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8.17 09:30수정 2010.08.17 09:30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 주둔해 있던 합천 해인사를 직접 폭격하지 않고 슬기롭게 우회 공격해 장경판전(국보 52호)과 고려대장경판(팔만대장경, 국보 32호)을 지켜냈던 고 김영환(金英煥. 1920~1957) 장군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대한불교 조계종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주지 선각 스님)는 오는 21일 오전 해인사 탑마당에서 '고 김영환 장군 호국추모제'를 연다. 또 정부는 고 김영환 장군한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는데, 이날 추모제 때 유가족한테 전달할 예정이다.
고 김영환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공군 대령이었다. 그는 1949년 공군이 육군에서 분리하며 세운 첫 공군비행단의 참모장으로 형님인 김정렬 장군과 함께 공군을 창설한 7인 중 1명이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은 가야산에 숨어들어 있었다. 공군은 인민군 소탕을 위해 비행단을 편성해 출격 준비를 했다. 고 김영환 장군은 공군비행단 편대장이었다. 폭격 지점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라는 사실을 안 김 장군은 북한군을 살려 보내더라도 민족의 소중한 문화재인 팔만대장경을 폭격할 수는 없다는 소신으로 직접 폭격을 포기했다는 것.
당시 비행한 참전 군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 장군은 "빨치산 몇 명 죽이기 위해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불태울 수는 없다"며 폭격을 우회하였다는 것. 또 그는 "영국 사람들이 말하기를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와 인도는 바꿀 수가 없다'고 했듯이, 세익스피어와 인도를 다 주어도 팔만대장경과는 바꿀 수 없고, 팔만대장경은 보물 중의 보물이다"라며 폭격을 우회하여 하였다는 것.
해인사는 "그 같은 말이나 행동을 볼 때, 당시로서는 간첩으로 몰리거나 이적행위로 간주돼 현장에서 처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목숨을 걸고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인사는 1995년 유네스코에서 해인사 장경판전과 고려대장경판을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계기로 김영환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02년 6월 해인사 입구에 김영환 장군 공적비를 세웠고, 지난해 11월 14일 '고 김영환 장군 추모제'를 열었다.
이번에 정부는 고 김영환 장군한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했으며, 해인사는 '김영환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해인사는 오는 21일 추모제와 함께 '훈장 추서 및 장학기금 전달식'을 연다. 해인사는 장학금 2000만원을 공군사관학교 교육진흥재단에 기증한다.
해인사는 "김영환 장군은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재 팔만대장경과 천년고찰 해인사가 보존될 수 있도록 한 고마운 주인공"이라며 "팔만대장경에 담긴 민족단합과 국가수호 정신의 계승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는 취지가 담긴 범국민적인 추모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2010.08.17 09:3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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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팔만대장경 지킨 김영환 장군 추모 행사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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