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에 경수로 건설중"... 미국 관심 가질까

북한 헤커 박사 통해 "계속 방치할 경우 핵 능력 더 커진다"메시지

등록 2010.11.13 20:58수정 2010.11.1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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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실상 북한 핵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다시 한 번 농축우라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13일 "로스앨러모스 핵 연구소장을 지낸 시그프리드 헥커 박사(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가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실험용 경수로 1기를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그는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북한을 방문해 경수로 건설 사실을 전해 들었으며 경수로의 발전용량은 25~30MW(메가와트)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헥커 박사는 북한이 이제 막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면서 완성에는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헥커 박사가 같은 대학의 존 루이스 교수와 함께 지난 9일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했었다는 점에서, 북한은 그를 통해 '영변에 경수로 건설중'이라는 뉴스를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는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든 곳으로, 미국의 핵무기 연구의 본산이자 국가기밀시설이다. 헤커 박사는 1986년부터 12년간 이 연구소 소장을 지낸 핵무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2004년 1월 영변을 방문해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샘플을 처음 가져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알린 바 있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핵활동 현황을 미국에 알리는 데 적절한 인물인 셈이다.

 

지난 9월 말 미국의 국제안보전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영변 핵시설에서 새로운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방북중에 영변을 방문했던 잭 프리처드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영변 지역의 새로운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반드시 핵시설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건축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는 점에서,  헥커 박사의 전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오랫동안 경수로 건설을 강조해왔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를 계기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1천MW급 경수로 2기를 짓기로 하고 신포에서 건설에 들어갔으나 이후 북미간 신뢰악화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를 둘러싼 2차 북핵위기로 사실상 무산됐고,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도 '적절한 시기'에 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으나 문구 이상을 넘지는 못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장거리로켓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그 첫 공정으로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하겠다"고 밝혀, 우라늄농축을 공식화했다.  두 달 뒤인 6월 13일 안보리 제재결정이 나오자 "우라늄농축이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했고, 이어 9월에는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혀, 조금씩 강도를 높여왔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의 '경수로 건설'에 대해 "정당하게 우라늄농축의 길을 찾겠다는 뜻이며 이를 통해 핵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협상카드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핵협상 카드 꺼낸 것"... 미국은 '전략적 인내' 기조 유지

 

북한이 이 카드를 꺼낸 시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끝나고, 남한에서도 G20이라는 대형이벤트가 끝난 상황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서 패한 오바마 행정부도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고, 곧 집권 4년차에 들어가는 이명박 정부도 대북정책에서 업적을 요구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현 상태가 계속될 경우 자신들의 핵능력이 더욱 커질 것임을 상기시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성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플루토늄도 계속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북핵문제를 후순위로 미뤄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북한이 준비가 됐다는 증거가 보인다면 다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른바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이나 핵융합 등과 관련해 추가발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010.11.13 20:58ⓒ 2010 OhmyNews
#경수로 #헥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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