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주의자·좌경분자 DJ 바로 세우기

[서평]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여 책으로 엮은 김삼웅의 <김대중평전I·II>

등록 2010.08.20 19:32수정 2010.08.2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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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김대중평전I>

책겉그림 <김대중평전I> ⓒ 시대의 창

▲ 책겉그림 <김대중평전I> ⓒ 시대의 창

김대중 대통령을 평하고 논하는 게 가능할까. 자칫 호랑이를 고양이로 만드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도 그 분의 뜻을 바로 세울 수만 있다면 그를 향한 평전은 충분할 것이다. 이제껏 보수 세력들은 그를 반미주의와 좌경분자로 몰아세우는데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에 맞서 바른 평전으로 그 분의 누명을 씻겨 주고 역사 앞에 바로 세울 수만 있다면 그의 평전은 훌륭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분은 죽어서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활동 범위는 남북한과 일본과 미국과 유럽에까지 넓다. 시간적으로는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50여 년에 해당한다. 우리의 민주화를 그만큼 세계 속에 진일보 시킨 인물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힘들어 하는 IMF체제를 국민들과 함께 극복해 냈고,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대변되는 햇볕정책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여태 그가 추구해 온 민주주의와 자유와 평등과 박애정신이 퇴행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도 심히 흔들리고 있다. 집권 세력들이 덧칠하고 있는 붓장난에 의해 무덤 속에서도 편할 날이 없다. 그렇기에 온 백성들은 그 분의 가치가 역사 앞에 우뚝 솟아나 민주주의와 서민경제와 남북관계를 바로 잡아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은 반공주의자였다

 

김삼웅의 <김대중평전I·II>(시대의창 펴냄)는 그렇듯 뒤틀려 있는 김대중을 바르게 세우려는 뜻을 반영하고 있다. 숱한 세월 동안 독재 권력과 정보정치인들과 얄팍한 언론과 지식인들이 그를 반미분자와 좌경분자로 몰아세웠다. 그렇지만 김삼웅이 이야기하듯 1960년대에 김대중이 쓴 반공주의 기고문이나, 1970년대의 '4대국 보장론' 에는 그가 미국을 중시한 속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은 이지러진 김대중을 바른 김대중으로 불러세운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쓰면서 필자는 1950년대 무명 시절 김대중이 <인물계><신태양><사상계> 등에 쓴 글을 적잖이 발굴했습니다. '좌경' 흔적과 젊은 날의 사유의 편린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습니다. 공산당을 이기려면 민주주의와 노동자들의 복지가 중요하다는 논지를 펼 정도였습니다. 정치지도자의 사상적 궤적을 좇으려면 무명시절의 행적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그런 수고는 하지 않고 정보기관이 생산한 자료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입니다. 헌책방을 뒤져가며 잘 알려지지 않은 자료들까지 구해 이 책을 썼지만 집필하는 매순간 나의 역량이 크게 모자람을 느꼈습니다."(서문)

 

김삼웅은 우선 I부를 통해 그의 출생과 성장, 사회활동과 반독재투쟁은 어땠는지, 정당대표, 재야 지도자, 대통령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역할은 어떠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하고 온전하게 평가하고 있다.

 

특별한 것은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이 포고령 제 6호를 내려 민주당 정권의 대변인인 김대중을 체포하여 용공분자로 3개월간 조사했는데 결국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없던 구실도 만들면 모두가 좌경분자였는데, 그게 무혐의로 드러났다면 그가 얼마만큼의 반공주의자였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960년 5월호의 <인물계>에 실린 <4월 혁명의 역사적 의의-반독재 반공의자유 민주혁명>은 그것을 대변한다고 한다.

 

1권의 끝머리는 김대중이 미국으로 망명한 지 775일 만인 1985년 2월 6일 오전 10시 15분에 워싱턴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장식한다. 그때 미국 하원의원을 비롯한 저명인사 37명과 기자단이 그의 신변안정을 위해 동행했다고 한다. 그를 두고 일부 국내 반대세력들은 김재중을 '사대주의자'로 몰아붙였지만, 김대중은 그걸 되받아쳤음을 다음과 같이 밝혀준다.

 

"이에 김대중은 '내가 그들을 따라다녔으면 사대주의일지 몰라도, 그들이 나를 따라왔는데 왜 내가 사대주의자인가?'라고 반박했다."(624쪽)

 

1987년 대선 직전 DJ 서한에는 무슨 내용이

 

a 책겉그림 김삼웅의 <김대중평전II>

책겉그림 김삼웅의 <김대중평전II> ⓒ 시대의 창

▲ 책겉그림 김삼웅의 <김대중평전II> ⓒ 시대의 창

II권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 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서한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1987년의 대통령 선거 전 김영삼 후보와의 단일화에 관한 내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7월 초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기 전 그것과 관련된 내용의 서한을 김삼웅에게 직접 전달토록 했다고 한다.

 

그 서한에 뭐가 담겨 있는 걸까? 그것은 김영삼 후보가 대표를 맡고 김대중 후보가 당수를 맡아 서로 합의하고자 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김영삼 후보측에서 김대중 후보를 빨갱이로 몰아부쳤다고 한다. 김대중 후보 측으로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다음 선거전은 또 어땠을까? 민자당 대표로 나선 김영삼 후보는 영남지역 유세현장에서 민주당 대표로 나선 김대중을 용공좌경분자로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한다. 결국 '초원복집사건'에서 알려주듯 관건선거 등 각종 부정선거와 비리로 얼룩진 그 선거판을 끼고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만다. 빨갱이 누명을 쓴 김대중은 그로 인해 선거에 고배를 마신다. 그래서였을까?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병원을 방문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 말이다.

 

또 주목할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공화국연합제의 3단계 통일론을 구축하고 발표했다.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이 그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0년 한반도는 평화공존 자체마저 흔들리고 있다. 현 정부는 미국의 힘까지 끌어들여 해상에서의 무력시위를 하고 있지 않는가?

 

5억 달러 송금, 남북정상회담 대가였을까

 

그런데 솔직히 나도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이 진짜로 정상회담의 대가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때 국내 보수 언론들은 '5억 달러 퍼주기'가 정상회담의 대가였다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나도 그때 그들의 뜻에 공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삼웅은 특검에 참여했던 김승호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 그것은 언론이 단정적으로 보도한 결과라고 밝혀준다. 이른바 그것은 '정책적 차원의 대북지원금'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도 자신의 정부에서 북한에 현금으로 준 적은 한 번도 없고, 매년 20만~30만 톤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그것이 일체 퍼주기에 해당되고, 뿐만 아니라 북한은 그것으로 핵무장을 이용하는 데 썼다고 비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그때 당시 나도 '괴벨스의 망령'에 놀아났던 것이리라. 그래서 언론은 균형감각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법인데, 한쪽에만 귀를 세우려는 이들이 넘쳐나는 판국인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무쪼록 우리 역사의 거목인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와 평화와 인권과 여성의 가치를 생명처럼 받든 보루였다. 4·19혁명, 부마·광주·6월 항쟁 등 민주주의를 지키고 성장시킨 최대 자양분이었다. 그가 주도한 물결이 현재 역주행하고 있고, 국민들의 삶은 그만큼 피폐해졌다.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현 정부에 맞서 그 사실을 피를 토하듯 토해내지 않았던가.

 

그의 지적이 옳다면 하루라도 빨리 현 정부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도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줬던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함께 받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오마이뉴스>를 통해 평전을 연재한 김삼웅도 그래서 II권의 마지막을 그렇게 장식하고 있는 것일까?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추모 열기와 국제사회의 평가를 보면서 권력자가 어떤 기조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가를 새기게 된다. 고인의 유지인 '민주'와 '화해' 정신이 시대가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470쪽)

2010.08.20 19:32ⓒ 2010 OhmyNews

김대중 평전 1 - 행동하는 양심으로

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2010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평전 #김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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