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늠름한 나트륨 군의 금속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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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트륨 군(Na)으로 말할 것 같으면 주기율표에서 알아주는 명문 금속가문인 제1족(族)의 일원으로서 원자번호 11, 원자량 22.9898의 당당한 신체조건을 지닌 훈남이다.
처음 나트륨군이 염소(Cl)양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심했다. 제1족 가문은 뼈대 있는 알칼리 금속가문으로서 휴대용 배터리로 성공한 리튬(Li) 선생, 3공화국때 화학비료를 지낸 칼륨(K) 선생, 원자시계로 일가를 이룬 세슘(Cs) 선생 등을 배출하여 주기율표에서 방귀 깨나 뀌는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염소양은 미천한 17족 할로겐 가문으로 브로민(Br)과 같은 독가스들이 즐비한 깡패 가문이었다. 염소양 역시 툭 하면 아무 남자에게나 전자를 받아 음이온이 되는 등 품행이 방정하지 못하였다. 리튬, 칼륨, 세슘 등 집안 어른들은 나트륨군을 앉혀 놓고 심하게 꾸짖었다.
"우리는 양반인 금속가문이고 저쪽은 날라리 기체 가문인데 어찌 결혼생활이 평탄하겠느냐? 할로겐족은 정조 관념이 부족하여 아무한테나 전자를 받는다는데, 여자는 모름지기 화학적으로 조신해야 하느니라."그러나 이미 염소양의 팜므 파탈적 매력에 푹 빠져버린 나트륨군의 귀에는 집안 어른들의 충고가 고리타분한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저는 죽는 한이 있어도 염소와 결혼하겠습니다. 염소와 결혼하지 못할 바에야 벤조산나트륨(C7H5NaO2) 같은 방부제가 되어 코흘리개들이 먹는 가공식품에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