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기생'의 일본판, 기모노 입은 마이코를 소개합니다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

등록 2010.09.25 12:50수정 2010.09.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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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마이코의 춤추는 모습. 마이코는 조선시대 기생과 비슷한 일을 합니다. 이매창, 부용, 황진이 등 유명한 조선 명기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일본 마이코 역시 춤과 사미센 등 악기 연주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 박현국


9월 19일 낮,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일본 교토의 전통적인 산업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고 구석에서는 직접 만드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교토의 역사와 기술을 전해주는 전시품은 66가지로 총 450 점이 한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의 후레아이(ふれ-あい ,触れ合い)는 사람이 서로 만나거나 사람이 서로 통한다는 뜻으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아마도 교토에서 발전시켜온 전통 산업 생산품과 방문객이 서로 다정하게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인지도 모릅니다. 이곳은 교토 미야코 멧세라고도 합니다.

교토는 오랫동안 일본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되어왔습니다. 헤이안(平安) 시대 794년 간무 천황이 수도를 교토로 옮기고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되기 까지 390년간 일본 정치의 중심지였습니다. 당시 만들어진 마을 모습은 지금까지도 크게 바뀌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가마쿠라 시대이후 일본 권력의 중심은 장군들이 장악했지만 천황은 에도(江戶)시대(1603 - 1868 년)가 시작될 때까지 교토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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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기요미즈데라 부근에서는 예로부터 도자기를 구웠다고 합니다. 교토 멧세에서는 도자기 장인이 초벌구이를 끝낸 도자기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박현국


여러 가지 이유로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본의 전통은 교토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교토의 정신, 교토의 역사는 사람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기술이 보여주는 전시품은 이곳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부채, 도자기, 목공예, 옷감, 무늬 등은 유형 문화재로 언제든지 물건만 있으면 볼 수도 있고 느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형의 기술로 전하는 춤은 춤추는 현장에 직접 가있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에서는 일요일 낮 2시, 2시  30분, 3시 세 차례로 나누어 15분 정도로 교토 마이코(舞妓)의 마이(舞)를 볼 수 있습니다.

교토의 마이코는 조선시대의 기생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마이코는 교토의 전통무용 등 기예를 배우고 전통 기모노를 입고 사람들을 접대합니다. 일본 마이코(舞妓)는 여러 곳에 많이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 이름이 약간 다릅니다. 교토에서는 전통 기예를 배우고 기모노를 입고, 하얗게 분 화장을 하는 이를 마이코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일본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교토에도 마이코를 가르치고 양성하는 마이코 유파가 여럿 있습니다. 최근 마이코가 되기 위해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16살 정도가 되면 시험이나 면접을 통해서 뽑습니다. 마이코는 수련 기간 동안 힘들고 격식을 지키는 몸짓이 어려워 요즈음은 지원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코로 뽑히면 일정 기간 수련을 거쳐서 정식 마이코가 되는데 보통 5년에서 6년 정도 마이코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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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멧세에서는 일요일 오후 교토 마이코의 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춤이 끝나면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사회자의 질문에 마이코가 대답을 합니다. 언제부터 마이코가 되었는지, 마이코가 되면 어떤 연수 과정이 있는지, 몇 년 동안 마이코 생활을 하는가 등등, 간단히 묻고 대답니다. 마이코가 머리에 꽂는 꾸미개를 간자시(簪)라고 합니다. 이 말이 가자리(飾)로 바뀌어 장식을 뜻하는 말이 생겼다는 설도 있습니다. ⓒ 박현국


교토 시내 기온(祇園) 부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이코를 체험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주로 사진을 전문으로 찍어주는 스튜디오에서 운영합니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마이코의 얼굴 화장, 기모노 입기, 사진 찍기 등을 겪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단순한 기본 체험이 1만 2천 엔으로 두 시간 반 쯤 걸립니다. 이 시간에는 화장을 지우는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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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 건물 지하 통로입니다. 오른 쪽에 교토 전통 산업을 소개하거나 전시하는 방, 마이코가 춤을 추는 방이 있습니다. 이 건물 안에는 기업 소개나 취업 설명회를 하는 곳 등 방이 여러 개 있습니다. ⓒ 박현국


좀더 비싼 3 만 5천원 상품은 한 시간 정도 야외 촬영이나 외출이 추가 됩니다. 양력 설 무렵이 가장 바쁘고 평소에는 예약과 동시에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운영자 홈피에 의하면 두 사람이 방문하여 한 사람이 체험하고 한 사람은 화장하는 모습이나 기모노 입는 모습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기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남자는 할 수 없고 여자만 가능합니다.


교토 마이코는 유파에 따라서 철이 바뀔 때마다 마이코의 마이, 즉 춤을 정기적으로 보여 주는 곳도 있습니다. 다만 입장권을 구입하거나 초청장이 있어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 특히 관광객이 관람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에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마이코 무용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후레아이관에서는 교토  마이코의 마이 이외에도 장인들이 직접 도자기에 장식을 하거나 부채를 만들거나 목공예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토 전통 작품을 직접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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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를 만드는 장인입니다. 부채는 더울 때 바람을 일으켜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그러나 부채는 꾸미개로 걸어두거나 신관이나 무당들의 신앙 의식에서도 사용됩니다. 이것은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듯이 복을 바람처럼 많이 가져다 줄 것이라는 주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하나 의식에서 사용되는 부채는 남성, 남근을 상징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남근을 직접 손에 들고 의식을 거행할 수 없으니 상징적으로 부채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남근이 생산의 모체가 되는 것처럼 더 많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행위를 부채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 박현국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은 헤이안진구(平安神宮) 신궁, 오카자기(岡崎) 공원, 교토시 미술관 등과 더불어 교토시 북동쪽 한 곳에 있습니다. 교토 역에서 헤이안 신궁행 버스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교토 시청앞이나 니조조역에서 지하철 동서선 육지장행(六地藏行)을 타고 히가시야마(東山) 역에서 내려 걸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http://www.kyoto-maiko.com/index.html
http://www.miyakomesse.jp/fureaika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토 전통산업 후레아이관 #교토 미야코 멧세 #부채 #교토 마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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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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