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만난 지 5일 만에 캠프 합류, 중소기업 돕고 싶었다"

[여야 여성대변인①] 이공계 학자-기업가 출신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

등록 2010.09.22 13:44수정 2010.09.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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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치 논평으로 딱딱하게 느껴지는 말 보다는 그저 '아줌마가 애기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도록 하려고 한다"며 본인이 추구하는 대변인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치 논평으로 딱딱하게 느껴지는 말 보다는 그저 '아줌마가 애기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도록 하려고 한다"며 본인이 추구하는 대변인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성호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치 논평으로 딱딱하게 느껴지는 말 보다는 그저 '아줌마가 애기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도록 하려고 한다"며 본인이 추구하는 대변인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유성호

배은희(51) 한나라당 의원이 '집권 여당의 대변인'이라는 중책을 맡기까지 한 차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7월 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측근인 배 대변인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각자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통을 겪었다. 결국 그는 지난 8월 25일이 돼서야 대변인 임명장을 받을 수 있었다. 한나라당 공동대변인인 안형환 의원보다 한 달여 늦게 임명장을 받은 셈이다. 
 
배 대변인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임명장을 받기까지 마치 몇 달은 걸린 것 같다"고 그때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대변인을 잘할 수 있고, 당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욕심을 냈다"는 솔직한 말도 따라나왔다.
 
공격수답지 않은 여당 대변인? "국민들, 정치인들 말로 상처 받아"
 
배 대변인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나라당은 물론 국회 내에서조차 많치 않은 '이공계 학자'이자 중소기업 사장 출신이다. 법조, 언론 등 언어를 다루는 분야가 아닌 여성의원으로서 여당의 '입과 말'을 책임지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인지 배 대변인의 논평에는 '공격적인 수사(修辭)'가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벌어진 '박지원 발언' 논란 때도 그는 "공당의 대표로서 신중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정중한 논평을 내놨다. "과도한 자신감과 오만함", "구태정치의 전형" 등 같은 날 안형환 공동대변인의 논평과도 차이가 보인다. '정당의 공격수'인 대변인으로서는 낙제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 대변인은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말로 상처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가능한 논평도 많이 순화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말로 한나라당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싶다"는 게 포부라는 얘기다.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벤처기업을 운영한 그는 이명박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이 대통령의 '관심' 때문이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지난 2007년 10월 3일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는데, 5일 뒤인 8일에 내가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언론에 발표가 나서 캠프 일을 시작했다"고 이 대통령과 맺은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또 "당시 한국 기업의 세계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지난 (참여)정부는 그게 참 부족했다"며 "이 대통령은, 작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전달하면 많이 받아들였다"고 캠프 합류와 한나라당 입당 이유를 밝혔다.
 
최근 그는 국회 상임위를 지식경제위원회에서 교육과학기술위원회로 옮겼다. 하지만 관심 분야는 여전히 중소기업이다. 특히 배 대변인은 중소기업의 원천기술 획득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중소기업이 연구개발(R&D)로 원천기술을 획득해 상업화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 대변인 인터뷰 전문.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유성호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 ⓒ 유성호
- 대변인 임명이 한 달가량 늦어졌다. 대변인 자리를 놓고 윗선에서 갈등하는 동안 속이 많이 상했을 것 같은데
.
"내 마음 같아선 몇 달 걸린 것 같은데,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나도 내가 대변인을 꼭 해야 하는 걸까, 반드시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도 욕심을 냈던 것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고 반드시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드러내놓고 하진 않았지만 안상수 대표를 도왔던 입장에서는 대표님이 임기 끝까지 잘 해나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대변인 임명 뒤 논평들을 보면, 지금까지의 한나라당 여성 대변인들보다는 소위 '말발'이 화려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한나라당 여성 대변인 중 이공계 출신은 처음인 듯도 하다.
"그렇다. '화려한 말발'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여당 대변인의 역할은 야당 대변인의 역할과는 다른 것 같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말로 인해 상처 받는 경우도 있고, 정치인끼리도 말을 심하게 한다든가 서로 불편해 하지 않도록 많이 순화시켜서 하려고 한다. 아직은 국민들의 반응이 어떤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다가 반응이 안 좋으면 화려한 수사도 동원하고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여당 대변인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은, 나는 '보통 사람'의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생활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의 말로 한나라당의 입장을 잘 이해시키려고 편한 말, 있는 그대로의 감정도 전할 수 있는 그런 말을 골라 쓰고 있다. 정치 논평으로 딱딱하게 느껴지는 말보다는 그저 '아줌마가 얘기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도록 하려고 한다."
 
"딱딱한 정치 논평보다 아줌마의 얘기 느껴졌으면 좋겠다"
 
- 대변인을 시작하면서 '이것만은 지키겠다'고 다짐한 게 있다면.
"사소한 것부터 얘기하자면 '누구와도 얘기를 하겠다', '모든 전화를 다 받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변인을 해보니까 말 한마디 한마디 골라 쓰는 게 참 어렵다, '당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나 청와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등을 많이 고려하게 되는데, 그 모든 것을 고려해 나라의 여건이 좋아지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에는 변호사·치과의사 출신의 전현희 의원이 있고, 자유선진당에는  법학교수·기자 출신인 박선영 의원이 있다. 아무래도 언변에서는 배 대변인이 밀릴 것 같은데, 이들 여성 대변인에 비해 자신이 가진 장점이라면.
"화려한 말은 못 따라가겠지만, 나는 더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상당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만들면서도 나(사장)을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나'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한다. 나를 위해 회사의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가게끔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정치권에 들어와서야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이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했던 그런 경험들이 내가 하는 행동과 말에서 스며나올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강점으로 작용해 실생활에 대해 잘 알고, 현장의 감이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에 맞게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친이계로 알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얘기하면 다들 잘 안 믿으시는데, 2007년 10월 8일에 내가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발표가 났다. 이게 10월 3일에 이명박 대통령을 처음 만나고 나서 5일밖에 안 된 시점이다. 한나라당 대선 중앙선대위에서 대통령을 처음 뵌 상태에서 캠프 일을 시작했다. 그 전에도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당시는 경기가 굉장히 안 좋았고, 한국이 우리나라만으로 살면 안 되는 상황, 세계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지난 정부는 그게 참 부족했다. 글로벌 경제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대선캠프에서 일하겠냐는 제안이 왔다. 캠프에서 일하면서 대통령이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한다는 걸 알게 됐고, (대통령은) 작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얘기를 전달하면 많이 받아들였다.
 
내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약집 낼 때도 중소기업 관련 부분은 많이 넣었고, 인수위 때도 비상근으로 경제 분과에 있었는데, 공약집에 있는 내용을 실제 정책으로 만드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러다가 내가 정치를 해서, 국회의원을 해서 법을 통해 중소기업을 위해 일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나는 정치적 기반이 없으니 지역구는 못하겠고 비례대표로 신청을 했다."
 
- 비례대표로 정치를 시작했는데, 더 큰 일을 위해 19대 때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를 할 생각이 있는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현재 만만해 보이는 지역구는 없고, 미리부터 지역구를 생각한다고 해서 공천 받는 것도 아니다. 당에서 이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먼저다. 이번에 대변인을 맡았으니, 대변인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 노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 내에서 지금까지 중소기업 관련 활동을 해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중소기업 사정은 더 좋아졌나.
"중소기업 사정은 현재는 정책보다는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90%가 넘는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이익이 나는 회사는 수출하는 회사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직접 수출하기는 쉽지가 않아서 내수만 하는 기업이나 대기업 하청만 하는 곳은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 평균으로 보자면 더 좋아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수출주도형 중소기업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유성호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 ⓒ 유성호

 
"정치적 포부? 중소기업 R&D, 상업화 시스템까지 이어지도록 돕고 싶다"  
 
- 대변인 역할로도 바쁠 텐데, 중소기업과 관련한 활동을 계속할 것인가.
"지식경제위원회에서 교육과학위원회로 옮기면서 중소기업 때문에 좀 망설여졌는데, 현재 중소기업인이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으로 들어간 만큼 그 부분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나는 교과위에서 응용산업과 관련한 R&D(연구개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에 있어서 R&D 연구비는 비용으로 잡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낸 순이익의 일부분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기업이 R&D에 있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그 부분을 정부가 도와주고 원천기술을 얻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원천기술을 가져야 부가가치가 극대화되는데, 중소기업들이 연구에 들어갈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한다든지, 정부 출연 연구소와 대학의 기술이 기업과 서로 매칭이 안 되는 부분을 해소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대학이 가진 기술을 실제 상품이 나올 때까지 기업에게 그냥 줘보도록 해보고 싶다. 요즘은 그렇게 하면 기업에 대한 특혜다 뭐다 난리가 나는 상황인데, 기업으로선 기술개발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이런 방안이 절실하다. R&D가 상업화까지 빠르고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 배 대표가 운영한 사업체는 구체적으로는 어떤 상품을 만드는 회사였나.
"조직재생, 줄기세포라든지, 세포치료제와 관련된 회사였다. 세포치료제랑 결합해서 세포를 잘 키울 수 이는 지지체를 만드는 것, 손상된 부위가 원래대로 복원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 해당 업계의 전문가로서, 한국의 바이오 산업 분야의 전망은 어떤지.
"세포치료제 분야, 황우석 박사로 인해 너무 과장된 얘기가 있긴 했지만 세포치료제 쪽은 우리나라가 많이 앞서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황우석 박사가 관심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이 분야에 연구자금 등 많은 혜택들이 주어진 측면도 있다. 최근에 박근혜 전 대표가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런 거물 정치인이 그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도 황우석 박사가 불러일으켰던 국가적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바이오 쪽도 몇몇 분야가 굉장히 앞서나가고 있는 분야가 있고 생물 재료 쪽으로도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 굉장히 전망이 밝은데, 문제는 국내 시장이 작다는 점이다. 연구 개발에 단기간에 많은 자금이 투여돼야 하는데, 국내 판매만으론 자금이 회수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결국 세계 시장으로 가야 하는데, 기술 장벽도 넘어야 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기술을 선점해 나가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지원을 하면 당연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마이뉴스>에서 나오는 기사나 독자들의 의견란을 보면서 상당히 많이 반성하는 부분도 있다. 그저 좋은 말만 해준다면 그쪽으로 편향되기가 쉽지만, 많은 의견을 듣고 역지사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마운 언론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때는 너무 세게 질타하는 부분도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최대한 소통하려고 하는데, <오마이뉴스> 기자나 독자들에 대해서도 서로 오픈된 마인드에서 상대방에 대해 역지사지해주시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배은희 #대변인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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