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아 민간인 사찰 파문 이슈화와 김태호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를 이끌어내는 등 눈엣가시가 된 박 위원장에 대한 여권 차원의 '분풀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공격을 촉발한 것은 박 위원장의 '비공개 인사청문회' 발언이었다. 박 위원장은 14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어제 '잘 검증된 사람을 국회로 보낼 테니까 인사청문회를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자질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발언에 비공개 청문회를 제안한 주체는 없었지만 문맥상 청와대가 지목됐다. 이 말을 하기 전 국회 운영위에서 새로운 인사청문회 방법에 대해 보고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언급한 탓이다. 여야 간 공방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대변인이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한나라당에서는 배은희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여권을 자극하여 야당의 존재를 극대화하려는 구태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이 "발언 주체를 청와대라고 언급한 적이 없는데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해석해 쓴 것"이라며 "제안 주체는 여권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15일에는 공세의 강도를 더 높였다. 청와대는 물론 한나라당의 안형환 대변인에 원희룡 사무총장까지 총출동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계시는 분의 거짓말이 지나치다"며 "공당의 대표라는 분이 무책임하게 발언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형환 대변인 역시 "무책임한 발언에 사과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예정에 없던 간담회를 자청해 "박 위원장이 금도를 넘어섰다"며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내신 분이 작은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정치 수법에 의지하며 상생의 정치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격 소재에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박 위원장의 의혹 제기까지 포함시켰다. 박 위원장은 지난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 결과가 우리 정부와 차이가 있다는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의 발언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당초 계획에 없던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원 사무총장은 "어떤 근거를 갖고 천안함 관련 모종의 거래를 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안형환 대변인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 천안함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비밀공작인 것처럼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대변인은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무력한 여권 질타한 <동아> 사설... "박지원 독무대 정치판"
이 같은 정부여당의 총공세는 '그동안 너무 당했다'는 한나라당 내부의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도덕성 검증에 걸려 8·8개각이 삐걱댔고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문제까지 겹치면서 집권 하반기 화두였던 '공정한 사회'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국정감사와 예산정국을 앞두고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박 위원장에게 더 이상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동아일보>도 '박지원에 대한 공격'을 주문했다.
<동아>는 지난 13일 "'박지원 독무대 정치판'의 여권 구경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 여당 사람들은 박지원 정치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여권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 안에서는 '요즘 정치는 박지원이 끌고 간다'며 한숨 쉬는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박 위원장에게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 한마디 똑바로 못하고 가슴앓이 하는 정부 여당은 과연 국정 주도세력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특히 박 위원장의 과거 전력도 거론했다. <동아>는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4억5000만 달러의 불법 대북 송금에 간여하고 대기업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며 "안대를 두르고 휠체어에 의지해 국민의 동정심을 구하더니 지금은 재기해 여당의원들로부터 '정국 주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불사조인가, 아니면 변신의 천재인가"라고 썼다.
행동 개시한 여권... 박지원 "야당 대표는 순종해야 하나요?"
"박 위원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설이 나온 이후 여권에서는 실제로 박 위원장의 말을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이날 원희룡 사무총장 등의 박 위원장 때리기에는 이 사설의 논리가 그대로 동원되기도 했다.
원 사무총장은 "대기업에서 1억원씩 받고 휠체어 타고 다니던 때가 언제인데 너무 손바람 내다가 덜컥수를 둘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당청에서 어제부터 절 험하게 공격 개시, 드디어 오늘은 덜커덕 운운, 제가 입을 닫아야 하나요? 야당 대표는 순종해야 하나요"라고 반박했다.
전현희 당 대변인도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렵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야당탄압에 앞장서는지 그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며 "정부여당 합동으로 야당 대표의 입을 막아 탄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당직자는 "보수언론의 공격개시 명령에 여권 인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라며 "그렇게 공격할수록 박 위원장의 입지만 강화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2010.09.15 20:5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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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공격 주문에 여권, '눈엣가시' 박지원 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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