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봐주세요코스프레와 같이 독특한 복장이나 모습으로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조명신
네덜란드 노총(FNV)에서 일한다는 루드 코넬리사(Ruud Cornelissa, 52)는 "1만1000명의 우체부들이 그만두어야 하고 그중에서 3000명은 꼭 해고한다고 한다"며 "우리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3000명 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그는 "일부는 파트타임으로 갈 것이고 나머지는 나이가 많아 연금을 일찍 받게 될 것"이라며 "더 일하고 싶지만 더 일찍 퇴사해 연금을 덜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파트타임이 많아져 사람들이 유연성 있게 일하는 것은 좋지만 30~40년 동안 일한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감원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만 해도 다수의 직원들이 "고용이 보장된다면 급여 삭감 등 근로조건이 다소 나빠져도 감수하겠다"는 의견을 보여서 감원 규모와 방식 등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노조의 '3000명 감원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사협의기구인 노동재단이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을 15% 삭감하자'는 제안도 내놓았지만 이것 역시 노조원들에 의해 거부됐다. 사회적 대화 체제마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엘코 타스마 네덜란드 노총 선임정책위원은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어서 파업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노사 모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TNT의 '우체부 대량 감원사태'는 민영화된 우정기업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가 운영할 때와 달리 사기업은 이윤율이 하락하면 '해고'라는 가장 손쉬운 비용절감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는 경제적 위기와 중요한 사회경제정책을 놓고 노사 갈등이 생겼을 때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갈등을 극복해왔다. 하지만 TNT의 '우체부 대량 감원사태'의 경우 노조의 제안은 물론이고 노동재단의 권고마저 거부당해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멀게는 90년, 짧게는 60여 년의 사회적 대화 체제의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폴더모델의 핵심인 사회적 대화 체제가 또다시 시험대에 섰다.