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인사동길 도로정비사업을 벌여 바닥재를 점토 벽돌에서 마천석으로 교체했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서울시가 1년여 동안 인사동길을 정비하는 데만 35억 원을 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9년 5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인사동길의 도로포장재(바닥재)를 전면 교체하는 공사 등에 총 35억 원을 들였다.
그런데 서울시가 2000년에도 '인사동길 역사탐방로 조성계획'에 따라 바닥재를 교체하는 데 47억 원을 들인 적이 있어 일부에서는 이번 공사가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동길 도로정비사업은 세 차례에 걸친 서울시 도시디자인심의에 따라 진행됐고, 예산도 전액 서울시에서 지원됐다. 도로정비사업을 수행한 종로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업비 35억원은 종로구가 아니라 서울시에서 내려온 예산"이라고 말했다.
인사동길 점토 벽돌을 마천석으로 교체... 2000년에도 바닥재 교체 공사서울시는 지난해 2단계에 걸친 '인사동길 도로정비사업' 계획을 세웠다. 1단계 공사는 2009년 5월부터 11월까지 북인사마당(안국역 방향 북쪽 입구)-인사네거리 구간에서 진행됐다. 2단계 공사는 2010년 4월부터 10월까지 인사네거리-남인사마당(종로2가쪽 남쪽 입구) 구간에서 진행됐다.
서울시는 '인사동길 도로정비사업' 추진 배경으로 ▲인사동길 점토블록의 훼손에 따른 통행불편 해소 ▲인사동길 보행환경 개선 ▲수준 높은 전통문화거리 환경 조성 등을 꼽았다.
인사동길 도로정비사업에는 차도 폭 축소와 인도 확대, 입석 정리가 포함돼 있지만, 핵심공사는 '도로포장재 전면교체'다.
서울시는 북인사마당에서 남인사마당에 이르는 690m 구간에 깔아놓은 점토블록을 마천석으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해 최근 마무리했다. 마천석은 진회색 계열의 화강석으로 황해도 마천에서 많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요즘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차도 폭을 5m에서 3m로 좁히고, 인도는 2.5m~7m에서 3.5m~8m로 넓혔다. 여기에다 인사동길에 흩어져 있는 입석을 정리하는 작업도 추가됐다.
총 사업비는 35억원으로 1단계 공사에 19억원(설계용역비 7370만 원 포함), 2단계 공사에 16억 원(설계용역비 약 2516만 원 포함)이 투입됐다. 설계용역비에만 1억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10년 전인 2000년 '인사동길 역사탐방로 조성계획'에 따라 바닥재 교체 등에 이미 47억 원을 투입한 바 있다. 당시 계획도 최근 진행된 '인사동길 도로정비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행자를 위해 차도 폭을 줄이고 인도는 넓히며 바닥엔 옛날식 기와와 재질, 문양이 같은 벽돌(전돌)을 깔아 고풍스런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 당시 공사의 핵심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기존의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점토벽돌로 교체했고, 보행자 중심 거리를 위해 차로 폭을 크게 줄였다.
당시 바닥재 교체 등 거리조성사업에만 47억 원이 들어갔고, 상수로 공사비 등까지 합치면 총 76억 원이 들어갔다.
문제는 점토 벽돌(전돌)이 '경사지고 모나게' 깔리는 바람에 시민들이 통행에 큰 불편함을 겪었다는 점이다. 특히 벽돌과 벽돌 사이에 여성들의 하이힐이 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자동차 없는 거리'라는 애초 목표와 다르게 차들이 다니게 되면서 '경사지고 모난' 벽돌이 빠르게 파손돼 갔다. "기와벽돌을 깔면서 이리 삐딱, 저리 삐딱, 경사까지 져서 출퇴근 때 지나다니기가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통행 불편과 점토 벽돌 파손 등을 이유로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바닥재를 마천석으로 교체했다. 바닥은 평평해지고 통행도 수월해졌지만, 이는 35억원의 세금을 들여 얻은 대가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하이힐이 빠지지 않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35억원을 썼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비 필요했지만 바닥만 교체한다고 되나?" 지적도인사동길 도로정비사업을 맡아 진행했던 종로구청 문화공보과의 한 관계자는 "2000년에 도로정비를 한 번 했는데 점토 벽돌이 약하다보니 파손되니까 바닥재를 교체하게 된 것"이라며 "2000년 당시 왜 그런 바닥재 사용을 결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세학 종로구청 도로과 주임은 '과도한 공사비' 지적과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설계심사를 받았고 바닥재로 쓰인 마천석도 관급 자재로 구매했다"며 "공사비를 과도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은희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연대' 사무국장은 "원래 '자동차 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점토 벽돌을 깔았는데 상인들의 반대로 차가 다니게 돼 점토 벽돌이 파손됐다"며 "하이힐이 끼는 문제보다 점토 벽돌의 파손 때문에 바닥재를 마천석으로 교체한 것이지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인사동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거리 2위인데 길만 바꾼다고 훌륭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인사동길 정비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업종 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아울러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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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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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끼지 않는 거리 조성'에 35억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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