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일보'는 있는데, 한겨레·경향은 없어요

진보 언론 쏙 빠진 수원대 신문열람실... 대학측 "내부 사정 있다"

등록 2010.08.26 09:23수정 2010.08.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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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원대학교를 졸업했다. 아직까지는 학교 근처에 살고 있고, 많은 친구들과 후배들이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도보여행을 다녀온 후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은 이유는 두 가지.

항상 컴퓨터로 보는 인터넷 신문이 아니라 종이 신문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너무 더운 나머지 조금 시원한 공간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아침 일찍 도서관을 찾은 나는 1층에 비치된 신문 열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문열람실 문 앞 첫줄에 <조선일보>가 있었다

a  입구 첫번째 자리에는 조선일보가 놓여져 있다.

입구 첫번째 자리에는 조선일보가 놓여져 있다. ⓒ 송병승


열람실 문 앞.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신문은 <조선일보>다. 대한민국의 대표 보수언론으로 손꼽히는 조선일보지만, 나는 <조선일보>가 대한민국에서 신문 만드는 기술 하나 만큼은 최고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왔기에 거부감 없이 <조선일보> 내용들을 살펴 봤다.

인사 청문회에 대한 내용이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그에 관련된 기사들도 있었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조선일보>를 훑어본 나는 인사 청문회와 관련해 진보 언론인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신문들을 찾으러 발걸음을 옮겼다.

<한겨레> <경향>은 어디에?

신문 열람실이니 당연히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놓여져 있을 줄 알았다.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며 신문을 찾았다. 첫 줄에는 <조선일보>와 <한국일보>가 있었다. 두 번째 줄에는 <코리아헤럴드>와 <전자신문>. 세 번째 줄에는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네 번째 줄에는 <중부일보>와 <스포츠조선>. 다섯 번째 줄에는 <경인일보>와 <한국경제>.


그리고 마지막 줄. '진보 언론이라고 마지막 줄에 놓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바라본 그곳에는 <중앙일보>와 <국민일보>가 있었다. 그럼 <한겨레>와 <경향>은 어디에?

a  조선일보 뒷편에 놓여져 있는 영자신문

조선일보 뒷편에 놓여져 있는 영자신문 ⓒ 송병승


a  스포츠 신문과 지방 일간지도 놓여져 있다

스포츠 신문과 지방 일간지도 놓여져 있다 ⓒ 송병승


도서관 직원 "내부 사정이라 알려줄 수 없다"


a  도서관 내의 신문열람실 모습

도서관 내의 신문열람실 모습 ⓒ 송병승


궁금함과 의아함이 공존했다.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도서관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방 일간지와 영자지 그리고 스포츠신문까지도 있는 '신문 열람실'에서 이들 신문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우선 수원대학교 홈페이지를 찾았다. 자유게시판에 '한겨레'라는 검색어를 치니 2009년 10월에 작성된 글이 보였다. 2009년 10월 이전 도서관에서 사라진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아래에는 학생들의 댓글도 달려 있었다. 학생들의 궁금증에도 이렇다 할 해답은 보이지 않았다. 학교 측의 답변 역시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궁금해 학교에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다. 수원대학교 졸업생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도서관 신문 열람실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학교 측 도서관 신문 담당자는 "내부 사정이기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없다. 재학생도 아닌 졸업생에게 답변을 해줄 수 없다"라는 이야기만을 되풀이한 뒤 "바쁜 일이 있으니 내일 다시 전화를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나 역시도 얼마 전까지 이 학교에 기천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4년의 시간을 보낸 학생이었는데….'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도서관 신문 담당자는 같은 말만을 되풀이한 뒤 "내부회의가 진행중"이라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대한민국에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언론을 선택해 볼 수 있는 자유 또한 존재한다.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내 도서관에서 이 선택의 권리를 박탈한다는 것은 그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사라져 버린 학생들의 신문 선택권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수원대학교 #한겨레 #경향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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