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설명회는 피부에 와닿는 얘기가 하나도 없다. 복원사업이 먼저가 아니라 피해주민들 생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연구해라.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인가. 무조건 (바다에) 뿌리기만 하면 복원사업인가. 근본 원인(기름)부터 치워야 한다."
태안 만리포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가 한 달 후면 사고 발생 만 3년을 맞는 가운데, 원유유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정부 3부처 관계관이 참석한 첫 주민설명회가 주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하고 끝났다. 이날 주민 설명회는 지난 3년 동안 기름유출의 악몽에 힘겹게 살아온 피해주민들의 현실적인 요구와 앞으로의 추진 방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성과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3일 오후 2시 충남 태안군 문화예술회관에서는 국토해양부 등 정부 3부처 원유유출사고 관계기관과 유류오염사고 환경영향평가와 환경복원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해양연구원, 사고지역 수산물의 개체와 어획량 등 태안어장 정밀조사를 담당해 온 서해수산연구소 등 유류사고 관련 전문가, 피해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사고와 관련 '해양오염영향조사 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번 설명회에는 지난해 4월부터 올 9월까지 태안 인근 바다환경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특별해양환경복원계획 추진현황'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설명과 농수산식품부의 유류피해지역 어장환경조사 및 지원사업 실적과 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회 시간에 맞추지 못해 당초 계획됐던 환경부의 '국립공원내 환경조사 및 복원계획'에 대한 추진 상황 설명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그동안 특별해양환경복원을 추진해온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3월 주민설명회 이후보다 해양환경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가루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료에서 유분 함량이 기준치 10ppb이하로 나타나 사고 이전의 해수수질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어패류 섭취에 따른 인체 위해성은 기준치 이하로 일상적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고 퇴적물도 지속적으로 유류농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근리와 신두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국지적으로 소량의 타르와 유막 형태로 유류가 발견되고 있으며 패류 건강 또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설명을 진행한 국토해양부 이재형 사무관은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이후 10년이 되는 2019년까지 해양오염영향조사를 계속할 것이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해역은 집중적으로 조사 및 복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용득 농림수산식품부 사무관이 유류피해지역 어장조사 및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준비한 자료를 차분하게 설명해 나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발표를 멈춰야 했다.
90% 환경복원 됐다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지 마라
두 부서의 설명회가 끝나고 진행된 주민 질의시간에는 조용했던 설명회장이 일순간 고성이 오가는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이광섭 태안군선주협회 부회장은 기름덩어리를 자루에 담아 정부 관계자들에게 집어 던지고 말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한이 맺혀서 얘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아직도 해안가에서는 기름이 제거되지 않았다"고 운을 뗀 뒤 "유화제 사용으로 인해 홍합과 바지락, 굴이 종패가 없을 정도로 멸종됐다"며 "상황이 이런데 90% 환경복원되었다고 떠드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를 살려줘야 한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것인가"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이에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은 "우리 연구원은 아직도 회복이 안됐다고 말하는 유일한 곳이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만리포에서 나온 기름 중에는 허베이호에서 나온 것도 있고 다른 선박에서 나온 것도 있었다. 하지만 ITOPE(국제유조선선주오염방지연맹)에 가서는 허베이 기름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며 "유화제와 관련해서는 영향이 있다고 보고서에 밝히고 있으며 지금은 어류가 죽지는 않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답변 후에도 피해주민들의 질문은 이어졌다. 이날 정부 3개부처가 설명한 '유류오염 환경영향평가 및 환경복원' 주제와는 달리 피해보상과 생계 유지 등 주민들을 위한 현실적 대책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주민 국현민(소원면)씨는 유화제 대량 살포로 인한 오일볼 잔존을 지적하며 "바닷속 오일볼을 우럭 등 어류가 먹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또 이를 주민들이 먹고 있다"고 주장한 뒤 "소원 의항, 개목항 등의 바위 틈에는 원유 덩어리가 제거 안 돼 그대로 남아 있는데 지난 3년 동안 정부는 도대체 뭐 했나.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씨는 또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서 나온 보상금이 주민들이 청구한 금액의 평균 7% 정도만 보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에서 펀드 측에 강력하게 건의해서 올바르게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여달라"며 "90%가 된 게 아니라 90%를 하지 않아서 지금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정부관계자들을 질책했다.
그동안 유류피해민의 입장을 대변해 왔던 장기욱 변호사는 유류 유출 업무를 추진하는 정부 3부처의 시각이 달라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임장관실에 3개 부서를 아우르는 특별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해 달라"며 "외국은 6개월이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왜 해결을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만리포의 한 주민은 "정부 3개 부처가 와서 설명회 한다고 해서 기대 많이 했는데 결과는 실망"이라고 잘라 말한 뒤 "특히 그동안 예산 건의 많이 했는데 반영해 준다고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예산반영이 거의 안 됐다"며 "태안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인식을 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반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대책위에서 사고 3주년을 맞아 대통령에게 면담 신청해 놨는데 그 이전에 3개 부처 장관이 태안주민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해 대책을 마련해 줄 수 있도록 건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행사를 주관한 태안군유류대책위연합회의 적극적인 홍보로 500여 명의 피해주민들이 태안문화예술회관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정부관계자들의 지리한 설명이 이어지자 설명회장을 가득 메웠던 주민들은 시작 1시간여도 안 돼 반 이상이 설명회장을 빠져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2010.11.04 10:5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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