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사설논평] 2010.11.17 사설 논평

조선일보 사설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기획

등록 2010.11.17 13:50수정 2010.11.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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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울대 법인화 법안 발목 잡아선 안돼]

이 사설에서는 국립대에서 재무, 인사, 시설관리를 총괄하는 사무국장 자리가 교육부 관료가 낙하산으로 잠시 왔다 돌아가는 쉼터와 비슷하다면서, 이러한 '나그네' 사무국장의 관료적 통제 아래에서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서울대 법인화는 입법해야 하고, 민주당은 2007년 '국립대법인화 법안'을 추진했듯이 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2007년의 '국립대법인화 법안'과 2009년 '서울대법인화 법안'은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선 국공립대간 격차 확대 우려 근거는 법률안 명에서부터 쉽게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의 국립대법인화 법안은 전국의 국공립대를 법인화 시키는 취지였다. 다음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인용을 보자.

"제6조(국립대학법인의 설립) ① 국가는 새로 국립대학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의 국립대학이나 공립대학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하는 형식으로 설립할 수 있다.
② 국가가 기존의 국립대학이나 공립대학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하는 형식으로 설립하는 경우에는 해당 대학 교직원의 의견 및 재정상태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jsp/BillSearchResult.jsp)

반면, 2009년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는 그 대상이 서울대에만 한정된다(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참조하라). 때문에 민주당은 국공립대간 격차 확대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사설이 민주당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대해 비판하기 위해서는 2007년 법안과 2009년 법안이 완전히 똑같아야 함을 증명해야 한다. 대충 비슷하다는 이유는 민주당이 모순적 행태를 보인다는 주장의 설득력을 강화시켜 주지 못한다.

또, 민주당이 반대하는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 질 우려가 있다"는 다음 인용을 통해 뒷받침될 수 있다. 2009년 법안의 경우 기초학문 분야의 지원에 대해,

"제31조(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 및 국가의 지원) 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기초학문 등 필요한 분야의 지원ㆍ육성에 관한 4년 단위의 계획을 수립ㆍ공표하고,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② 국가는 제1항에 따른 연도별 실행계획의 시행을 위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재정 지원 등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③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우수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ㆍ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학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학ㆍ복지 시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④ 국가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학생의 경제적 부담과 관련이 없는 자체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노력을 장려하여야 한다."


이것만 봤을 때는 민주당의 반대 논리에 동의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기초학문이라는 언급이 들어 있는 계획의 수립과 실행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법안을 살펴보면,
"제31조(기초학문 지원․육성) 국가는 국립대학법인의 기초학문 분야의 지원․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등을 포함한 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2007년 법안과 2009년 법안의 차이점이 보이는가? 2009년 안에는 "기초학문 등 필요한 분야...."라고 되어 있고, 2007년 안에는 "기초학문 분야의..."로 명시되어 있다. 전자는 지원이나 육성이 필요한 분야들의 지원계획을 언급하고 있고, 후자는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서로 다른 법해석을 낳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법안이 사설이 지적하듯이 골격이 같다고 볼 수도 있으나 사설이 민주당에 대해 비판하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형식은 같지만 내용이 다른 사물들에 대해 우리는 똑같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들은 엄밀히 서로 다른 것들이다.

이어서 사설에서는 법인화가 필요한 논거를 끌어오고 있는데, 그것은 서울대학교 사무국장이 낙하산 인사로 그 직책을 잠시 쉬어가는 쉼터로 여기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는 세계적 대학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법인화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또 교육부에서 임명한 관료가 사무국장을 지내서 세계적 대학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곧 세계적 대학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사무국장의 태임 뿐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안이 법인화만이라면, 사설의 논리가 정당성을 얻는다. 그렇지만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이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렇게 2007년 법안과 2009년 법안이 골격은 같지만 2009년 법안은 서울대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조항이 법해석의 다양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사설은 간과하고 있고, 따라서 사설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리는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법인화=세계적 대학의 도식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볼 때, 사설이 법인화를 긍정적으로 전제하고 논의 진행을 하지만 그 논증의 건전성 또한 의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논증의 정당성 뿐만 아니라 건전성 또한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논평 #법인화 #기초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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