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단풍 구경, 놓칠 수는 없지요

단아한 문수사의 기품 있고 절제된 '단풍'

등록 2010.11.10 17:31수정 2010.11.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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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 단풍은 사람 발길이 적어 사색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 임현철


지난 해 아내와 전북 고창으로 단풍 여행을 떠났더이다. 아내는 멋드러진 단풍에 흠뻑 빠져 올해에도 가자고 하더이다. 그래, 발걸음을 옮겼더이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들과 동반 여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더이다. 지난 일요일(11월 7일) 우리 가족과 지인 가족이 함께 고창 문수사와 선운사로 단풍 여행길에 올랐더이다.


"여보, 고마워요."

아내와 가정을 꾸린지 13년째라 긴 말하지 않아도 의미를 알겠더이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문수사. 고색창연한 절집이 아니어서, 게다가 단아한 절집이어서 더욱 좋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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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문수사 단풍.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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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낙엽이면서도 다른 느낌의 단풍이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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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문수사 단풍. ⓒ 임현철


"단풍이 다 익어 가는데 왜 아직 안 오세요?"

문수사로 향하는 사색의 길을 걸었더이다. 무언가에 쫓기는 바쁜 걸음이 아니어서 마냥 행복했더이다. 땅에 내려앉는 순간의 나뭇잎과 수북하게 쌓인 잎새를 보며 생명의 신비를 그렸더이다.

나무는 한 해 동안 자신의 몸에 붙어 있던 분신을 말없이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리고 있더이다. 그 눈물은 다음 해에 많은 생명을 만드는 힘이기에 환희에 찬 눈물로 읽히더이다. 아마, 문수사 입구에서 단풍 사진을 찍던 사진가들은 이런 모습을 찍었겠지요?


"친구 아들이 뭐랬는지 알아요?"라며 아내가 던진 한 마디가 몽상에 빠진 저를 일깨우더이다.

"단풍 구경 가자더니, 단풍이 다 익어 가는데 왜 아직 안 오세요? 그러는 거 있죠. 이 말을 듣고 혼자 한참 웃었어요."


녀석은 단풍이 익는 대상이었나 보더이다. 운치 있는 표현에 시인될 재목으로 여겼더이다. 한바탕 웃음을 문수사에 피어난 단풍에게 던졌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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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있는 문수사 단풍.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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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지도를 생각하게 하는 문수사 단풍.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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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처럼 떨어질 것 같은 감도 문수사 단풍 중 하나이다. ⓒ 임현철


문수사 단풍처럼 기품 있고 절제된 사랑이길

저 멀리 단풍 사이로 고개를 삐죽 내민 감. 금방이라도 폭죽처럼 쏟아질 듯 하더이다. 하나 떨어지면 달려가 넙죽 받을 텐데…. 이런 욕심은 단아한 절집에서도, 품위 있는 단풍 속에서도 끝이 없더이다. 선문답하듯 아이에게 물었더이다.

"단풍은 어디가 좋을까?"
"전 문수사 단풍이 좋던데요."

"단풍이 좋은 이유가 뭘까?"
"화려하지 않으며, 기품 있고, 절제된 단풍이라 마음에 들대요."

그러더이다. 문수사 단풍은 요란하지 않은 소담한 모습이더이다. 또한 사람 발길이 작아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기 좋았더이다.

아내와의 사랑이 문수사 단풍처럼 기품 있고 절제된 사랑이길 바라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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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문수사 단풍.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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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 단풍은 자녀와 소통의 단풍이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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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 단풍은 소박함이 멋이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단풍 #문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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