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29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특히 조갑제 전 편집장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낙마로 2012년 대선에 대한 이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며 "친이 세력도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분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20일 만에 끝난 이명박의 일장춘몽, 그 대가는 비쌀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념적, 정치적 의리가 없는 사람"
조갑제 전 편집장은 이날 '조갑제닷컴'에 올린 '김태호 항복, 이명박의 일장춘몽'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조 전 편집장은 우선 김태호 후보자가 낙마한 이유에 대해 "자신을 내정한 이 대통령이 끝까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도달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출마하였으면 당선이 확실한 그를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고 전제한 뒤, "국무총리직을 활용,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한국의 권력구조와 정치생리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대통령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조 전 편집장은 또 "김 전 지사에 대해 이번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도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결정적인 것은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막아줄 병풍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조 전 편집장은 "이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발탁한 김 후보자를 위하여 그 누구도 설득한 흔적이 없다"며 "김 후보자가 오늘 자진 사퇴함으로써 좋은 인재가 될 만한 40대 정치인이 중간에 꺾여버렸다. 그렇게 된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념적, 정치적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조 전 편집장은 또 "이 대통령의 이런 무이념적, 중도적, 기회주의적 행태는 후반기를 맞은 그의 레임 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임기의 반이 지나가는 바로 그 날을 맞아 김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대통령, 이런 여당을 믿고 사는 것은 썩은 새끼줄을 잡고 인수봉을 오르는 것과 같다"며 "한국인들은 각자 보조 자일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임기 후반 초입부터 치명타 입은 MB, '레임덕 최소화'가 관건
조갑제 전 편집장의 지적이 아니어도 김태호 후보자의 낙마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 초입부터 치명타를 입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이 '40대 총리'로 포장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지명한 데에는 다각도의 포석이 깔려 있었다. 우선 여권 내에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 성격이 강했다. 또한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후보자를 통해 6·2지방선거에서 표출된 'PK(부산경남) 민심 이반'을 완화시키려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부적절한 행보와 잦은 거짓 증언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김태호 후보자를 살리기 위해 여권은 야권에 "김태호만 살려주면 장관 내정자 2~3명은 날릴 수도 있다"는 식의 빅딜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결국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셈이 됐고, 일각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도 함께 정리하고, 인사검증 시스템 재정비는 물론 인사책임자 교체, 대국민 사과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당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조갑제 전 편집장이 올린 글 전문이다.
김태호 항복, 이명박의 일장춘몽
이명박 대통령이 또 후퇴하였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것은, 자신을 내정한 이 대통령이 끝까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도달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앙 정치무대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40대의 김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끌어올리기로 결심한 것은 이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출마하였으면 당선이 확실한 그를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를 대신하여 출마한 후보는 낙선하였다.
국무총리직을 활용,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한국의 권력구조와 정치생리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대통령은 몰랐다. 정운찬 총리도 화려하게 등장하였지만 초라하게 물러났다. 그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통령 중심제하의 국무총리가 갖는 한계 때문이다. 이번에 김태호씨가 총리에 임명되었더라도 그의 퇴장은 정운찬 총리보다 나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 전 지사가 친화력도 있고, 공무원 노조의 불법활동에 단호하게 대처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도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것은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막아줄 병풍이 없었다는 점이다. 잠재적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한나라당은 야당 편에 섰고 보수 언론들도 가혹한 비판을 하였다. 국회의 임명 동의안 표결이 진행되었더라면 여당내의 반란도 예상되었다.
김 전 지사의 의지력과 이 대통령의 배짱과 대여 설득력만이 그를 구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발탁한 김 후보자를 위하여 그 누구도 설득한 흔적이 없다. 김 후보자가 오늘 자진 사퇴함으로써 좋은 인재가 될 만한 40대 정치인이 중간에 꺾여버렸다. 그렇게 된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는 김 전 지사를 책임져 주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과 친북세력이 트집 잡는 사람들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던 남주홍씨, 경찰청장 후보로 임명되었던 김석기씨의 경우가 그렇다. 반면, 애국진영에서 강력하게 반대하였던 6·15 반역선언 지지자를 사회통합 수석 비서관으로 임명하였다.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선 그가 좋아한 정치적 무명의 교장을 출마시켜 놓고선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니 물러나게도 하지 못하고, 보수단일화를 시키지도 못하여 친전교조 후보가 불과 34%의 득표율로 당선되도록 하였다. 이 대통령은 이념적, 정치적 의리가 없는 사람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무이념적, 중도적, 기회주의적 행태는 후반기를 맞은 그의 레임 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임기의 반이 지나가는 바로 그 날을 맞아 김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상징적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렇게 걱정한다.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이런 대통령과 이런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는 100배나 더 악랄한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사상최악의 참패를 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지지율이 10%대를 기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불가능하게 보이던 두 정책을 관철시켰다. 애국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연합사 해체를 강행하였고, 좌파세력의 반대를 꺾고 한미FTA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김영삼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노태우 비자금 수사를 밀어붙이고, 특별법을 제정하면서까지 5·18 수사를 강행하였다.
이 대통령은 사활을 걸고 이념투쟁을 해야 하는 한반도에서 태어나 국군 통수권자 겸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면서 중도노선을 선택하였다. 한겨울이 한창인데 '추위는 끝났다'면서 내복바람으로 뛰쳐나간 꼴이었다. 그의 중도노선은 법치, 안보에까지 적용됨으로써 국가기강과 국민정신을 망치고 있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과도한 기대를 걸고 김정일과 만나는 일에 미련을 버리지 않은 듯하다. 김태호 전 지사의 낙마로 2012년 대권 대한 이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친이 세력도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분열할 것이다. 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다. 그는 정치력이 약해질수록 애국세력엔 차게, 북한정권과 종북세력엔 약하게 나갈 것이다. 20일만에 끝난 이명박의 일장춘몽, 그 대가는 비쌀 것이다.
이 대통령은 헌법정신으로 돌아가 종북세력을 정리하고 나라를 정상화시키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대통령이 되었으나 중도노선을 취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에 배신을 때렸다. 단 한번도 종북세력과 정면 대결하지 않았다. 선전포고 사유에 해당하는 무력기습을 당하고도 두 달 동안 "예단말라. 북한소행이란 증거 없다"고 버티다가 진실이 드러난 뒤에도 무력보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악독한 독재자 앞에서 대한민국을 자선단체로 만든 사람이다.
2년6개월 뒤엔 물러날 이 대통령이다. 남은 임기중 북한에선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기감을 느낀 남한의 종북세력은 북한정권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리한 반역적 행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알아서 잘 해주겠는가?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비겁함으로 역사적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념무장이 절실한 시기에 신념도 용기도 없는 부지런한 사람을 지도자로 만난 것은 한민족의 불행이 될지 모른다.
이런 대통령, 이런 여당을 믿고 사는 것은 썩은 새끼줄을 잡고 인수봉을 오르는 것과 같다. 한국인들은 각자 보조 자일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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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김태호 낙마로 MB 대권 구상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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