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다니다 배 고장나 죽을 뻔하기도 했죠"

섬 탐험 전문가 이재언 목사

등록 2010.11.12 15:05수정 2010.11.12 15:0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재미있게 섬사랑 얘기를 전하는 여수 백야교회 이재언 목사 ⓒ 오문수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인도는 몇 개나 될까. 전남 여수 백야도에서 목회를 하는 이재언 목사의 얘기에 의하면 446개라고 한다. 지금 글을 읽는 독자는 우리나라의 섬을 몇 개나 방문하셨을까? 열 개, 스무 개쯤? 그럼 무인도는?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유인도만 방문했을 것이다. 그것도 손꼽을 정도로.


이재언 목사는 1990년부터 우리나라 유·무인도 556개를 탐험하고 올 10월 달에 제대로 된 섬 이야기책을 냈다. 제1권은 여수 근처의 유·무인도 54개를 <한국의 섬>이란 제목으로 발간했다. 연이어 섬에 관한 일반서적 10권과 선교서적 2권 도합 12권의 책을 펴낼 예정이다.

이번에 펴낸 <한국의 섬>은 그가 20년 동안 섬을 탐험하고 난 후 섬에 대해 느낀 점을 집대성한 것이다. 초보가 책을, 그것도 단순한 관광안내 서적이 아닌 섬에 관한 문화와 역사 지리적 특성이 어우러진 종합 인문서적을 펴낼 수 있을까.

기실, 그는 책에 관한 초보가 아니다. 이미 섬사람들에 대해 두 권의 책을 낸 바 있다. 1991년부터 3년간 섬을 돌아보고 96년도에 선교용 서적과 섬에 관한 책을 출판했지만 항상 맘에 들지 않았다. 10년 후에 다시 쓸려고 할 때 '뿌리깊은 나무'출판사에서 출간한 <한국의 발견>이란 책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섬이 싫어 섬을 버린 섬 소년이 목사가 되어 섬을 재발견하다

이씨가 태어난 완도 노화도는 전기도 안 들어오고 점심 때 먹을 게 없어 고구마만 먹는 가난한 섬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 목포에 가서 받은 문화 충격이 잠자고 있던 그를 깨웠다. 기차와 맛있는 음식, 휘황찬란한 전기불, 섬 촌놈인 그에게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15살이던 어느 날 가난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집에서 아버지 일만 돕던 이씨는 어머니가 쌀독에 숨겨둔 돈을 훔쳐 서울로 가출했다.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중부경찰서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그를 예쁘게 본 경찰이 경찰서에서 운영하던 직업소년학교를 소개했다. 그 때 처음으로 영락교회에서 나오는 전도지를 보며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a

이재언 목사의 애마인 등대호. 기름과 식량 및 항해에 필요한 물자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고 ⓒ 오문수


신문배달을 하며 고등공민학교를 마친 그는 신앙 때문에 인생의 어려운 파도를 헤쳐나갔다. 그 때 가진 신념이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잘 살 수 있다. 나는 성공할 것"이었다.


신학 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89년 섬으로 돌아왔다. 섬은 그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1990년부터 완도 노화도를 중심으로 선교와 복지사업을 하면서 우리 섬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땅, 섬에 대한 장기 답사 계획을 세워 직접 배를 타고 진도, 조도 지방을 시작으로 3년 동안 전국의 440개 섬을 순회하였다. 그 뒤 다시 2004년 가을부터 여전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섬을 찾아다니면서 거의 20년 세월을 보냈다.

a

이재언 목사가 펴낸 책들 .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책이 그가 최근에 쓴 '한국의 섬'이다. 앞으로 11권의 책을 더 펴낼 예정이다 ⓒ 오문수


배가 고장 나 죽을 뻔... 그의 의지 꺾지 못해

바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바다는 두려운 곳이지만 어릴 때부터 돛 달고 멸치 잡던 그에게 배는 육지의 자동차나 마찬가지다. 어떤 섬은 3~4번, 때로는 10~20번 정도 방문한 섬도 있다. 그 와중에 목포 근처 무안 복항길에서 배가 침몰해 죽을 뻔했다. 조난을 당해 해경에게 구조된 것도 여러 번이다.

"섬에는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모든 게 부족하고 소외되어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섬에 대해 이름도 모르고 가보지도 못한 곳이 많습니다. 그동안 섬을 버린 받은 곳으로 학대하고 있다가 섬에 대해 애정이 생기면서 벽을 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사람이 섬을 모르고 살았던 셈입니다."

우리 섬에 대한 백과사전적 종합 인문서적 <한국의 섬>

그의 책은 조선 시대 전국 팔도의 지리를 소개해 실생활에 참고가 되도록 기술된 이중환의 <택리지>처럼 한국 모든 유인도 섬을 총망라한 종합인문서이다. 그의 작업은 아직까지 어떤 공공기관에서도 시도해 보지 못한 업적이다.

"초기에는 해도하고 나침반만 들고 나섰죠. 다행이 섬에 도착하면 배도 수리해 주고 섬 교회에서 먹고 자며 식량과 기름 및 헌금도 받으며 전국을 돌았습니다. 지금은 GPS와 핸드폰, 조수도 데려가고 후원자까지 있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저는 50이 넘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해 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가 됐어요. 사람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꿈을 키우면 이루어집니다."

그가 꼭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섬은 목포 인근의 우이도. 우이도에는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과 문순득이라는 문화유산이 있다. 문순득은 150년 전 태풍에 밀려 일본으로 갔다 다시 필리핀 마카오를 경유해 고향에 돌아오는 데 3년이 걸렸다.

책을 출판하고 난 후 이 목사에게는 두 가지 좋은 일이  일어났다. 책을 읽어 본 전라남도 도지사가 책 100권을 구입해 주시고, 시민사회단체에 초대받아 '섬 이야기'에 대한 강의도 했다.

더 좋은 건 목사 사모님한테 약간 덜 미안하게 된 것. 요사이는 핸드폰이나 있지만 옛날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바다에 나간 사람이 몇날 며칠 동안 소식이 없으면 애간장을 태우는 게 식구들의 당연지사.

섬이 곧 자신이었고 자신이 곧 섬이었던 이재언 목사의 섬사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버린 섬이 아닌 사랑받는 섬으로.

덧붙이는 글 | '히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히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이재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2. 2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3. 3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4. 4 요즘 6070의 휴가법은 이렇습니다
  5. 5 길거리에서 이걸 본다면, 한국도 큰일 난 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