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민영화가 세계적 대세라고?

[중간점검-인천공항 지분매각] 화물처리 상위 11개 중 8곳이 '국영공항'

등록 2010.09.20 15:10수정 2010.09.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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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 전경 ⓒ 인천국제공항공사


'민간부문의 공항 지분 매입 또는 운영 참여를 통한 공항의 민영화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음.'

해외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인천공항으로부터 발주받아 작성한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단 및 경영구조재선 용역 보고서'(2009년 10월, 총 990쪽)에 나오는 대목이다. 일명 '인천공항 민영화 보고서'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공항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단정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공항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여객처리, 화물처리와 관련된 세계항공교통순위를 보면 상위 11개 공항 중에서 공공지분율이 100%인 경우가 절반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매킨지 보고서 "세계 50대 공항 중 70%가 지분·운영 민영화"

매킨지의 '인천공항 민영화 보고서'도 인천공항의 서비스 수준과 영업실적이 '매우 우수하다'는 데 토를 달지 않았다. 보고서는 인천공항의 2007년 영업수익률이 47%라는 점을 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수익률'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같은해 홍콩 첵랍콕공항은 35%, 싱가폴 창이공항은 33%, 스위스 취리히 공항은 29%, 오스트리아 비엔나공항은 23%, 일본 나리타공항은 18%를 기록했다.

서비스 수준에서도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라는 점을 인정했다. 국제공항협의회(ASI)에서 주관하는 세계공항 서비스평가(ASQ)에서 사상 최초로 4년 연속(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됐고, 2007년 세계 최대 항공운송 정보제공업체(OAG)에서 주관하는 '세계 최고의 공항상'도 수상했다.

또한 매킨지 보고서는 2008년 항공화물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에어 카르고 월드>(Air Cargo World)에서 '100만톤급 대형 공항 중 세계 최우수 화물공항'으로 인천공항을 선정했다는 점도 '서비스 최우수 공항'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킨지 보고서는 ▲정부 투자금액 회수와 재정확보 ▲공항시설 확장을 위한 투자재원 조달과 국민 조세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지분매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항 민영화는 세계적 추세'라는 논리를 동원했다.


인천공항 민영화 하면, 경쟁력 더 높아질까

a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일명 '맥쿼리 인프라 펀드') 홈페이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일명 '맥쿼리 인프라 펀드') 홈페이지. ⓒ 화면캡쳐


매킨지 보고서는 "많은 공항들이 재원조달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며 런던 히드로공항(영국), 파리 샬 드골공항(프랑스), 프랑크푸르트공항(독일), 비엔나공항(오스트리아), 시드니공항(호주), 코펜하겐공항(덴마크), 취리히공항(스위스), 뒤셀도르프공항(독일), 아테네공항(그리스) 등을 '지분이 매각된 세계 선진공항들'로 꼽았다.


또한 매킨지 보고서는 2007년 국제선 승객수 기준 세계 25위 공항 중에서 12개 공항이 공항지분의 일부나 전체를 매각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런던 히드로공항(1위), 파리 샬 드골공항(2위),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3위), 프랑크푸르트공항(4위), 방콕 수완나품공항(9위), 런던 개트윅공항(10위), 런던 스탠스테드공항(16위), 취리히공항(18위), 코펜하겐공항(20위),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21위), 비엔나공항(23위), 브뤼셀공항(24위)이 포함돼 있다.

이어 매킨지 보고서는 "(2007년 국제선 승객수 기준) 세계 50대 공항의 70% 정도가 소유와 운영의 지분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했거나 지분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킨지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소유를 민영화한 공항(지분 일부 또는 전체 매각)은 50개 공항 중 36%를, 운영을 민영화한 공항(정부 소유이지만 민간사업자가 괸리)은 10%를 차지했다. 전자는 런던 히드로공항, 파리 샬 드골공항,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프랑크푸르트공항, 취리히공항, 코펜하겐공항이, 후자는 쿠알라룸푸르공항, 모스크바공항, 시드니공항이 해당한다.

또한 지분매각을 계획중인 공항은 24%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인천공항을 비롯해 도쿄 나리타공항, 마드리드 바라하공항, 바르셀로나공항, 리스본공항이 포함돼 있다.

매킨지 보고서는 공항 민영화를 세계적 추세로 판단하면서 인천공항의 민영화(지분매각)가 이루어지면 국제경쟁력이 강화되고 막대한 재원도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화물처리 실적 상위 11개 공항 중 8곳이 '국영공항'

하지만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가 지난 7월에 펴낸 <동북아 항공산업과 한국 허브공항의 발전 전망>은 매킨지 보고서와 아주 다른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 책은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김윤자·송주명·강남훈·이건범(한신대)·김용복(서울사회경제연구소)·김인재·김태승(인하대)·안현효(대구대)·이상철(성공회대)·홍장표(부경대) 교수와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이 연구와 집필에 참여했다.

특히 '세계항공교통순위와 공공지분율의 관계'를 분석한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세계 항공순위 11개 공항을 기준으로 한 분석에 의하면 완전민영화 공항은 영국뿐이며 프랑크푸르트, 파리공항 정도만 부분 민영화되었고, 나머지는 아직도 대다수가 국영공항"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국제여객처리 실적 상위 11개 공항을 보자. 공공지분율이 100%인 공항은 첵랍콕공항(5위), 창이공항(6위), 나리타공항(7위), 두바이공항(8위), 인천공항(11위) 등 5곳(45%)이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3위)은 공공지분율이 92%이고, 방콕 돈 무앙공항(70%, 9위)과 파리 샬 드골공항(67.2%, 2위), 프랑크푸르트공항(52%, 4위)도 공공지분율이 50%가 넘었다. 영국의 공항인 런던 히드로공항과 게트윅공항은 공공지분율이 0%로 '완전민영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국제여객처리 실적 상위 11개 공항 중 공공지분율이 50% 이상인 곳은 9개 공항으로   8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국제화물처리 실적 상위 11개 공항을 보자. 공공지분율이 100%인 공항은 첵랍콕공항(1위), 인천공항(2위), 나리타공항(3위), 상해 푸동공항(4위), 창이공항(7위), 앵커리지공항(8위), 마이애미공항(9위), 타이페이(11위) 등 무려 8곳(72%)이었다. 10위를 기록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은 공공지분율이 92%이고, 각각 5위와 6위를 기록한 프랑크푸르트공항(52%)과 파리 샬 드골공항(67.2%)도 공공지분율이 50%를 넘었다.

이는 국제화물처리 실적에서 상위(11개)를 차지하는 공항은 전부 50% 이상의 공공지분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공지분율이 100%로 '국영공항'이라고 할 만한 곳도 72%(8개 공항)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안 교수는 "세계적 공항이 민영화 추세이므로 이 대세를 따라야 한다며 인천공항 민영화를 주장하는 근거는 사실상 현실과 다르거나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히드로공항 등 '완전민영화'된 곳은 '서비스질 대폭 하락'

 인천국제공항 내부 전경

인천국제공항 내부 전경 ⓒ 김귀자·김주현


또한 완전민영화'된 런던 히드로 공항의 경우, 민영화 이후 ▲도착과 출발의 지연 ▲ 보안 및 입국시 긴 대기시간 ▲체크인 및 화물 찾는 데 장시간 소요 ▲혼잡함 ▲터미널의 노후화와 낮은 안락도 등 '서비스질'이 크게 하락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천공항 인수설이 나돌았던 맥쿼리그룹이 공항지분을 인수한 시드니공항도 마찬가지다. 맥쿼리그룹(더 정확하게는 맥쿼리공항이 운영하는 펀드)이 시드니공항의 지분 82.93%를  사들였는데, 공항요금의 상승으로 인해 공사와 승객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게다가 민영화 이후 주차시설을 확대한 뒤 주차료를 크게 인상했고, 무료로 운영되던 셔틀버스마저도 유료로 전환했다. 정규직 노동자도 48명(2001년)에서 287명(2006년)으로 무려 40.5%나 줄어들었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맥쿼리그룹에서 투자한 시드니공항은 '주주배당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동북아 항공산업과 한국 허브공항의 발전 전망>의 분석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시드니공항이 보통주에 배당한 총금액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총액의 32%에 이른다. 특히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배당한 총금액은 같은 기간 총 매출액에서 49.2%를 차지했다.

결국 "이윤의 많은 부분을 유보이윤으로 남기기보다는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이 민영화된 기업의 주된 특징"인 셈이다. 이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통해 막대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매킨지 보고서의 주장도 막상 민영화가 이루어지면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천공항 민영화 #매킨지 #동북아 항공산업과 한국 허브공항의 발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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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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