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남문학상'을 수상한 박노정 시인이 13일 오후 진해 경남문학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성효
이광석, 전문수, 정목일, 이우걸씨 등 심사위원회는 올해 나온 4명의 작품집을 놓고 심의를 벌여 투표 끝에 박노정 시인의 <눈물공양>을 수상자로 선정했던 것. 심사위원들은 "<눈물공양>은 세상의 비루함과 슬픔을 비판하되 냉소주의에 그치지 않고 실천의 의지가 꼿꼿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문학평론가 구중서씨는 박 시인에 대해 "승속(僧俗)을 넘나느는 듯 선시풍(禪詩風)의 언어와 가락을 쓰고, 나그네 바람이 문풍지를 퉁기는 데서 묵언을 듣기도 하고, 마음을 비운 자리에 비로소 시가 고봉을 담기는 것도 안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눈물공양>에는 시로 쓴 요즘 시대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731부대는 뭐냐"고 묻자 "항일독립군인가요"라고 대답해 세인의 우스개 대상이 됐던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 박 시인은 "731 부대 따윈/몰라도 괜찮아요/당신 없어도 대한민국/거덜 나지 않아요/이제 그만 혹세무민 집어치우고/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푹 쉬면 돼요/당신이나 대한민국이나 훨씬 더 편해져요"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박 시인은 진주민예총 회장이던 2005년 친일화가 김은호(이당)가 그려 진주성 의기사에 걸려 있던 '미인도 논개'(일명 논개영정) 복사본을 강제로 뜯어내 기소됐다가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벌금 오백만원정"이란 제목의 시도 시집에 실려 있다.
"뭉게구름의/투성이 먼지의/천둥벌거숭이/거두절미(去頭截尾)/벌금 오백만원정."(시 "벌금 오백만원정" 전문).
당시 박 시인을 포함한 시민단체 대표 4명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벌금을 낼 수 없다며 노역장을 택하기도 했다. 검찰과 법원은 논개영정을 제대로 그려 봉안해야 하고 민족혼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의기사 '침입'과 논개영정 '훼손'의 이유만 들어 기소하고 선고했다. 이에 박노정 시인은 '거두절미 벌금 오백만원'이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