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소낙비가 한바탕 쏟아져 공연을 취소할까 말까 고민했던 사무국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준 것일까. 3시부터 시작된 야외음악당 무대는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로 금방 맑게 빛났다. 중간 중간 흐린 날씨와 여린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오히려 무더위를 적셔주며 뜻밖의 시원함을 선사했다.
대공원 입구에서 공연장까지는 많은 걸음이 필요한 거리였지만 자연 숲길을 걷는 혜택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졌다. 맨발로 오솔길을 걷는 아저씨들과 자전거 대열을 이루며 트래킹을 하는 청년들,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산책을 나온 아줌마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 팔짱을 끼고 선선히 부는 바람에 마음을 나누던 사람들은 이내 음악 소리가 들리는 음악당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한여름 폭우에 물길을 머금은 푸른 잔디밭 위로 대형 무대와 관람석 그리고 시민 참여 마당 부스가 자리 잡고 있다. 풍선·양초·네일 아트, 나도 음악가 코너, 플로리스트 되어 보기, 2011년 나에게 엽서쓰기, 시간을 달리는 우체국 등은 엄마의 손을 잡고 놀러 나온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오후 4시부터 진행된 '오후만 있던 토요일' 무대에는 록큰롤러(rockenroller)인 '코코어(Cocore)'와 기타와 키보드의 하모니 밴드 '코스모스(Cosmos)', 노이즈록과 블루지록이 모두 어우러진 사이키델리아 그룹인 '비둘기 우유(Vidulgi Ooyoo)'가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이어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던 오후 6시 30부터는 2000년대의 중요한 음악적 흐름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 선물보따리가 펼쳐졌다. 90년대의 한영애, 장필순, 이상은으로 시작한 여성 음악계는 이소라, 조원선, 김윤아, 손지연, 흐른, 오지은, 오소영, 임주연, 루네, 시와, 옥상달빛 등으로 맥을 잇는다.
첫 무대를 장식한 송라이터 오소영은 9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가을에는'이란 노래로 입상하며 하나뮤직과 관계를 맺는다. 이후 그의 데뷔앨범인 '기억상실'이 세상에 나온다. 오소영의 노래는 무언가 어둠을 겪고 난 사람의 후일담 같은 정서를 담아낸다.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오지은. 자신의 음반을 발매하기 위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를 설립한 후 발표한 1집 '지은'은 솔직하게 또박또박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조력을 받은 오지은의 목소리는 모든 이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하다.
스맥소프트(Smacksoft) 황보령. 그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수건을 펼치며 흔들어댄다. 스맥소프트, 황보령의 2.5집 타이틀이다. '무슨 기준으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 거야' 하며 외치는 성난 이방인의 시선을 노래한다. 천둥벌거숭이 아웃사이더 황ㆍ보ㆍ령.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강변가요제 대상 스타 가수 이상은의 등장이 사람들의 발길을 밤 10시까지 붙들어 놓는다. 이상은은 89년 1집 'Happy Birthday'를 발표한 후 음악적이지 않은 '음반업계-스타시스템'에 지쳐 일본과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그후 3집 '더딘 하루', 4집 'Begin', 7집 '외롭게 웃긴 가게'를 거쳐 올해 14집 'We Are Made OF Stardust'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예술적인 음악세계, 프로듀싱, 극한까지 파고드는 송라이터의 고민이 어쿠스틱과 아날로그 사운드와 만나 그만의 진정성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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