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 주창에 비친 두 얼굴

조병현의 패러독스 이야기

등록 2010.09.08 10:48수정 2010.09.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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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보면 제갈량이 군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아끼는 장수를 희생시킨 데서 생긴 일화다. 정치인들이 사사로움을 떠나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말할 때 가끔씩 인용한다.

 

MB정부가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주창하고 나온 게 '공정사회'다. 공정(公正)이란 공평하고 올바름. 즉,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며 올바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후반기 정권을 이어갈 내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추천한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들이 공정사회의 잣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인사청문회 과정과 자녀의 특채와 관련돼 현직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첫 번째 얼굴- 불공정 사회 인정

 

MB는 8·15경축사와 최근 장·차관 워크숍에서 우리사회는 공정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바꾸어 말하면 아직 우리 사회는 불공정한사회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나 서민들보다는 공정사회는 지도자급과 기득권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라고 말함으로써 그가 불공정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더 많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정치권의 불공정성이 심각한 수준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나아가 공직자부터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뿌리내리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이 공정사회의 기준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우리 모든 사회가 공정치 못하다는 인식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는 '정(情)' 기반으로 해서 '연(緣)'뭉쳐있는데, 이 정을 선한 가치로 여긴다. 또한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을 당연하다고 믿고 사는 사회다. 물론 여기서 '정'과 '연'은 부조리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한국인들의 사회적 역할에 순기능을 했다.

 

대통령이 인식을 했다면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우리사회가 공정사회로 나아갈 훌륭한 정책대안이 나와야 한다. 말만 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의식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얼굴-레임덕 방지를 위한 포석

 

레임 덕(Lame Duck)이란 오리가 기우뚱거리며 걷는 모습에 비유한 말로써, 대통령 임기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권력의 누수현상을 보임으로써 국정을 수행하는데 차질이 생기는 등 지도력에 공백상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이 단임제인 경우 권력 후반기에는 이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이와 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 물론 MB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긍정적으로 말하면 아직 반 남았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이제 반밖에 안 남았다. 시각에 따라서 레임덕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MB는 공정사회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공정사회와 관련해 현재까지 겉으로 보여 지는 현상만을 보면 오히려 MB에겐 덫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렇다면 MB는 영광은 없고 상처만 남았을까? 그러나 그것은 아니다. 제갈량은 마속을 참함으로써 친구의 동생이자 아끼는 장수 하나를 잃었지만, 군의 기강을 확립함은 물론이거니와 지도자의 권위를 더욱 굳게 세울 수 있었다.

 

그렇다. 그가 이렇게 그냥 힘없이 넘어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런 생각의 단초는 검찰총장이 "국민은 강한 법집행을 원한다."고 말해 MB의 의지를 더욱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불공정의 경우엔 강력한 수사가 진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그렇다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온 천하에 우리는 불공정한 사회라고 밝힌 MB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좋게 말하면 아마도 레임 덕을 없애는 것이요, 다르게 말하면 끝까지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한 포석으로 보여 진다.

 

구호만으로 남겨질지도 모르는 공정(公正)과 공정(共情)의 갈림길에서 사정의 칼을 들고 위협하는 MB의 두 번째 얼굴을 보면서 헷갈려 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연합신문 9월9일자 게재 예정

2010.09.08 10:4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연합신문 9월9일자 게재 예정
#공정사회 #인사청문회 #사정 #레임 덕 #특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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