08.10 15:53수정 2010.08.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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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진의 <맛있는빵집>
이병진의 <맛있는빵집>

시청률 40% 초반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우뚝 선 <제빵왕 김탁구>. 어려움을 뚫고 제빵왕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성장기에 온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비단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배고픈 늦은 밤, 온 국민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빵'에 관한 드라마라는 점이 인기의 한 요인일 것이다.

까탈스러운 명장 팔봉 선생의 마음마저 뒤흔든 열정 가득한 주인공 김탁구, 문득 그가 만든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팔봉 빵집에서 김탁구가 정성스레 만들어낸 빵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흘리게 하기 때문이다.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제빵사의 노력이 얼마나 맛난 빵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다행스럽게 현실에서도 드라마 속 김탁구 처럼 열정 넘치는 파티시에들이 많다. 하지만 훌륭한 파티시에들이 만든 개성 넘치는 빵을 만나볼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어느 빵집이 특별하고, 어느 빵이 맛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안이라고는 직접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수밖에 없다.

종종 아무런 기대 없이 우연히 들어선 제과점에서 내 입에 딱 맞는 보석과도 같은 빵을 접할 때면 제과점 순례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져만 간다. 과자와 빵을 오랫동안 꾸준히 먹으면 인간의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나는 내 몸이 허락하는 동안 달콤함과 고소함이 주는 즐거움을 계속 누리고 싶다. - 머리말 중에서

그런데 최근, 맛있는 빵집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줄 책이 등장했다. <맛있는빵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책 속의 파티시에들이 갖가지 기상천외한 재료로 만든 빵들을 본다면 천하의 김탁구라 할지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지 모른다. 하나의 멋진 그림이라 해도 손색 없을 아름다운 모양새와 달콤한 맛 그리고 영양가까지 듬뿍 담긴 빵들. <맛있는빵집>은 개성 넘치는, 그러면서 맛있기까지 한 빵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살구 잼을 살짝 발라놓은 몽블랑의 표면은 반짝반짝 광택이 났다. 손으로 뜯어먹을까 싶었지만, 손이 끈적거리게 되는 것이 싫어서 칼로 8등분했다. 단면은 촘촘하면서도 일정한 결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약 손으로 찢는다면 종잇장처럼 속살이 하늘하늘 일어났을 것이다. 한 조각을 포크로 찔러 입 안에 넣었다. 처음에는 달콤하고 은은한 다크 럼 향이 진하게 풍겼고 이내 시럽을 머금은 데니쉬 페이스트리의 속살이 부드럽게 씹혔다. 그리고 서서히 버터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피어오르다. 영락없는 데니쉬 페이스트리다.       (P83)


블랙올리브빵, 바움쿠헨, 보스턴소시지, 명란젓 프랑스 다트 무스 디저트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빵들에 대한 흥미 넘치는 이야기와 관련 정보가 담겨있는 <맛있는 빵집>은 미식가는 물론 제빵사들까지 탐낼 만하다.

오늘의 야식은 낮에 사가지고 온 '명란젓프랑스'. 홍대 근처에서 일본식 홈메이드 스타일의 빵과 과자를 파매하는 조그만한 빵집 <미루카레>의 대표 제품 중 하나다. 비닐로 된 포장지를 뜯으려고 하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배가 너무 곯았나보다. 그냥 덥석 먹으면 나의 소중한 명란젓 프랑스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음미하면서 먹기 위해 빵을 정확히 4등분 했다. 이제부터 이 4조각을 최대한 여유롭게 즐겨야지.              (29P)


먹음직스런 메뉴의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만든다. 해당 메뉴를 파는 제과점의 위치와 전화번호는 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병진은 몸이 허락하는 한 달콤한 빵을 먹고 싶다는 소망처럼, 전국 각지의 맛있는 빵을 찾아 제과점을 순례한다. 

빵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읽는 필자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전문가의 냉철한 분석이 아니라, 빵을 좋아하는 미식가의 행복한 식담이기 때문일 것이다.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다룬 평가이기 때문에, 읽는이의 마음에도 이질감이 없게 받아들여졌다.

필자는 <맛있는 빵집>을 읽는 도중, 유독 두 가지 빵에 관심이 갔다. '데니쉬 페이스트리 몽블랑'과 '명란젓프랑스'이었다. 이 빵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살구잼과 명란젓이라는 특이한 식재료가 사용됐기 때문일 것이다.

빵 맛을 세세하고도 정확하게 묘사한 저자의 글을 보고 있자면 한번쯤, 찾아가서 맛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빵 하나를 갖고 이토록 많은 설명을 할 수 있는 저자의 열정은 놀랍기까지 하다. 빵은 전부 비슷해라는 생각으로 아무 빵이나 대충 먹곤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맛있는 빵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꼭 봐야 할 책 <맛있는빵집>이다.

맛있는 빵집

이병진 지음,
달, 2010


#맛있는 빵집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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