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장사꾼' 백화점이 판매대를 치운 이유

매출을 올리고 싶은가? 그럼, 문화의 옷을 입어라

등록 2010.11.06 15:32수정 2010.11.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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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판매기획팀 배종호부장님의 초대로 일산의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을 다녀왔습니다. '문화백화점'을 지향하는 그 백화점의 문화공간을 답사하고 문화콘텐츠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경기 서북부 No.1 백화점'을 표방하는, 올 여름에 12번째로 오픈한 현대백화점입니다.


총9층의 이 백화점은 백화점 구석구석에 비판매공간을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고객들의 뇌속을 스캔해본듯이 구매심리을 훤히 꿰고 있을 이 '장사'의 달인들이 백화점의 금싸라기 같은 공간에 판매대 대신 각기 다른 성격의 문화체험공간을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더 많은 고기를 잡기위한 프로 낚시꾼의 미끼일 것입니다.

백화점이 노골적인 장사꾼의 복장이 아니라 우아한 문화의 옷을 입은 문화애호가로 처신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분명 더 큰 구매력을 가진 큰손 고객을 확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총 9층의 백화점 중 5층에 '동호회라운지'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동호회원들의 쉼터입니다. 원두커피가 무료로 제공되고 편안한 의자가 배치된 전망 좋은 곳이었습니다.


등산, 골프, 와인, 독서, 탁구, 영화, 여행…… 등 수십 개의 동호회가 결성되어 있고 이 라운지는 그 멤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놀이터였습니다.

백화점직원들이 결성하고 고객들도 그 동호회에 가입하여 함께 활동하는 형태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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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9층에는 500석 규모의 '토파즈'홀이라는 공연장이 있습니다. 매일 두차례 이상의 공연이 진행됩니다. 재즈를 비롯한 클래식과 가요, 뮤지컬 공연, 영화상영, 아카데미특강 등으로 스케줄이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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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문화센터에서는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문화센터입구의 긴 벽은 'GalleryH'라는 이름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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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이 백화점 옥상 바닥은 잔디로 녹화하고 코너에는 대나무와 자작나무를 심어서 '하늘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곳은 야외조각전이나 대형 파티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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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문화의 옷을 입은 백화점. 문화와 예술은 이 백화점의 훌륭한 호객꾼인 셈입니다. 잠시 둘러본 매장에도 전략에 따라 정교하게 배치된 모습들이 문외한인 제 눈에도 읽혔습니다.

유명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여성정장이 자리 잡은 2층의 소파를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의자는 쇼핑에 몰두한 여성을 방해하지 말라며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떼어놓기 위한 배치임이 분명했습니다.

a  여성의류 코너의 이 소파에는 남성들만 앉아있었습니다. 쇼핑에 몰두한 여성들로부터 방해꾼 남성을 분리하기위한 소파인 셈입니다.

여성의류 코너의 이 소파에는 남성들만 앉아있었습니다. 쇼핑에 몰두한 여성들로부터 방해꾼 남성을 분리하기위한 소파인 셈입니다. ⓒ 이안수


주차장으로 나오는 지하 3층 마지막 출구로 나가는 곳에 있는 '환경용풍'의 작은 매대에서 눈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작은 매대는 고객의 마지막 남은 주머니의 작은 돈까지 긁어내고야말겠다는 프로 장사꾼의 마지막 투망이었습니다.

a  지하 3층으로 연결되는 곳에도 떠나는 고객을 잡기위한 마지막 거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하 3층으로 연결되는 곳에도 떠나는 고객을 잡기위한 마지막 거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안수


과연 어느 누가 빈틈없이 깔린 이 어망에 걸리지 않고 백화점을 벗어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문화공간 #백화점 #현대백화점킨텍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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