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에 쓰는 글자 일기, 너무 이르다고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쓰다보면 사고력, 표현력 등에서 효과 기대

등록 2010.08.11 14:26수정 2010.08.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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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 누나랑 물미끄럼 탔어요. 처음에는 무서운지 알았는데 한번 타보니까 안무서웠다. 다음부터는 용기있는 어린이가 되어야겠다. (8월 7일)

진실이 이모랑 도담이 누나랑 원영이랑 외갓집에 갔다. 모두 배드민턴을 쳤다. 나는 잘 못쳤다. 잘 치려면 밥 잘 먹고 잠 많이 자고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한다. 내가 20살이 대면 반드시 진실이 이모를 이길 것이다. 빨리 쓰고 잠자러 가야지 ^^ (8월 8일)

a  아직 6살이라서 일기 쓰는데 아직은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내용이 좀 짧더라도 쓰는 시간을 단축해 부담을 줄여줄 생각입니다. 자꾸 하다보면 분량은 늘어나고 시간을 줄어들겠지만요.

아직 6살이라서 일기 쓰는데 아직은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내용이 좀 짧더라도 쓰는 시간을 단축해 부담을 줄여줄 생각입니다. 자꾸 하다보면 분량은 늘어나고 시간을 줄어들겠지만요. ⓒ 윤태


6살 된 큰아이가 일주일 전부터 일기쓰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림에는 소질이 잘 안 보여 그림 없는 일기를 쓰게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글쓰기를 생활화하기 위해 좀 일찍 시작하게 됐습니다.

8월 8일자 일기는 쓰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옆에서 계속 지도를 해주는데도 아직 6살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고, 했던 일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일기쓰기 전에 아이에게 일기란 무엇인지 정의부터 시작해 왜 일기를 써야하는지 또 쓰는 방법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라고 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라 사실 잘 기억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서 쓸 거리를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것이지요. 어떤 행동에서 느낀 점,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다짐이나 각오 같은 것도 질문을 통해 쓸거리를 꺼낸 후 쓰게 해봤습니다.

a  좀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쓰니 사고력과 더불어 표현력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좀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쓰니 사고력과 더불어 표현력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윤태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등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 쓰는데 애로가 있긴 합니다. 이에 대해 아이는 좀 어렵거나 헷갈린 글자를 쓰기 전에 일기장 빈 공간에 한번 써보며 맞느냐고 묻곤 하더군요. 틀린 글자 신경 쓰지 말고 완성하면 나중에 봐준다고 해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져 있는지 꼭 제대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사진에 나와 있는 것처럼 틀린 글자가 거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맞춤법 신경쓰다보면 내용이 제대로 안 나오는 법인데 말이죠.


일기는 꼭 하루에 한번씩 '반드시' 써야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줬습니다. 좀 짧게 쓰는 경우가 있더라도 반드시 빼놓지 않고 써야한다고 말이죠. 아이도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는 동안 자세히 관찰했더니 힘겨워 하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완성한 문장에 대해서는 매우 뿌듯해하고 자신감을 보이더군요. 거기에 칭찬 몇 마디 해주니 더욱더 큰 동기부여가 돼 재밌어 했고요.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생각을 펼치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일방적인 받아쓰기가 아닌 스스로 쓸 거리를 생각해 내서 쓰는 것이니까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글쓰기, 일명 '송아지 둘러메기 효과' 기대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중에 갓난 송아지 둘러매고 운동하는 것이 있습니다. 갓 태어난 송아지 몸무게가 약 15~20kg정도 되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수십차례식 송아지를 머리위로 들었다 놓았다 하며 운동을 하는 겁니다.

성인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이 송아지가 2년 정도 커서 황소가 되면 약 700~800kg이 나갑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었다 놓았다 운동을 했다면 2년 후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론상이긴 하지만요. 하룻밤 사이에 송아지가 수십 킬로 그램씩 몸무게가 늘어나진 않을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천하장사'가 되는 것이죠.

큰 아이에게 물어보니 어린이집 친구 중에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한 친구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좀 이른 감이 있거나 긍정효과와 함께 쓰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있을 법 한데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기 쓰는 추이를 지켜보려고 합니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세심한 관찰을 하면서 효과 또는 역효과에 따라 향후 글쓰기 방향을 다시 잡으면 되니까요.

요약하면 일명 '송아지 둘러메기 효과'를 통해 글쓰기의 '천하장사'가 되고자 함입니다. 6살 아이 일기쓰기 프로젝트가 말이죠.

덧붙이는 글 | 어제 큰아들 한글(국어) 방문 선생님께 이 일기를 보여드렸더니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보다 더 잘 썼다고 하시더군요. 힘을 실어주기 위한 칭찬이던, 사실이던 아이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돼 더 잘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어제 큰아들 한글(국어) 방문 선생님께 이 일기를 보여드렸더니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보다 더 잘 썼다고 하시더군요. 힘을 실어주기 위한 칭찬이던, 사실이던 아이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돼 더 잘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린이 일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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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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