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경고문 덕지덕지, 주차난 몸살 앓는 아파트

아파트 주차난에 주차공간 찾아 아파트 일주, 출근길 '낑낑'

등록 2010.10.22 21:05수정 2010.10.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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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마다 내 차를 가로막고 있는 승용차 밀기가 일상이 되었다. 소형차라면 그나마 쉬운 일인데 중대형 승용차나 SUV가 떡 버티고 있는 날에는 정말 난감하다.


먼지까지 쌓인 차라면 몸속에 잠자고 있던 짜증까지 가쁘게 올라온다. 출근길에 임박해 나온 날은 더하다. 약간의 오르막만 있어도 혼자 밀기 어려워 경비 아저씨를 찾아 보지만 아저씨는 다른 차를 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손 빌리기가 쉽지 않다.

고임목을 치우고 차를 밀고 다시 고임목 채우고, 행여 약간의 내리막길이라면 앞에 세워진 다른 차와 부딪칠까봐 전전긍긍하며 조심조심 밀어야 한다. 한창 더운 여름에는 출근도 하기 전에 땀부터 흘리기 일쑤다. 밤 늦게 퇴근하는 날은 숨어 있는 한자리를 찾아 아파트를 일주하기도 한다.

보유차량의 62%는 정상 주차공간 없어

차량보유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80년대 지어진 아파트의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지하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했고 차량이 많이 늘어난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우리 아파트 사정을 알아봤다. 총 1316세대가 모여살고 있고 주차수용대수는 1100대. 총 등록대수 1788대로 688대(62%)가 자리가 없는 셈이다. 1가구당 평균 1.4대의 차를 보유하고 있다. 3대 보유세대 45세대(3.4%). 2대 보유세대 454세대(34.5%). 나머지 817세대는 1대이거나 차가 없는 경우다.


이 때문에 세대별 1대를 초과해 차량을 보유할 경우 한 대당 월 2만 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주차난 때문에 추가보유차량이 두 대 이상인 경우 월주차료를 누진부과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대형평형의 경우 지분이 많은 것과 같이 주차지분도 많으니 누진부과는 안 된다는 이견 때문에 초과보유차량수와 상관없이 대당 2만 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월 주차료는 2004년에 1만원에서 2만원으로 100%로 올린 후 제자리다.

불법 주차 경고문 스티커는 완전 '엄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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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문 경고문투성이 승용차.앞면에 세장, 양옆에 두장이 붙었다. ⓒ 최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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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뒷면에도 두장이 붙었다. 모두 합쳐 7장이다.주인이 궁금하다.무슨 사정이 있을까? 이젠 걱정까지 든다. ⓒ 최성근


아파트 내 상가에 있다 보니 외부진입차량도 많고 주변 사무실이나 거주자들이 주변의 비싼 주차비 때문에 아파트에 몰래 주차하는 경우도 많다. 경비원 아저씨들이 아파트에 주차된 외부차량 등 미등록차량에 스티커로 된 경고문을 붙이지만 역부족이다. 아파트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차관리공단에서 견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넌 붙여라, 난 뗀다'가 되고 있다. 불법주차가 아닌 당사자들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계속적으로 주차 시는 부득이 물리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주자대표자회의와 관리소의 경고문(스티커) 말 그대로 경고일 뿐이다. 아무리 옐로 카드를 받아도 레드카드는 없다. '물리적 조치'는 결국 '뻥'인 셈이다.

이를 알고 아예 경고문을 감수하는 운전자들도 있다고 한다. 차량에 전화번호도 아예 붙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하루에 한 장 붙이는 경고문을 여기저기 몇 장씩 달고 있는 차도 적지 않다. '성숙한 시민의식' 이런 거 어디갔는지 모를일이다.

"여긴 안 돼"까지 가세로 주차문제 해결 요원

외부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차단기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차단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나무를 잘라내야 하고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설치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동 앞은 안 된다'는 식이다. 결국 이 건은 갑론을박하다가 동마다 서로 안 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어린이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도 어린이가 있는 세대와 놀이터주변 동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될 때까지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편하자고 갖고 다니는 차량 때문에 불편한 일도 한둘이 아니다.
#주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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