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트리오'의 재즈 피아니스트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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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또래친구들은 그런 음악을 잘 듣지 않았을 텐데요."그렇죠. 그런 음악을 찾아 듣는 친구도 없었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도 별로 없었죠. 그런 기회 자체가 없다보니까, 재즈 뮤지션들이나 <동아기획> 뮤지션들이 저에게 있어서는 '나만의 아이돌'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저에겐 당시 또래 친구들이 듣는 음악을 굳이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었어요.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게 있는데 그걸 주위환경과 맞추기 위해 일부러 버린다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 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뒀어요. 역시 음악 때문인가요."음… 음악이 우선 가장 큰 이유겠죠. 저에게 그런 면에서 당시에 음악은 그만큼 소중했던 것 같아요.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어떻게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느냐 하는 생각도 있었고, 또래 애들하고 약간 별난 구석이 있었는지 그때 친구도 별로 없었어요. 하하.
또 입시에 목매는 일반 인문계 교과가 저에겐 그다지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고요. 근데 뭐랄까, 보편적인 학식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고민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또 입시만을 위한 분위기 속에서 그런 것들을 강제적으로 배우기는 싫었고. 차라리 그럴 바에는 많은 것들이 좀 아쉽더라도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음악을 친구삼아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 클래식으로 처음 피아노를 쳤다고 하던데 재즈로 전향한 이유는."아. 클래식을 공부할 때 제가 가장 많이 동경했던 것은, 클래식 작곡가들이 스스로 곡을 만들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이었어요. 고전 클래식 음악가들을 보면 작곡가와 연주자의 구분이 없었잖아요. 자기가 작곡을 하고 자기가 연주를 하는 그게 구분이 없었는데, 현대 클래식에 와서는 그런 구분이 너무 명확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그 두 개를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음악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당시 저에게 유일한 게 재즈음악이었어요.
그리고 재즈음악이라는 게 대중들이 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안에 굉장히 다양한 장르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계보가 빌 에반스(Bill Evans)나 레니 트리스타노(Lennie Tristano)뿐만 아니라 더 올라가서 바흐나 쇼팽 같은 클래식 음악가들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두 장르에 대한 확연한 구분보다는 좀 자연스럽게 이전됐다는 측면이 있어요."
- 새로운 도전인 재즈음악을 혼자하기 좀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조금…그렇죠. 그래서 처음엔 혼자 동네 실용음악학원도 알아보고 그러다가…근데 거기서는 제가 원하는 것을 알려주진 않았어요. 물론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도 하시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재즈를 가르치는 곳은 많은데, 거기서는 정형화된 재즈나 입시를 위한 재즈 외에 다른 아름다운 음악에 관해서는 간과하기 쉽겠다는 인상을 조금 받았어요.
하라고 해서, 혹은 남들이 다 이렇게 연주하니까. 이를테면 남들이 정해준 스탠다드 연주나, 12마디 블루스를 꼭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음악적 형식에 대해서 반감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나도 이렇게 해야 하나 하면서 자꾸 눈치가 보이고. 왠지 즐겁게 연주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학원은 곧 때려쳤고요.(웃음)
그 뒤 집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피아노를 치고 하니까, 아무래도 클래식음악을 많이 참조하게 되고, 그 외에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연습도 하게 되고. 그리고 삽질도 많이 하게 되고. 하하. 그런데 막연하게 이러다 보면 언젠가 뭔가 되겠지 하는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볼 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보면, 제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큰 확신이 있었어요."
다음 세대에게 재즈, 그리고 대중음악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