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이윤기
요금 안정 단속에 나선 지방정부... 만만한 게 자장면값?
집중 단속을 통해 개인 서비스요금 과다 인상업소를 파악하고 가격표 게시와 '표시가격 이행여부'를 중점 점검, 요금과다 인상업소에 대해서는 관리카드를 작성해 가격인하를 유도하며 위생 지도 점검 등 특별 관리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만 희생시키는 이런 방식의 물가 안정 대책은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방정부가 중점 관리하겠다고 하는 음식, 다방, 이·미용, 숙박, 세탁업 등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자영업에 속합니다.
이들 업종은 가스, 전기, 그리고 유류비와 같은 공공요금 인상에 민감한 업종들입니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가스, 전기 그리고 유류비 인상은 내버려두고 지방정부가 개인서비스 요금 인상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과도하게 억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는데 목욕료, 이발비 같은 개인서비스요금과 자장면값, 설렁탕 값을 동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공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생기는 물가인상 부담을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 관료들이 주창하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른다면 담합, 매점매석, 위조상품 판매와 같은 명백한 법규 위반이 아닌 경우 지방정부가 개인서비스사업자들을 부당하게 규제하는 낡은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오픈프라이스 확대하면서 자장면값은 왜 규제?
더군다나 정부는 1999년 가전제품 등 32개 품목에 '판매가격 표시제'(오픈 프라이스)를 도입한 후에 최근에는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의류 등 247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였습니다.
즉, 정부의 정책기조는 상품의 판매가격을 판매자가 자유롭게 정하는 오픈프라이스제도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추진 중인 '가격지도, 점검, 가격인하유도'와 같은 낡은 물가 행정은 오픈프라이스제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 지방정부가 매년 반복하는 물가안정대책은 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 행정기관이 자영업자들을 마음대로 통제하면서 물가를 단속하는 낡은 관행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이 신봉하는 '시장원리'를 따른다면, 자장면값을 얼마를 받든지 지방정부가 나서서 '가격 지도·점검, 가격인하유도' 같은 낡은 행정을 되풀이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서민 물가 부담, 휴대전화 요금이 진짜 주범
사실, 요즘 서민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는 자장면값, 설렁탕값, 목욕비, 미용료가 아니라 바로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통신요금입니다. 휴대전화 보급이 5000만대를 넘어서고 전국민 휴대전화 시대에 가구당 매월 수십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통신요금이 바로 서민물가 부담의 주범입니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93만8000원인데, 통신서비스 지출이 14만2542원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35%로 관련 통계를 조사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진짜 친서민 물가정책을 펼치려면 제일 먼저 휴대전화 요금을 인하시켜야 합니다.
서민들의 가계 살림과 중소자영업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기, 가스요금,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요금을 줄줄이 인상시키고, 시내버스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지하철 요금 인상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만만한 동네 자장면값만 동결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게 눈속임만하는 물가정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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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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